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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된 일을 하며, 1-2년 차엔 잘 몰랐고, 나중엔 안다고 자만하고, 그러다가 여러 번 좌절하고, 10년이 지난 이제야 ‘잘 모르겠다’는 것을 인정하고 여전히 배우고 고민중인 브랜드,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국어로 번역하면 ‘소통’쯤 되는 이 말은, 사실 업계에서 그 본의가 왜곡되고 편의에 따라 오염된 범용어 중 하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맡은 책무를 막론하고 물론 2번일 것이다. 핵심 키워드인 ‘진정성’은, 커뮤니케이션의 ‘질’과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무엇이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일까 하는 고민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이 대체 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좋겠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전달일까, 홍보일까, 대화일까, 아니면 이 모든 행위일까? 라틴어로 ‘공유한다, 나눈다’는 의미인 communis, 그리고 이로부터 발전된 ‘공동체(community)’라는 단어의 파생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은 전달보단 ‘나눔(share)’에 가깝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일상 대화, 회사생활, 공동체 등, 우리는 늘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말(words)을 나누는 것은 그 과정 중 일부이다. 우리는 ‘마케팅’, ‘브랜딩’, ‘외부’ 혹은 ‘내부’와 같은 표현을 앞에 붙여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구분한다. 일반적인 설명을 참고하자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홍보, 협찬, 전시, 판촉 등 행의를 뜻하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채널과 스토리 마케팅’을 포함한다. 이 정도면 모범 답안일 수는 있어도 여전히 의문을 깔끔하게 지우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어떤 생각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마크 페인(Mark Payne)은, ‘브랜드는 의미의 총체이자 모호함의 결정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브랜드는 그걸 내세우는 것의 의미이고, 의미는 ‘스토리’로부터 부여된다. 즉,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의미, 혹은 스토리를 나누는’ 것 정도가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그러니 브랜드 커뮤니케이터는 스토리 셰어러거나, 적어도 ‘스토리텔러’의 자질이 필요하다.

 

#컬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대한 이해로부터, 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유용한지 납득이 될 것이다. 둘은 다른 직무 영역에 속하며 그 대상이 다를 뿐이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더 비중 있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의(本意)인 ‘나누다’와 함께 쓰이는 대상으로 마케팅 보단 ‘브랜드’가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스토리로 대체하면 더 말이 된다. 스토리를 나눈다, 대화를 나눈다, 문화를 나눈다 등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사내(인터널)’은 어색하다. 그러니 회사 내부에서 시도하는, 조직문화 개선의 목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컬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르고 또 발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브랜드 저널리즘

저널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사람들은 신문이나 매거진과 같은 언론 매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저널은 ‘일상 속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이를 전하는 매개체, 혹은 그 행위’를 대표한다. 프랑스어로 ‘매일’을 뜻하는 ‘journee’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브랜드의 영역에서 좀 더 전문화됐다.

– ‘Brand Communication’, by Unitas Brand

 

유니타스 브랜드의 <Brand Communication> 에서는 브랜드를 다루는 커뮤니케이터를 ‘소설가’에 빗대며, 그 주인공으로 누굴 삼을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소비자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들의 경험을 메시지화 하고, 경험이 투영된 브랜드가 문화를 이끌도록 노력한다.

여행을 테마로 성공한 두 플랫폼이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야놀자의 팔로워 수는 43만, 그리고 여기어때의 팔로워 수는 9만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두 서비스의 페이스북 팔로워 규모의 차이를 만든 것이 무엇일지 콘텐츠를 살펴봤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광고다운 광고는 여기어때에 더 많았고, 유익한 정보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는 야놀자에 더 많은 느낌이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페이스북 페이지 (2023년 2월 현재)

 

‘충주시’는 비슷한 인구규모를 지닌 타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이며,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인구 수십, 수백 배가 넘는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도 월등한 소셜 커뮤니케이션 성과를 자랑한다.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 미디어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는 충주시의 콘텐츠는 전통적 기관의 모습인 ‘정식’, ‘권위’, ‘진지함’보다 ‘의외’, ‘탈권위’, ‘진정성’등 좀 더 친화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우리들의 모습을 독특한 언어로 표현해 파급력이 컸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와 서울시, 이천시청 페이지의 비교

 

조직문화 단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이와 같은 브랜드 접근방식이 유용하다. 이때, 당연하게도 소설 속 주인공은 직원들이다. 주인공이 ‘아무개’인 이야기는 건조하고, 어떤 진정성이나 감동이 느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로 보이지 않는 광고의 비중이 전체 콘텐츠의 70% 이상을 차지해, 소비자(직원)들로부터 차단당하지 않을 미디어 성향을 발전시키는 것의 시작은 그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짓는 것이다.

