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ide of HR 3탄 –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

(이미지 출처: https://dezyhuvewoli.maghreb-healthexpo.com/organizational-silence-7183cv.html)

 

“자, 다른 의견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봐”
“…….”
“그래, 별다른 의견이 없으니 다들 동의하는 것이군. 이 건은 이렇게 진행하지.”

회의실에서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다. 이는 동시에 리더들이 가장 자주하는 착각 혹은 자기 합리화의 장면이다. 우리는 ‘단순히 의견이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의견이 있음에도 침묵하는 것’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후자를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 현상이라고 말한다.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이란 구성원이 특정 사안에 대한 의식생각견해아이디어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동기나 태도로 인해 발언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Morrison & Milliken, 2000).

 

사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조직침묵 현상은 기업과 학계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기업에서는 침묵의 부작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학계에서는 침묵을 개념적으로 단순히 ‘발언의 부재’로 치부하거나, 측정의 어려움이 있어 주목 받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로 침묵행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개념이 정립되고, 측정도구가 개발된 이후,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실증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이번 아티틀에서는 조직 내 침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직침묵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1. 침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란 무엇일까?

 

앞서 설명했듯이 조직 내 침묵을 단순히 말의 부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사표현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조직심리학자인 Pinder와 Harlos(2001)은 조직 구성원이 침묵하는 원인(동기)이 무엇인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방어적 침묵(defensive silence)이다.
이는 발언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하여 선택되는 침묵이다. 대표적인 것이 감정손상 회피와 업무손실 회피, 동조 현상이다. 쉽게 말해 다음과 같은 경우다.

괜히 말해봤자 욕이나 먹을게 뻔하니 가만히 있자’
‘안 그래도 바쁜데 의견 제시하면 분명 나한테 시킬 게 뻔해’
‘다 가만히 있는데 괜히 혼자 반대하는 의견 말했다간 팀장님한테 찍힐지도 몰라’

두 번째는 체념적 침묵(acquiescent silence)이다.
이는 발언해보았자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 여기는 비관적 동기에서 선택되는 무심함과 자포자기 성격의 침묵이다. 대표적인 것이 학습된 무기력함, 낮은 자기확신, 관심 결여 현상이다. 순서대로 다음과 같은 내적 상태에서 기인한다.

‘말해봤자 어차피 반영되지도 않을 걸, 말해서 뭐하나, 어차피 답정너임’
‘나보다 과장님이 훨씬 전문가인데, 괜히 말했다 틀리면 어쩌지. 그냥 가만히 있자’
‘내 일도 아닌데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자. 김대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물론 이에 더해 친사회적 침묵과 순응적 침묵 등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타적인 침묵행동도 있지만, 본래 조직침묵의 정의와는 약간 결이 다른 개념이기에 여기서 다루지는 않을 예정이다.)

 

 

2. 침묵행동의 측정도구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조직침묵 현상이 주목을 받게 되고, 측정도구가 개발되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측정도구는 Van Dyne과 동료들이 2003년에 개발한 도구이다. 다음과 같이 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념적 침묵 측정 문항]

  • 나는 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남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 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아이디어를 제시 하더라도 개선이나 변화되는 경우를 본적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 나는 업무와 관련하여 말을 한다고 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 나는 업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것을 건의 하더라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방어적 침묵 측정 문항]

  • 나는 결과가 나쁠 것을 염려되어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 나는 내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 걱정되어, 업무처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 나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올 것이 염려되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 나는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 등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이 측정 도구는 리커트 5점 척도로 개발되었는데, 상기 문항을 토대로 회사의 문화에 맞게 워딩을 수정한 후 자신이 속한 조직의 침묵현상을 진단해보는 것도 조직 개발을 위한 좋은 접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상을 알아야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개선점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3. 조직침묵이 미치는 영향

 

이러한 조직침묵 현상을 방치하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외 실증 연구들을 살펴보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먼저 조직관점에서는 정보 공유와 소통을 저해시켜 창의성 발현이 어려워지고, 비윤리적 현상을 묵인하거나 암묵적인 갑질을 용인하게 되며, 결국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잃게 된다. 개인 차원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존감을 저하시키고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여기게 되어 결국 몰입하지 못하고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일관하거나 주변 동료에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본인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의 성장과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에서도 2010년 이후로 조직침묵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약 200여건이 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20년 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실증연구들을 메타 분석한 주요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고대유,  2017; 고대유·조정연,  2020).

