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1편)
‘세상에 사람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지금 이 상황에선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사의 길은 늘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인사(人事)의 중심인 사람이 놀라울 만큼 복잡미묘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의 일에 통달했다고 생각해도, 예상치 못한 일, 내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 금세 일어나곤 합니다. 이러한 인사에서 순간 순간에 가장 알맞은 길, 올바른 길을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을 훌륭한 인사담당자인 여러분만 해온 것은 아닙니다.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동서양의 수많은 현자들, 그리고 학자들은 심오한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고찰해왔고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탐구해왔습니다. 지금 당장 눈앞의 조직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잠시 여유를 가지며 인문학의 숲을 거닐어보세요. 오랜 시간 쌓여온 현자들의 지혜를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나의 문제를 풀어줄 새로운 실마리를, 혹은 혼란스러운 HR의 길에서 오래도록 나를 인도해줄 가이드라인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인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6개의 주제(심리학, 사회학, 예술/미술, 역사, 언어/문학, 철학)에서 인사의 인사이트를 찾아보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합니다. 비록 미약한 지식과 필력을 가졌지만, 여러분이 인문의 숲에서 혼돈의 해독제를 발견하실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콘텐츠로 심리학, 혹은 생리학에 해당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조직을 한 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조직은 사람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체, 한 명의 사람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조직도, 한 명의 사람도 각각 목적을 갖고, 전략을 세우고, 유기적으로 움직여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론 성취감을 느끼며 환호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감을 맛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 인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깊게 이해한다면, 조직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건강한 조직이라면 모든 구성원들의 목적이 거의 일치되어 있고, 구성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그 과정에서 같은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고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그들은 비슷한 함량으로 호르몬을 분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생각에서 말미암아, 사람이 전략을 짜고 목적을 이룰 때 분비되는 호르몬들이자 ‘감정 조절 호르몬’으로도 알려진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해 소개해드리고, 우리 조직에서 이 호르몬들의 함량은 어떠한지 한 번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을 앞으로 나가아게 만드는 보상체계, 도파민
도파민은 사람이 순간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단기 보상체계입니다. 사람이 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신체는 이를 스스로 칭찬하고 앞으로 더 의욕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도파민을 분비해 성취감과 쾌감을 느끼도록 합니다. 사람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최근의 진화학에서 가장 힘을 얻는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자를 후세대에게 전달하는 기계’와 같습니다. 하나의 생명 개체로서 ‘자기 보존’, 혹은 ‘재생산’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도파민이 나오는 것이지요. 영양가 있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수면을 취하는 것은 ‘자기 보존’ 활동에 해당할 것입니다. 애인을 사귀게 되거나 승진, 운동 등으로 더 나은 이성에게 어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재생산’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겠지요. 두 목적 모두에 도움이 되는 중간 단계들도 있습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얻었을 때, 사회적으로 더 좋은 입지를 갖게 되었을 때, 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친구와 동료를 사귀었을 때도 우리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도파민 체계는 인간이 목표를 갖고 움직이도록 하여, 인류가 수만 년에 걸쳐 문명을 일으키고 달까지 가도록 도와준, 우리가 매우 감사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훌륭한 시스템을 지혜롭게만 활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도파민 체계가 단기적인 쾌락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자, 인류는 목표를 달성하며 얻는 성취감으로서 정당하게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체계 자체를 이용하여 쉽게 쾌감을 느끼는 여러 방법들을 발견해냈기 때문입니다.
가장 극단적이고 심각한 경우는 필로폰과 같은 각성제들일 것입니다. 이러한 각성제를 많이 투약하면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의 최대치보다 훨씬 더 큰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도파민 체계는 바로 망가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상적인 삶을 살며 얻는 쾌감에 만족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인간답게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할 의욕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약물만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호기심에라도 마약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의 말로는 결국 정신적 경제적인 파탄, 그리고 혈관 문제로 인한 사망일 뿐이니,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되겠습니다.
마약만큼 심각하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우리 모두가 많이들 겪고 있는, 아주 가까운 도파민 체계 오용의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SNS 중독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는 행위도 우리가 세상을 더 능숙하게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요. 때문에 이 때에도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SNS를 사용하다가 우연히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되면 작게나마 희열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피드를 한 번만 더 내리면 재밌는 게시물, 유용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잖아?” 이러한 기대감, 그리고 실제로 우연히 정보를 발견하였을 때 느끼는 미약한 희열이, 우리가 정신을 잠시만 놓고 있어도 어느 새 SNS 피드를 강박적으로 내리고 있도록 만드는 범인입니다. SNS를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양질의 정보를 통해 교류하는 건강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도 물론 노력하지만, 동시에 이용자들이 도파민 자극과 쾌감을 느끼며 SNS에서 최대한 오래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SNS뿐만아니라 현대인의 생활 속엔 도파민 쾌감을 느끼게 하는 수많은 자극이 있습니다. ‘자극 사회’라는 표현에도 이미 공감해보신 적이 있겠지요. 이러한 피상적이고 휘발적인 자극들은 우리의 도파민 체계를 교란시켜 우리가 삶의 에너지를 올바른 곳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하지만 도파민 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한다면, 무엇이 내 생활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인식하고, 이를 주체적으로 조절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들도 한 번 깊이 생각해볼 만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협업하며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수많은 자극들이 우리의 도파민체계를 교란하듯, 어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지금 우리 조직이 한 목적으로 정렬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요?