배민, 빙그레의 소비자 참여 커뮤니케이션과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사례

 

회사의 공용 냉장고에 직원이 자신의 식품을 보관할때 사용하도록 라벨 스티커를 제작하며, 채워바나나와 같이 동료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1+1 상품과 같은 프로모션 제품을 구매하고, 지금 먹지 않는 제품을 동료들에게 선물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의도한 것이다.

직원을 직접 조명하고, 만나서 취재하고, 다양한 형태의 스토리를 만드는 일련의 작업이 회사의 메시지를 주로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하거나, 선정된 대표성을 지닌 인물 (고성과자, 전문가, 고위직급자 등)만을 인플루언서로 삼고, 정제된 언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모호한 것들의 총체가 곧 브랜드이자 스토리이므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생각할 땐 그것을 조금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명료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경험했던 이야기, 그들 주위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 ‘자신’의 이야기.

 

미디어

스토리가 개발됐다면 적절한 방식으로 전파해야 한다. 이야기는 전해지며 더 풍성해지고, 다양해지고, 감동의 질량도 커지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저널과 같이 특정 이미지 속에 갇힌 개념이다. 미디어(media)의 어원은 ‘중간’의 의미인 medium이며, 중간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를 의미한다. 언론, 잡지, 유튜브도 미디어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여러 형태로 편집해 전하는 컬처 커뮤니케이터도 미디어다. 

 

컬처(채용) 브랜딩을 위해 여러 미디어를 통해 회사의 문화를 홍보할 때 유용한 것이 직원 인터뷰다. 앞서 이야기한 브랜드 저널리즘의 사례들로부터, 직원이 직접 참여해 경험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그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높다. 이야기를 담고 확산할 미디어로 웹 매거진을 허브 플랫폼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미디어 링크(link)로 삼고,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 홍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꿈꾸던 회사

“제가 너무 꿈꾸던 회사예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서적을 비치하고, 책마다 다음 읽을 이에게 남기는 동료의 짧은 서평과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꽂아둔 책이 있는 공간에서, 매주 혹은 매 달 열리는 북 토크에 참여해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컬처 살롱’기획을 들은 동료가 한 이야기다. 이런 기획은 인적 자원과 자본,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사실 담당자의 관심과 진정성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 모든 것이 갖춰지더라도 문화가 되려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확산이 꼭 필요하다.

매거진에 가득 담긴 그들에 의한 ‘그들의’ 이야기 – SAPPLE

 

플루토의 딜레마

명왕성은 오래전에 태양계 행성이었다. 미국에서 발견한 첫 번째 행성으로, 발견국인 미국이들이 사랑하여 신화에 등장하는 명계(冥界)의 왕 플루토(Pluto)라는 멋진 이름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2006년 이후에 명왕성은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강등 분류됐다. 명왕성이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으므로, 현재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해 8개의 행성만 존재하게 됐다.

또 다른 왜행성 에리스(Eris)는 명왕성보다 아주 조금 작다. 관측 기술이 발달하며, 명왕성의 크기가 웬만한 행성의 위성들보다도 작고 질량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논란 속에 행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리스를 10번째 행성으로 인정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불씨를 키웠고, 결국 명왕성을 비롯해 에리스까지 작은 행성이라는 의미인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에 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논란을 증폭시킨 행성 2003 UB₃₁₃ 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라는 이름이 붙을만했다) 

이런 인류 천체사에서 중요한, 대표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명왕성. 그런데 드는 의문은, ‘명왕성은 과연 그 사실을 알까?’ 이다. 정확하게는 ‘이게 다 무슨 의미인데?’이기도. 그런 관점에서라면 원래 거기에 있었고, 앞으로도 지구에 사는 사람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태양의 주위를 돌며 태양계를 이룰 명왕성을 둘러싼 논쟁도 의미 없는 일일지 모른다. 적어도 그 시절 처음 별의 존재와 태양계를 접했던 이들은 여전히 ‘명왕성’을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으로 기억하고, 지금은 왜행성으로 분류되어 9번째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존재하며 구전되는 변하지 않는 존재는 우리가 ‘본질’이라 부르는 것들이 아닐까? 우리가 그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숙성시킬 때 비로소 그 과육을 누릴 브랜드,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처럼.

※이 글은 2월 22일 원티드 인살롱 필진 모임에서 강연한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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