  • 국내기업에서 조직침묵 현상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사의 비인격적인 감독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또라이 상사 앞에서는 아무도 말을 안하게 된다는….)
  • 조직침묵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요인으로는 절차공정성이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거나, 절차가 일관적이고, 윤리적이며,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느낄 때 침묵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 체념적 침묵이 방어적 침묵보다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국내 직장인들이 발언이 초래할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학습된 무기력함 등 비관적 체념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왠지 슬프다)
  • 조직침묵의 결과로는 반사회적 과업행동이 늘어나고(업무태만, 절도, 파괴행위, 루머 유포, 대인간 공격 등), 조직시민 행동(자발적으로 조직에 기여하는 행동)이 줄어들게 된다.
  • 조직침묵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공공보다 민간기업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ko-kr/photo/4587991/)

 

4. 조직침묵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그렇다면 이런 조직침묵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당연히 전반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바꿔주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단기적인 노력 역시 필요하다.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실질적인 제언을 몇 가지 드리고자 한다.

첫째, 리더의 노력이다.
조직 내 리더들에게 딱 2가지 행동을 해보라고 권장해보면 좋겠다. 한가지는 칭찬과 질책의 비율 조절이다. 칭찬과 질책의 비율을 6:1로 조절하고자 의도적으로 노력하며 긍정적 피드백의 비율을 늘려가다 보면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어 침묵 행동이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한가지는 침묵의 순간 견디기이다. 특히, 회의시간에 정적이 흐르는 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의견이 있는지를 묻고, 속으로 최소한 5초 이상은 기다려보길 권한다. 대부분의 리더는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달싹거리는 팀원의 입술을 짓눌러버린다. 입이 열리는 진실의 5초를 여유를 갖고 따뜻한 눈길로 기다려보라.

 

둘째, 상호 간의 노력이다.

리더와 구성원 간, 구성원과 구성원 간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 같은 땅을 밟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호 이해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부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캐쥬얼한 팀 미팅 방식이든, 워크숍 방식이든 해당 조직의 문화와 여건에 따라 판단하여 시행하면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소통의 장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직침묵 진단도구를 활용하여 현상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대화의 마중물로 삼아도 좋다. 왜 같은 조직 내에서도 부서 별로 인식하는 침묵행동의 정도가 다른지, 리더와 구성원은 어떤 항목에서 Gap이 벌어지는지, 팀원 간 차이 나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등 대화가 이어지다 보면 그 자체로 소통이 시작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ko-kr/photo/6457544/)

 

할많하않 증상으로 벙어리 냉가슴 앓이하는 직장인들이 너무도 많다.
할말이 많지만 꾹꾹 참다보면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다.
할말은 하고 살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사회학의 선구자인 찰스 호튼 쿨리가 무려 112년 전에 이미 강조하지 않았던가

커뮤니케이션이란, 인간 관계가 존재하고 발전하는 모든 메커니즘이다(Cooley, 1909).

 

 

 

 

지난 글 보기>
Dark side of HR 1탄 – 이제 신입사원 조직전력화는 버려라

Dark side of HR 2탄 – 심리적 안전감이 오히려 조직을 망칠 수도 있다

 

다음 글 예고>
Dark side of HR 4탄 – 전임 리더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리더들

 

 

 

* 참고문헌

고대유. (2017). 한국의 조직침묵 연구에 관한 메타분석. 한국행정연구26(1), 95-132.

고대유, & 조정현. (2020). 조직침묵의 결과에 관한 메타분석. 한국정책연구20(3), 131-156.

Cooley, C. H. (1909). The significance of communication.

Dyne, L. V., Ang, S., & Botero, I. C. (2003). Conceptualizing employee silence and employee voice as multidimensional constructs.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40(6), 1359-1392.

Morrison, E. W., & Milliken, F. J. (2000). Organizational silence: A barrier to change and development in a pluralistic world. Academy of Management review25(4), 706-725.

Pinder, C. C., & Harlos, K. P. (2001). Employee silence: Quiescence and acquiescence as responses to perceived injustice. In Research in personnel and human resources management. Emerald Group Publishing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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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상
필진
강지상
15 일 전

와~ 5초 기다리기!!! 4편도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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