세상은 얼마나 안전한가? 세로토닌
반면 세로토닌은 사람이 장기적으로 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면서 오래도록 축적해 온 경험에 따라 세상이 어떤 곳인지 나름의 판단을 하여 세계관을 형성하게 되고, 이 세계관에 따라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양을 조절하여 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느끼는 이 심리적 안정감의 정도에 기반해 삶의 전략을 구상해 나가게 됩니다.
임상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교수는 세로토닌 체계를 ‘내가 사회적 계층 속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 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을 정리해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 주변 환경,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얼마나 관대하게 대하여 주는가? 이러한 경험들이 데이터로 쌓이고 쌓여 나의 세계관이 만들어진다.
내가 사회의 상류층에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면,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된다. 스스로와 사람들에게 관대하게 대하게 되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신뢰하게 되며, 이 덕분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관계를 다루고 인생 계획을 짤 수 있게 된다. 더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 더 얻기 어려운 상위 가치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내가 사회의 하류층에 있다고 인식한다면,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된다. 그러면 스스로에게 매우 야박하고 엄격하게 된다. 내가 한 번의 실수만 해도, 상류층이나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그렇다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야박하고 엄격해지기 쉬우며, 돌다리도 두들겨보자는 식으로 한 번씩은 의심을 해보게 된다. 장기적인 관계에 투자하거나 장기적인 인생 계획, 상위 가치를 바라보기다는, 단기적인 생존을 위한 행동들에 집중하게 되며, 매우 절박하다면 이기적인 선택들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나의 상황에 알맞은 훌륭한 생존 전략으로, 모두 세로토닌 체계가 잘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저는 세로토닌 체계를 이렇게 사회의 계층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를 ‘세상이 얼마나 안전한가’를 판단하는 체계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방식으로도 위의 모든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모두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치안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좋은, 매우 안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나라처럼 안전한 사회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서로를 장기적인 관계로 갈 잠재력이 있는 사이로 여기며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게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을 너무 심하게 경계하며 마음을 닫고 살아간다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좋은 인연과 기회를 많이 놓치며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몇몇 안타까운 국가들처럼, 사회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 국가들의 시스템은 부패했으며, 치안도 매우 안 좋습니다. 이들은 매우 위험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곳들에서는 범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량한 사람들조차도 본인과 가족들을 지켜 살아남기 위해, 때로 다소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위험한 사회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너무 믿는 것은 안 좋은 선택일 수 있지요. 한 번이라도 더 경계하고 의심하는 것이 당장의 생존을 위한 효과적인 전술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신뢰보다는 불신의 함량이 높은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자기 주위에 믿을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피터슨 교수의 표현대로라면, ‘상류층으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자신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매우 배타적인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꽌시 문화, 그리고 역사 속 이탈리아 마피아의 태동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마약이 도파민 분비를 인공적으로 높이듯, 만약 세로토닌 분비를 인공적으로 높이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항우울제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보통 실패나 거절을 많이 겪고 위축되어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 이런 항우울제를 처방하게 된다고 하지요. 항우울제를 먹으면 세로토닌이 주는 안정감이 몰려와 자신의 문제를 좀 더 여유 있게 바라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풀어 나갈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나가야 하는 기업들도, 세로토닌 분비가 너무 낮아져 시야가 좁아진 상태는 아닌지 한 번씩 내부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물론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우리 몸 속에서 제가 소개한 역할들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는 이 둘 뿐만아니라 수많은 다른 호르몬 체계들이 유기적으로 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파민 체계의 보상 작용, 그리고 세로토닌 체계의 세계관 형성 작용에 대해 이해한다면, 현재 자신의 내밀한 감정과 정서 상태를 이해하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라는 존재를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조직의 도파민, 세로토닌 함량은?
그렇다면 이들을 본격적으로 조직의 문제에 가져와 대입해보겠습니다. 먼저 도파민체계입니다. 도파민 체계의 대입은 조직의 차원과 개인의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직의 차원에서, 기업이란 조직은 기본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를 해야 생존할 수 있으므로, 모든 기업활동들이 일단은 도파민 체계에 의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의 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회사는 성취감을 느낍니다. 건강한 회사라면 이러한 성취를 직원들에게 적절히 보상하여 함께 희열을 느끼게 만들고, 이러한 과정들을 반복해 직원들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일치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조직의 도파민 체계와 개인 차원의 도파민 체계를 연결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직원들 개인들은 경우에 따라 월급에 도파민의 희열을 얻기도, 조직을 위한 성취를 통해서 희열을 얻기도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일하며 느끼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의 기본 매커니즘이자 주 동력입니다. 우리 직장인들은 이미 회사의 도파민 체계에 매우 익숙합니다.
