HR 직무는 불안하다.
1980년대 인사 업무를 담당했을 때만 해도 인사 업무는 임원이 될 수 있는 핵심 직무였다.
타 부서 구성원들이 인사과에 오는 것을 조금은 망설이고 힘들어했다. 무엇인가 잘못한 사람이
인사과에 가는 것으로 생각했고, 인사 부서는 평가, 보상, 조직개편, 이동, 징계, 승진, 퇴직 등의
일 처리를 경영층의 승인 하에 일사천리로 추진해 나갔다. 당시에 인사과로 배치 받으면 힘있는 부서에 잘 갔다고 축하해 주었다.
환경이 바뀌었다. 인사 부서가 하던 제반의 직무들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되게 되었으며,
기준을 정해 룰에 의해 실행되게 되었다. 사람 중심의 인사에서 직무 중심의 인사로 변하면서
무소불위의 영향을 주던 인사 부서의 영향력이 현장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구성원의 불만에 인사 부서는 점차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변해 갔다.
이론과 실무 경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사적 관점의 인사 업무가 추진되어야 하는데,
전문성 부족과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위상과 역할이 크게 축소되었다.
조직을 설계 개편하고, 임원에 대한 선발과 승진 및 퇴직은 인사에서 전략 부서로 옮겨갔다.
조직의 목표를 정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던 조직 평가도 현업 사업부장 또는 전략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회사 내 핵심 인력, 핵심 직무, 핵심 조직에 대한 관리도 점차 인사 부서에서 현업 사업부장 또는
전략 부서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이제는 인사 부서는 CEO 또는 전략 부서에서 결정된 사항을
실무적으로 실행하는 부서가 된 것이다. 악순환이라고 할까? 의사결정이 아닌 실행 부서가 되면서
더욱 더 인사 부서가 하는 일은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제 신입사원이 인사 부서를 신청하지 않고 전략이나
재무, 마케팅 부서를 선호한다. 이대로 간다면, 인사 부서가 했던 중요한 의사결정 업무는 전부 전략이나 현업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인사 담당 임원이 이끌고 있는 실이나 부문이 머지않아 결정된 안건을 실행하는 팀 수준의 조직으로 축소될 수도 있다.
HR담당자가 경영자 나아가 CEO가 될 수 있는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인사 팀장이 경영관리실장 내지는 경영관리 본부장이 되기 어렵다.
경영관리 본부에 전략, 재무, 인사, 홍보, 구매 등의 팀이 있다면, 본부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직무는 전략과 재무이다.
왜 인사 팀장은 경영관리 본부장이 되는 것이 불가능할까?
회사는 상위 직책으로 승진 대상자를 선정할 때, 개인의 업적, 역량도 중요시 여기지만,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이 있다. 바로 상위 직책에 가서 조직과 팀을 한 방향 정렬하여 팀워크를 강화하고, 조직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담당하는 조직과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전략, 업의 개념, 제품이나 서비스 지식, 재무 상황, 조직과 인력, 시장과 고객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인사팀장이 본부장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회사에 대한 지식이다. 조직과 사람에 대한 지식 수준은 높아도,
업의 본질, 비전과 전략, 재무, 시장과 고객 변화에 대해 지식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CEO가 의사결정을 할 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직원을 부를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많은 대기업에서 매년 임원 인사를 실시한다. CEO 임명은 ‘CEO선임 추진 위원회’를 통해 추천을 받아 진행하는 회사도 많다. 오너의 임명, 내부 CEO 후보자 선발 후 심사, 외부 CEO 선임 추진 위원회를 통하더라도 요즘 인사 담당 임원이 추천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전사적 관점에서 최종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CEO인데, 너무나 회사에 대한 지식이 낮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HR 담당자가 HR팀장을 거쳐 경영자가 되고 최고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조직,
사업과 직무, 제품과 서비스, 재무, 구성원, 외부 시장과 고객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물론 자신이 담당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이다.
팀장과 팀원의 역할 차이가 있음을 알고 그 역할에 맞는 역량을 키워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팀원으로 뛰어난 역량과 성과가 있었다고, 팀장이 되어 높은 역량을 발휘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팀장이라면 팀장에 맞는 역할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쌓고 발휘해야 한다.
결국은 팀장을 생각하는 팀원이라면 팀장의 역할과 역량을 알고 있어야 한다. 팀원일 때, 팀장의
역할에 맞추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임원과 최고 경영자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HR담당자로 입사하여 어떻게 역할을 바꾸며, 전문성을 쌓을 것인가?
HR담당자의 경력 개발은 크게 내부 역량 강화와 전문 지식 함양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내부 역량 강화로 다음 사항을 작성해 보았다.
① 사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
② 제품과 서비스의 단계와 단계별 핵심포인트에 대한 명확한 인식
③ 회사의 현재와 미래 방향과 전략, 중점 과제에 대한 설명 가능
④ 회사의 5년 정도의 재무제표 상의 중요 항목에 대한 추이 분석 및 활용
⑤ HR부서에 장기 근무하기 보다는 중간에 전략, 재무, 주력사업(영업 회사라면 영업)에 1~2년 정도 근무하다가 다시 HR부서에서 근무
⑥ 사내 타 분야 모임이나 개별 노력을 통해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
둘째, 전문 지식 함양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노무사, 심리 상담사 등 HR관련 자격증을 취득
② 경영학, 교육공학, 심리학 전공의 석사/ 박사 학위 취득
③ 매월2회 이상의 외부 HR전문가와의 미팅, 1주일에1권 이상의 경영과 심리학 서적을 읽고 정리하여 공유
④ 업무를 수행하면서 문제점, 해결 프로세스, 결과물을 매뉴얼 형식으로 기록 관리하는 습관은 전문성 향상의 기본 중의 기본
⑤ 채용~퇴직의 체계를 만들어 타사 사례, 양식, 트렌드, 각종 보고서 등의 컨텐츠 보유와 활용
HR담당자는 회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제도, 인력 운영을 해야 한다.
또한, 직책이 올라갈수록 직책에 맞는 역할과 일을 수행해야 한다.
내부 이슈도 중요하지만, 외부 이슈가 회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일상 업무의 완벽한 수행도 중요하지만, 방향이나 전략, 핵심 업무에 많은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항상 회사 전체를 생각하며 현장의 변화에 귀 기울여야 한다.
CEO가 무엇인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부르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되어야 한다.
“인사팀장이 본부장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회사에 대한 지식이다.” 이 한 문장에 모든 것이 담겨 있군요. HR 실무자들의 미래를 향한 고민의 한 축을 꿰뚫어주는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