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준작가, 그림: 커피

 

“반말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상대를 하대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존댓말을 써요.”

회사 생활하면서 초면에 반말을 못 들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이, 연차, 직급 파워가 강한 한국의 기업문화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습관이 되어 반말이 입에 붙었거나 선배를 따라 하다 보니
후배한테 반말하는 것이 공식이 돼버렸다.

혹자는 반말을 해야 상대를 허물없이 대 할 수 있고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분께는 후배에게도 똑같이 반말할 수 있게 기회를 주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허물없이 더 빨리 가까워질 것이다.
수평적인 문화는 둘 다 반말을 하거나 존댓말을 하는 것이 어울리겠다.

동등한 눈높이에서 눈을 마주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과거에 통했던 방식이 지금도 통할 거라는 가정은 착각일 수 있다.

우체부의 편지를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었던 시대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클래식’은 제목처럼 그 시절 러브 스타일을 잘 표현했다.
영화 속 조승우는 친구 이기우를 대신해서 연애편지를 써 준다.
손예진이 편지를 쓴 게 조승우라는 것을 알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손편지는 그 시대에 누릴 수 있는 낭만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이자 흔한 사랑법이었다.

반면, 같은 영화 속 현재를 사는 조인성은 편지 대신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 또한 그녀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고 역시나 통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손편지를 쓰거나
그녀의 집 앞에서 기약 없이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그때는 그 때라서 더 아름답다.

 

 

 

괴롭힘의 도구, Power Harassment(힘 희롱)이란,
직장에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상사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다음 백과사전).

폭언, 폭행, 성희롱, 강압적인 지시 등 불법적이고 나쁜 행위들이
Power Harassment에 의해 나타 날 수 있다.
특히 상사가 업무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구성원들의 사적인 영역까지 터치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직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상사가 후배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업무시간 외 개인 시간을 뺐거나 사생활에 대해 결정을 강요하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재밌자고 던진 농담이 수위를 넘어 주인공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사무실에서 한참 어린 후배가 노총각 상사에게
빨리 장가나 가시라고 면박을 주었다면 어떨까.
그는 동료들 앞에서 창피했고 상황이 반복되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아 업무 지장은 물론 인생의 위기가 되었다.

이때 후배가 상사보다 힘이 없으니 Power Harassment가 아닐까.
만약 가해자가 피해자의 차상위 상사였다면 Power Harassment가 성립되는 걸까.
즉, Power Harassment는 괴롭힘의 도구에 불과하다.
이를 사용해서 행하는 폭언, 폭행, 성희롱, 강압적인 지시 등은 누구라도 불법이고
용서받기 어려운 죄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반말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하대하게 될까 봐 존댓말을 사용한다’는 말속에는
상사로서 후배를 하대하면 안 된다는 윤리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

근로자는 회사와의 계약에 의해 보상을 받고 일을 한다. 상사와 노예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상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징계를 받아 직장을 잃고 법적인 책임까지 물고 싶지 않다면
이를 꼭 기억하고 스스로를 괜찮은 상사로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리더는 같은 무리의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대표한다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
최재천 교수의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책 속 경영 십계명 중 하나이다.

그는 여왕개미의 행동으로부터 수평적인 리더 모습을 발견했다.
여왕은 나를 따르라 식의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일개미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내어 준다.

회사로 치면 조직의 가치와 방향을 공유하고
실제 목표 달성 과정의 업무는 알아서 하게 하는 것이다.
각 영역의 전문성을 신뢰하는 것이다.

혹자는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라고 오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수직적인 리더보다 오히려 더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왕의 의자에서 구성원 틈으로 내려와 직접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설국열차’처럼 리더를 만나기 위해 수많은 칸과 문고리들을 통과하지 않아도
‘스트리터 파이터’ 게임의 끝판왕을 꼭 차례대로 깨고 만나야 하는 법은 없다.
구성원 모두는 리더이기 이전에 공동체의 일원인 멤버이다.
모두 같은 원칙을 따르고 서로 합의한 공통된 비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리더와 구성원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 신뢰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공동체 리더십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리더 ‘시저’는 같은 무리 속에서 이미 공존하고 있다.
그는 실수한 유인원에게 용서의 뜻으로 손을 잡아준다.

리더에게 바라는 진정한 관심은 상사로서 간섭이 아니라
동료로서 (상대가 신뢰받고 있음을 느끼는) 공감으로부터 온다.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지시와 명령이 중요하다.
그래서 왜 지시를 했는지 목적을 아는 것보다 어떻게 그것을 행할지를 더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상호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의 양과 횟수가 적고 전달 시간도 짧은 편이다.
‘위에서 시킨 일 = Free Pass’라면 수직적인 조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일회성이 아니라 오고 가는 피드백이 많은 편이다.
다른 의견을 하나로 좁히기 위해 많은 정보의 공유가 필요한 법이다.

예컨대 어느 리더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하겠다고
구성원으로부터 사전 질문을 받았다. 받은 질문들을 하나도 거르지 않고 각각 답변을 전달했다.
구성원들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질문을 가려서 답변을 해야 한다’,
‘답변이 질문의 핵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등 반대 의견과 추가 질문이 쏟아졌다.