하지만 앞서 도파민을 소개할 때 간단히 언급했던 것처럼, 조직 구성원들이 한 목적으로 정렬되지 않는다면 조직의 도파민 체계가 교란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는 기업별로 천차만별이겠지만, 만약 구성원들이 기업의 성과를 자신의 목표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그들은 회사 일은 그저 의무감만을 갖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 수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커리어를 개발하며 각자도생을 위한 노력에만 도파민을 분비하겠지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것이 기업들이 직원들을 바라볼 때 통제와 관리의 관점에만 머물지 말고, 그들을 동기부여하고 조직과 목표를 공유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반면에 세로토닌은 어떨까요? 역시 위와 같이 조직과 개인 단위로 나누어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회사 단위로 보자면, 회사는 세로토닌 체계를 이용해 자신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확인할 것입니다. 주변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관계, 그리고 산업군의 추세와 자신의 포지셔닝이 어떠한가를 기민하게 인식하여, 협력사들과 장기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전념할 것인지, 당장의 각자도생에 집중할 것인지를 영리하게 결정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특히 집중하고 싶은 것은, 구성원 개인 차원에서의 세로토닌 함량입니다. 개인들의 단위에서 본다면 세로토닌은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조직 내에서 내 의견이나 행동이 얼마나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계속 학습하며, 자신이 학습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심리적 안전감을 갖게 되거나 없애게 됩니다. 이 조직이 얼마나 안전한지, 즉 이 조직 내에서 얼마나 세로토닌을 분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된다면 구성원들은 동료들을 깊게 신뢰하고 장기적으로 관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피터슨 교수의 표현대로, 개인의 시야도 넓어지고 회사의 시야도 넓어져 더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 더 얻기 어려운 상위 가치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겠지요. 만약 그렇지 않고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면, 구성원들은 회사의 목표와는 별개로 나의 커리어를 키우는 데 집중하며 각자도생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는 회사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에 좋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심리적 안전감,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균형 잡힌 회사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들과 경영진들은 조직 내에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회사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최대한 빨리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 안달 못하는 기류를 원하는 인사담당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번 돌아보지요. 우리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행동을 얼마나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이에 대한 진솔한 대답은 기업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우리 나라 기업들의 세로토닌 수치는 일반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동북아시아 문화의 경향성입니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아이를 양육하거나 조직 구성원을 육성할 때, 자기 의견에 자신이 있는 개성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칭찬 위주의 긍정적 피드백을 주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동북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사회 질서에 잘 적응하는 ‘결점 없는’ 구성원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기 때문에 비판을 위주로 하는 부정적 피드백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 자라고 일해 온 우리는 모두 ‘재밌게 해 보자’, ‘잘 했어’라는 격려의 말보다는 ‘잘 하자’라는 무뚝뚝한 경고의 말에 좀 더 익숙하지요. 이러한 기류 속에서라면 상사, 부하 할 것 없이 모두들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을 발견하는 데에 좀 더 민감할 것입니다. 또한 대세에 영향을 줄 만한 새로운 의견을 말하기 위해선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만약 애써 용기를 내 말한 의견이 묵살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인정과 칭찬을 받지 못한다면 개인과 회사의 도파민체계 정렬마저 끊어내는 악수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과거 산업계에 있었던 대 사건들의 영향입니다. 90년대 말의 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제 신입, 경력직 구성원 할 것 없이 모두가, 마음 한 켠에 자기 실력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른바 ‘대 이직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어찌 할 수 없는 큰 흐름이 안정감이란 가치와는 반대로 간 것이지요.
위에서 제가 든 두 가지 이유가, 여러분의 기업에 심리적 안전감이 높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약소한 위안과 변호가 되어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의 과제는 결국 우리 조직의 세로토닌 함량을 높이는 것이겠지요.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창의성과 같은 더 높은 가치와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하며, VUCA 시대의 난제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조직 내에 굳건한 신뢰가 필요할 테니까 말이지요.
또한 제가 개인과 조직의 도파민 체계를 정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씀드렸지만, 물질적 금전적 보상을 통한 정렬에는 현실적으로 인사담당자들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할 것은 심리적 안전감과 세로토닌일지도 모릅니다.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의견이 안전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고, 일을 통해 충분한 효능감과 재미,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이 도파민 분비까지 이어지는 훌륭한 비금전적 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결론적으로는 ‘조직과 개인의 목표를 정렬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을 높여야 한다’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로 이어졌기에 다소 실망스러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이라는 인간의 몸에서부터 출발한 본질적인 접근법이,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개념들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도와주고, 가끔씩 우리의 시야가 좁아졌거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이전에 모르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줄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써보았습니다. 부족한 안목과 필력으로 쓴 글이지만, 오늘의 글이 우리 모두가 더 지혜롭고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1월. (심리)도파민과 세로토닌 : 우리 조직의 철학엔 이 호르몬들의 함량이 어떠한가?
2월. (사회)
3월. (예술)
4월. (역사)
5월. (문학)
6월. (철학)
좋은 글이네요~인문학에서 배우는 인사라, 발생의 전환이고 흥미롭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다른 글도 기대할게요
6가지 대주제속에서 익숙한내용을 잘 풀어주셨습니다.
인사의 세계에 대해 남은 5가지 주제도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