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데 일이 많아 지친 리더가 있습니다. 달성해야 할 목표는 너무 높고 지시만 기다리는 구성원 하나하나를 이끌어 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합니다. 지친 삶의 하루 끝에 우연히 만난 현자에게 “도대체 무엇인 문제일까요?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현자는 따뜻한 눈빛으로 대답 대신 질문합니다.
“누군가가 신에게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 사람에게 용기를 주실까요? 아니면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까요? 만일 누군가가 가족이 좀 더 가까워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신이 ‘뿅’하고 애정이 샘솟게 할까요? 아니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실까요?” 이 질문은 ‘에반 올마이티(Evan Almighty)’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만약 현자가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일을 하게 하려면 주도적으로 일을 하게 할 기회를 줘야 하잖아!”라고 충고했다면 어땠을까요? 현자는 직설적인 답 대신에 질문을 통해 생각을 전환하게 합니다. 때로는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가르침보다 몇 마디의 질문이 훨씬 더 강한 효과가 있습니다. 코칭은 질문의 힘을 믿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상대방은 스스로 그 답을 찾을 힘이 있음을 받아드리는 순간 마법이 시작됩니다. 2년간의 경험한 비대면 시대에서도 코칭은 기존 대면 코칭방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이라면 좀 더 간명하게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도일까요? 구성원과 함께 ‘주도적으로 일하기’ 위한 리더의 본질적 역할 3가지를 소개합니다. 제가 경험하고 반성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코칭은 질문의 힘을 믿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이 그 질문의 답을 찾을 힘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마법이 열린다.
구성원에게 운전석 내어주기
코칭Coaching의 어원은 마차를 의미하는 ‘코치Coach’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코칭은 기차Train를 어원으로한 교육Training과 비교해 설명되곤 합니다.
경로가 이미 정해진 구간을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와 달리 마차는 승객이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경로와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습니다. 마차에 탄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코칭인 셈입니다. 즉 코칭에서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목적지로 향하는 운행 방법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에 코칭을 적용하면서 한때 큰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코칭의 어원대로 모든 구성원이 원하는 목적지를, 다양한 경로를 맞춤 속도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코칭의 전제대로 구성원만이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질문하면서 기다리기에는 직장 환경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위에서부터 명확한 미션이 주어지고, 빠른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책임이 존재했기에 코칭은 단지 성과와는 먼 착한 리더십이 아닐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구성원을 마차에 손님으로 태워야 할 것이 아니라 운전석을 내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인사책임자 50여명이 모인 특강에서 ‘조직구성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팀장이 아니라 ‘틈장’, 기업의 요구와 MZ세대의 요구 사이에 ‘확낀자’로 리더를 지칭할 정도로 리더 역할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확실성이 사라진 VUCA 시대가 되면서 이전의 성공 공식이었던 통제, 상명하복의 질서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한 명의 리더가 모든 답을 제시할 수 없어졌고, 절대적인 정답도 사라졌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구성원들은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등 비대면 근무를 경험했고, 나름의 일하는 방식을 찾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들 스스로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하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낯설게 보고, 새로운 시선으로 창의적 발상을 해 주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시키는 일에 군소리 없이 수동적으로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구성원을 동등하고 자발적인 주체로 보고 운전석을 내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문제해결자로 인식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운전석을 내어주기 위해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목적지 합의입니다.
목적지 및 현재 위치 공유하기
이제 리더의 자리는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이 되었습니다. 자동차 장거리 경주대회인 ‘랠리’를 할 때,

차량 조수석엔 각종 정보를 읽어주는 사람이 동승합니다. 이들은 운전자에게 목적지와 현재 위치를 상기시키고,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와 위험물을 알려줍니다. 리더의 경험으로 운전자를 도우면, 운전자는 안전하고 좀 더 여유있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초보 운전자에겐 도로주행 연습을 할 때 안내자처럼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운전자라더라도 매일 변하는 사막같은 곳을 지날 때 객관적 정보는 생명과 같습니다. 조직에서는 리더가 이러한 객관적 정보를 제시하여 구성원들이 목적지에 효율적으로 다다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제가 속해있는 조직에서는 주간회의와 매주 진행하는 일대일 미팅에서 목적지와 현재 위치를 상기시킵니다. 이때 리더는 목적지에 효율적으로 갈 수 있도록 구성원이 하는 일 중 쓸데없는 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가치 없는 일을 파악해 제거합니다.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합의합니다. 구성원이 운전자가 될 수 있도록,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하고 때로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구성원들은 조직 전체 일정에서 자신의 업무의 진행사항을 공유한 후 일을 통해 어떤 의미, 재미, 성장을 했는지 경험을 나눕니다. 화상이든 대면이든 일대일 미팅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대일 미팅에서는 리더의 인정표현과 질문이 중요합니다.
인정, 설명, 질문하기
첫째, 구성원에게 에너지를 주는 언어인 ‘인정 표현’을 한다. “아! 그래서 그랬군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좋네요! 힘들었을 것 같아요”와 같은 표현들입니다. 또는 “김 대리의 정리 잘하는 그 능력을 그때 사용한 거군요?”와 같이 구성원의 강점을 표현합니다.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구성원은 위로를 받습니다. 리더의 인정만으로도 구성원은 자신감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성원에게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믿어야 진짜 인정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일을 제시할 때 이유를 설명합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랭거(Ellen Langer)는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부탁할 때 이유를 말하면 더 좋다는 인간의 행태에 대한 이론을 증명하는 ‘복사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정말 급해서 그러는데, 복사기 좀 먼저 사용해도 될까요?”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말해도 94%의 사람들이 양보를 합니다. 합리성 여부보다는 이유를 말해 주었다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하다못해 복사 순서를 양보할 때에도 이러한데, 자신이 몰입해야 할 업무의 목적을 듣는다면 구성원들은 더욱 자신이 존중 받는다고 느낄것입니다. 존중은 ‘함께’의 시너지를 증폭시킵니다.
셋째, 지시하기 전에 열린 질문을 합니다. 질문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끝낼 건가요?” 질문이지만 지시로 느껴집니다. “마감일까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무엇을 다르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구성원들을 더 주도적으로 만들고 성과를 더 좋게 하는 것은 추궁이 아니라 마중물 같은 질문입니다. 질문은 생각을 확장시키고 관점을 전환하게 해 풀리지 않던 문제를 그 해결하고 성과를 높입니다.
비대면 시대의 구성원은 모두가 자가운전자가 됐습니다. 이제 리더들은 구성원들을 승객이 아닌 운전자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비대면 시대의 리더들은 상대방의 얼굴, 몸짓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대면 시대보다 더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더 자주 목적을 공유하고, 더 많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리더의 코칭 언어 3가지_인정, 목적 설명, 질문_만 실천해도 비대면 환경에서 리더십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리더도 때론 실수할 수 있고, 평가받을 수 있고, 질문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배우기로 선택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군가를 충분히 도울 수 있습니다.
– [퀘스천 –가르치지말고 질문하라] 서수한 p.317
[HR Insight 21년 9월 ‘새로운 일터의 도래 하이브리드 워크’에 기고한 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