그때 그는 다시 한번 그 피드백을 모아 각각 답변을 해주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부정적인 피드백은 줄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늘었다.
여전히 불만을 가진 구성원은 있었으나 일회성으로 끝날 거라는 오해가 풀렸고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할 거라는 편견이 깨진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또 한 번 답변 시간을 가졌다. 결국 불만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대부분은 자신의 얘기가 리더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와 같이 정보가 공유될 때 구성원들은 서로 간 신뢰를 형성하고 나아가 협력하여
조직 및 직무에 몰입하게 된다(차영덕, 2010).

수직적 마인드는 보수, 수평적 마인드는 진보로 꼭 매칭 되진 않는다.
수직적 마인드의 사람이 주로 보수 성향을 띨 수 있겠으나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급진적인 변화는 반대해도 수평적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
마치 딸과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아빠지만 딸의 귀가시간만큼은 양보하지 않는 모습처럼 말이다.

조직의 가치, 목표, 구성원들의 특성에 따라 수직적과 수평적 문화 중 어느 것이 적합할지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더라도 술과 음식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는 페어링(Pairing)처럼
수평적 조직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잘 맞는 짝이다.

 

 

 

한국의 대학교 캠퍼스를 둘러보면 각 대학별로 건물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
시대가 바뀌며 학생들의 성향도 변하는데 새 건물들은 계속 닮은 디자인으로 지어졌다.
알고 보니 그동안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했으나 대학교 총장이 계속 같은 사람이었다.
의사결정권자 눈높이의 한계였다. 이처럼 리더가 꼭 정답은 아닌 법이다.

반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면 갑작스럽게 왕이 된 광대의 인물(하선)을 통해
자세를 낮추는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준다. 하선은 왕이 먹고 남긴 음식으로
수라간 궁녀들이 끼니를 해결한다는 사실을 알고 팥죽 한 그릇만 먹고 만다.
본인을 낮춘 행동이며 자신의 입장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였다.

중전을 없애려는 반대 세력에 대해 진짜 왕은 본인의 목숨을 걱정하여
대신들이 길을 막을 때 아무 행동도 못한 반면에
가짜 왕(하선)은 대신들의 등을 밟고 뛰어가 중전의 손을 잡고 궁을 빠져나간다.
본인의 목숨보다 지아비로서, 왕으로서 지켜야 할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였다.

호의 무사 도부장이 하선을 의심하여 목에 칼을 겨누었다가
오해였음을 깨닫고 자살을 시도하다 기절하고 만다.

하선은 자신을 의심한 거나 죽이려고 한 것은 죄가 아니며
왕의 목숨을 지켜야 할 도부장이 먼저 죽으려 했다는 점이 죄이고
왕을 지키려면 도부장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용서한다.

무안하고 미안해할 도부장 입장을 배려하고
등을 돌린 신하를 오히려 감싸 안는 리더십이었다.

결국 하선은 그들로부터 충성을 받을 수 있었다.
지위나 강제적인 힘이 아닌 배려의 행동이 또 다른 배려의 행동을 낳은 것으로
리더의 자기희생을 구성원들이 닮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리더의 배려가 구성원으로부터 내재적 동기부여를 만들었고
쌍방향 공동체 의식까지 형성했던 것이다.

누구나 하선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존중하며 봉사·헌신하는
서번트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으나 사회와 환경에 의해
리더는 지시와 명령을 해야 하는 수직적 리더관을 갖게 되었다(최남례, 2005).

권력이 구성원의 의견과 관계없이 지위나 강제적 힘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게 강제하는 능력이라면,
권위는 인격을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기꺼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Hunter, 김광수 역, 2006).

서번트 리더십은 배려를 통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자기희생까지도 감내하게 하는 내재적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

하선은 땅을 많이 가진 자가 조세를 많이 내는 대동법 실시를 강조했다.
욕심 많은 관리들로부터 반대에 서서 약자 편에 서는 자세를 보여 주었다.
명 황실에 공물과 궁녀를 바치고, 명과 금의 전쟁 지원에
2만 명의 백성을 보내자는 대신들에 맞서 호통을 친다.

백성의 대표로서 사대의 명분이나 관리들의 이익보다는
백성 전체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리더의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고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오.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은 더 소중하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세상을 보는 렌즈

이슬비가 내리고 하늘이 흐려도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옅은 회색 빛깔의 배경에도
소소한 사연이 담겨 있을 만한 지붕 있는 집이었다
고요한 풍경은 한결 마음의 여유를 즐기기 충분했다

‘하늘이 쨍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다음 날, 화창하고 푸른 하늘 아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그러나 어제의 운치를 느낄 수는 없었다
같은 시각, 동일한 장소였다

나의 감정, 내가 바라보는 렌즈가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렌즈로 세상의 중심을 본다

당신이 나를 보는 렌즈로 나를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 잠시 멍 때려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나의 마음은 여전히 건강하다

타인의 눈에 의한 평가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고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은 무지개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당신에게 그것이 아름답고 설레일 때 그 감정을 기억하자
마음이 얼마나 동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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