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서재『2천 권을 읽으면 알게 되는 것들 』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물건은 책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물건은  책


유일하게 가격표를 보지 않고 사는 물건이 있다. 바로 책이다. 책 한 권의 가치를 얼마로 환산해야 할까. 사실 환산이 어렵다. 굳이 환산을 해야 한다면 동그라미가 자꾸 늘어 숫자를 못 읽겠다. 별 하나를 얼마로 환산해야 할까. 달의 가치를 얼마로 환산해야 할까. 가격 환산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사람의 영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소중한 가치가 어찌 금액으로 표현이 될까. 책이란 마치 이와 같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요. 태양이요 달과 같은 것이다.


 

 

책은 맛있게 먹으면 그만 

 

책을 읽고 나면 기억이 안 난다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책 내용을 꼭 기억해야만 할까. 책은 음식과도 같다. 아침에 먹었던 반찬을 꼭 기억해야만 할까. 맛있게 먹으면 된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면 된다. 책 내용을 기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웠으면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전공서적이 아닌 교양서적을 의미한다. 책 안에 들어간 재료를 기억하기보다는 책 맛을 기억하면 된다. 요리를 먹을 때 음식에 들어간 재료를 따지기보다는 그윽한 맛의 풍미와 분위기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 맛과 분위기가 우리를 다시 오게 이끌지 않던가. 책도 마찬가지다. 그 맛과 분위기가 좋으면 다시 찾게 되어있다. 독서의 습관은 책 맛을 아는 것이 먼저다. 맛을 알면 습관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을 읽을 때는 늘 자신에게 자유로움을 주어야 한다. 하루에 몇 분, 하루에 한 권 읽기, 강제성을 주게 되면 몸은 힘들어한다. 독서를 하는 목적이 영혼의 자유로움 아닐까. 자유로움 대신 강제성을 부여하면 작심삼일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은 자유로울 때 실력 발휘가 된다. 강제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자유로움 안에서 자발적인 약속이 우러나올 때다. 타인에 의한 약속이 아닌 스스로의 약속이다. 하루에 몇 분 읽기, 한 달에 몇 권 읽기의 목표는 독서의 맛을 알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스스로 우러나온 약속이어야 한다. 우러나지 않는다면 강제성보다는 자유로움을 추구할 때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해진 틀 없이 그냥 먹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밥을 먹고 끼니 수를 세지 않듯 말이다.

 

 

독서법에는 정답이 없다

독서법에 정답이 있을까? 독서에서 만큼은 자유로웠으면 한다. 내 영혼이 가장 자유로워야 할 시간에 자꾸 무엇 무엇하는 법을 두게 되면 그것은 내 자유를 가로막는다.  내 몸이 원하는 데로 맡기면 된다. 독서를 하다 보면 독서법은 진화한다. 그 진화라는 것이 꼭 더함이 아니라 빼기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 정해놓은 틀 속에서 한 발짝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서야 말로 내 영혼의 안식처, 쉼이 아니던가.

나의 독서법은 정독이다. 밑줄을 긋고 메모한다. 나에게 펜이란 없어서는 안 될 도구다. 펜이 없으면 아예 읽질 않으려 한다.  밑줄을 긋지 않고서는 다음 숲을 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과 펜은 늘 짝꿍이다. 행여나 도망갈까 밑줄로 붙잡아 둔다. 빈 여백은 메모의 공간이다. 내 생각을 꺼내는 곳이다. 아이디어를 적기도 하고, 나의 다짐을 적기도 하고, 아이를 위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저자와의 다른 견해나 의문 난 사항이 있으면 내 생각을 적어둔다. 활자가 맘에 들면 똑같이 써보기도 한다. 낭독으로 여러 번 되풀이해도 뭔가는 부족하다. 몸에 새기는 데는 필사가 최고다. 필사 노트를 대신해 책에 그대로 적어본다. 저자의 맞장구를 적기도 한다. 웃는 표시를 하기도 하고 슬픔 표시를 하기도 한다. 책을 보다 궁금한 인물이 나오면 ‘더 찾아볼 것’이라고 메모하기도 하고 인용된 문장이 마음에 들면 ‘이 책은 읽어볼 것’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혹은 저자의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저자분의 책을 모두 사보기도 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게 되면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할 책 목록이 나오게 된다. 책이 책을 부르는 셈이다.


                                                              독서란 내 영혼을 웃게 하는 것

특히나 옛사람을 좋아한다. 옛 글의 넓고 깊은 맛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직접 만나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같은 세대의 인물이 아니거늘. 인간의 삶이 천년만 되었어도 몇 분은 만날 뵐 수 있었을 텐데.. 늘 아쉬움이 있다. 책으로라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KIRD(국가 과학기술인력개발원) K-클럽, 인터뷰로 만난 세분의 독서법을 공유해 본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의 독서법이다.

“저는 한번 고른 책은 무조건 끝까지 봅니다. 그 책이 마음에 들던 들지 않던 말입니다”  

한양대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독서법은 이렇다.

“저는 읽기와 쓰기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읽다가 쓰다가, 쓰다가 읽다가 합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황농문 교수의 독서법이다.

 저는 신중하게 선택하고 한번 선택한 책은 몇 번이고 읽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긋고 기억할 내용이 있으면 노트에 적으며 제 생각도 적습니다. 이 처럼 메모하고 의문 난 부분에 물음표도 쳐야 하므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의 독서법은 이렇게 다르다. 그런데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독서법이야 개인의 취향이지만 가급적 정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 분 역시도 정독을 하고 계셨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정독을 하지 않으면 먹은 것 같지가  않다. 내 경우는 음식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마치 음식을 씹지 않고 음식 향만 맡은 기분이다. 되도록 정독을 추천한다. 많이 먹기보다는 적게 먹더라도 꼭꼭 씹어먹길 추천한다. 책의 권수는 중요하지가 않다. 먹다 보면 자연스레 쌓이는 것이고, 우리가 그간 먹은 음식 수를 셀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어쩌면 내가 먹은 밥그릇수 세는 것과도 같다.  나 역시도 독서한 지 17년이 되던 해에 글을 쓰며 되돌아본 것 뿐이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적용’이다. 먹은 것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해볼까. 무엇을 데려와볼까. 책에서 뽑은 키워드도 좋고, 스스로 뽑은 키워드도 좋고, 내 조직에 내 삶에 반영을 해보는 것이다. ‘책 한 권에 실행 하나’는 어떨까. 책의 위력은 내 삶에 반영된 작은 습관의 변화들이 모여 큰 거인을 만든다.  책의 힘을 믿어야 한다. 


 

https://brunch.co.kr/@sokkumplay/275 달빛서재 브런치에서도 함께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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