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조선 사태를 통해 본 노사 상생

그 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A회사의 파업. 국가 보호 장치산업의 특성 상, 파업을 할 수 없는 회사의 14일간의 집단 파업은 많은 갈등과 교훈을 남기고 결국 끝났다. 최고의 급여와 복지 수준을 자랑하고, 직원들의 의식 수준과 신뢰 관계도 높던 회사였다.
강성 노조 위원장과 상급 단체의 만남이 하나의 불씨를 만들어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노사 협상은 이번 기회에 회사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자는 생각만 있을 뿐이었다.
협상할 수 없는 정치적 이슈를 들고 나온 상급 단체와 노조의 일방적 추진은 결국 장외 투쟁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임직원이 중단된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생산을 이어갔다.
자신들이 없으면 생산이 안될 것이라 생각했던 불안해진 장외 투쟁을 하던 노조원들은 외부 세력과 함께 동아줄로 정문을 떼어내는 등 진입을 추진했다. 투쟁에 참여하지 않은 임직원의 집에 각종
불법을 자행했다. 하지만, 직원의 안정과 이익을 위한 파업이 아닌 상급 단체에 의해 끌려가며 원하지 않는 투쟁이었기에, 파업 동력은 급격하게 약화되었다.
결국 조건 없이 회사에 복귀하며 파업은 종료되었다.
수시로 공장 진입을 노리는 파업 세력과 24시간 대처하며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남은 임직원은 14일 동안 퇴근을 하지 못하고 회사 안에서 숙식을 했다. 1/10밖에 되지 않는 인력으로 기계를 돌려 제품을 생산했다. 24시간 중 18시간 이상 근무를 하며 만들어 낸 성과였다.

파업은 이 회사에 많은 노사 관계의 변화를 초래했다.
첫째, 회사의 이슈는 회사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전 임직원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 내부의 일에 외부 조직이나 세력이 개입 시,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함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 회사는 상급단체에서 탈퇴하였다.
둘째, 자칫하면 노노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사태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생노사 문화 구축’으로 해결했다. 투쟁이 가져 온 피해를 몸으로 느꼈기에 상생노사가 얼마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셋째, 회사가 있어야 임직원도 노조도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회사의 소중함을 알게 한 계기가 되었다.
넷째,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투쟁 내내 지역사회의 비난과 냉랭한 눈총을 받아야 했다. 파업이 끝난 후,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지역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우뚝 서있는 이 회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대우 조선해양의 하청지회의 파업
대우 조선해양 하청지회는 6. 2일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6. 18일부터는 노조원 7명이 옥포 조선소 1독을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오던 대우조선 사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와 협력회사협의회가 7. 22일 협상을 타결하면서 1독(dock) 무단 점거 사태는 51일 만에 종료됐다. 노사 합의 사항은 협렵업체 임금 4~7%(평균 4.5%) 인상, 설 추석에 각각 50만원, 여름 휴가비 40만원 2023년부터 추가 지급, 폐업한 협력업체 소속 노조원을 다른 협력업체가 채용,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이다.

이번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손실 6468억원, 선박 11척 인도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271억 등 총 8165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파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모습이다.
최근 10년 사이 대우조선해양에 누적된 순손실은 7조7446억원이다. 1998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2000년부터 채권단 관리 체제로 운영되면서 11조원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회사이다.
공적 자금이 없으면 망한 회사이다. 2022년 1분기 부채비율은 546.6%로 3개월 전인 지난해 말(390.7%)보다 155.9%포인트 높아지는 등 재무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된 상태이다.
1분기 영업손실액은 4702억 원, 순손실액은 4904억 원이다. 1000대 기업 중 1분기 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동시에 낸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다.

이만하면 임직원과 하청지회가 국가와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 맞춰 조선 경기 활성화 호기에 파업으로 더 큰 피해를 준 것에 대해서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다.
부끄러울 줄 알아야 하는데, ‘대마불사’라고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아직도 과거의 영광 속에 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파업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고, 어떤 교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아닐까?

 

언제까지 투쟁의 노사인가?
우리나라의 기업 역사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전 세계 200위 밖의 못사는 나라였다.
당시에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에 의한 산업화 과정에서 근로자의 안정과 권익이 보장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2020년 지금 우리나라의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이며, 국가와 국민의 성숙도도 매우 높은 나라이다.
근로자의 안정과 권익이 아닌 글로벌 경쟁에서 차별적 우위를 가져가는 것을 고민하는 수준이다.
경쟁상대가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단계에 있다. 투쟁 위주의 노사관계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 나와 내가 속한 조직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는 망할 수밖에 없다.

상생의 노사 문화 구축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와 사만 잘한다고 달성될 수 없다.
국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을 가져가야 한다. 때로는 희생도 요구된다.
많은 이익을 낳았지만, 향후 미래가 불안하면 내부 이익 유보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경영층의 올바른 가치관과 방향제시, 결단력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중요하다.
한 부서에 책임을 맡기고 알아서 하는 과제가 아니다. 모든 부서와 구성원이 한 마음이 되어 한 방향 정렬을 해야 한다. 회사가 있어야 조직과 임직원이 있음을 알고, 지속 성장을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망한 다음에 남는 것은 불명예 뿐이며 잊혀지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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