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시채용 도입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방식은 정시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며, 이제 5대 그룹 중 삼성그룹만이 정시공개채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산업 성장기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했던 기업에서 상/하반기 대학 졸업시즌에 맞춰 인재를 발굴하고 배치하는 방식이 공개채용이라면, 수시채용은 저성장의 뉴노멀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기업의 수요와 공급에 맞는 인력을 확보하고 투입하기 위한 인재확보 전략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LG전자, 지난해 수시채용 도입
LG전자도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상반기부터 수시채용 도입을 선언하고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적시에 직무별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과거 정시공채로 인력을 확보할 당시에는 약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대기업 채용시기가 대부분 비슷해 우수인재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수시채용 전환 이후에는 인력확보 시간이 절반 이상 줄고 현업의 인력수요에 대한 적기 대응이 가능해졌으며, 직무중심 채용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신입사원의 조직적응도가 높아져 조기전력화가 가능하고 조기퇴사율도 낮아질 거라 예측된다.
수시채용 전환은 구직자 입장에서도 직무와의 연관이 적은 불필요한 보여주기식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되고 채용공고의 횟수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채용 규모는 줄어들었고 선발방식도 직무중심 역량검증 강화로 까다로워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시채용 전환 후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기존 정시공채 시기에 맞춰 채용을 시행하지만, 일부는 상시로 채용공고를 올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은 채용 시기를 예측할 수 있어 계획적인 취업준비가 가능했던 예전과 달리 관심 있는 기업의 채용공고를 항상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또 전형과정도 직무별로 다른 경우가 많아 수시채용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등에 관한 업계 취업동향을 파악하는 안목을 기르는 노력도 필요하다.
수시채용에서는 채용직무에 대한 필요역량이나 자격조건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다. 지원하려는 직무에 관한 전공지식이나 관련 분야의 역량 및 경험이 부족한 구직자의 경우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에, 이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어학성적, 자격증 등을 경쟁적으로 취득해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기보다 전공과목을 수강하거나 전공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는 등으로 관련 분야 경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직무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과 도전으로 역량을 쌓았는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LG전자의 수시채용 전략
LG전자 수시채용은 연간 인력운영계획에 따라 채용 규모가 결정되면 현업의 인력확보 요청에 의해 수시로 채용이 진행되는 형태이다. 대부분 과거 공채시즌에 맞춰 상/하반기에 주로 진행되는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의 상시에 가까울 정도로 빈번하게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수시채용에서 LG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객관화된 검증절차 ▲직무중심의 채용 ▲효과적인 채용정보의 공유 ▲인턴십을 통한 협업 및 소통능력 검증이다.
객관화된 검증절차
인공지능, 빅 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인재 확보 과정에도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LG전자에서는 입사 당시 면접평가 결과가 우수하고 입사 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원들이 입사 시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모델링화하여 자기소개서 적합도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내/외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기본적인 오타와 맞춤법 검사부터 기사, 논문, 리포트, 타인의 자기소개서 등에 대한 표절 여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검증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LG전자만의 AI면접모델은 채용담당자, HR리더, 면접위원이 수천 명의 지원자 면접 시뮬레이션에 참가해 얻은 면접결과 값을 알고리즘화해 완성했다. 현재 채용과정에 실제로 도입하고 있으며, 채용과정에서 새롭게 얻은 결과값은 AI면접모델이 딥러닝으로 학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AI면접모델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적합한 인재를 판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으며 채용담당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제대로 육성되지 못한 면접위원의 평가자 오류를 방지하고 일관성 있는 면접이 가능해 면접관 간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면접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아직은 충분한 검증 데이터가 쌓이지 못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해당 결과값은 레퍼런스로만 활용하고 지원자의 합격 당락을 결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공식적인 검증절차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무중심의 채용
수시채용이 본격화되면서 직무중심 채용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LG전자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세부 직무정보와 필요역량 등의 구체적 내용이 기술되어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직무역량 검증 포인트가 명확해지고 지원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직무인지 또는 본인이 보유한 역량을 기반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직무중심의 채용에 객관화된 직무검증 방법을 적용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LG전자는 2019년부터 SW개발직군 채용시 CBT 기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역량인증 시험을 의무화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인원에게만 다음 전형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해당 역량인증 시험은 지원자의 문제해결 및 프로그래밍 역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툴로, 지원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전체를 녹화하여 단순히 결과값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과정 전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갔는지 상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지원자의 전문역량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됐다. C, C++, Java, Python 중 가장 자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응시할 수 있으며 온라인 자동채점을 통해 시험 종료 후 즉시 결과를 알 수 있다. 이러한 객관화된 직무역량 검증 툴의 지속적인 도입으로 지원자의 직무역량 수준을 계량화하여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역량 있는 후보자 선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효과적인 채용정보의 공유
수시채용 전환 후 MZ세대 소통방식의 특징을 살려 SNS를 통해 기업의 직무소개, 사업장소개, 선배와의 대화, 실제면접 후기와 꿀팁 그리고 수시채용 공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작년 5월 오픈한 유튜브 채널인 ‘엘지inTV’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채용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실시간 양방향 소통을 통해 회사와 구직자 간의 상호이해를 높이는 중요한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러 동영상 클립 중에서도 선배 사원들의 실제 현업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와 수시채용 공고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읽어주는 채용공고’가 가장 인기가 많다. ‘브이로그-엘지인의 사생활’을 통해서는 기숙사, 사원식당 등에서 생활하는 모습부터 실제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꾸미지 않은 직장인의 근무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읽어주는 채용공고’를 통해서는 채용공고가 텍스트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현업 전문가와 채용담당자가 구체적인 직무사항과 주요 핵심포인트를 영상으로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구직자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 취업준비생들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구직자 눈높이에 맞는 효과적인 콘텐츠를 지속 개발하여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채용 채널로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인턴십을 통한 협업 및 소통능력 검증
LG전자는 신입채용의 약 70%를 4~5주간의 채용연계형 인턴십 과정을 통해 검증하여 선발하고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십 과정은 각 본부나 부문의 특색에 맞게 설계 및 운영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직무역량 검증 이외에도 업무를 수행하면서 함께 근무하는 팀원들과의 협업과 소통능력을 검증하는데 포인트를 두고 있다.
한국영업본부의 경우 국내영업직군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인턴십 과정 중 약 3주간 현장체험 활동을 하는데 전국 영업현장 B2B/B2C채널에 배치된 인원들은 실제 현장에서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제품별 판매확대 전략 및 판매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해 보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런 과정은 실제 본인이 영업직무에 적합한지를 회사와 개인 모두 다양한 측면에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실제 입사 이후 빠른 현업 업무적응을 통한 조기전력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디자인경영센터의 경우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작년 국내 최초로 언택트 방식의 신입 디자이너 인턴십을 진행했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의 채용이라 다소 우려가 있었으나 공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전 세계의 역량 있는 디자이너 후보자들이 대거 참가하여 우수인재를 영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언택트 방식으로도 온라인상에서 프로젝트의 협업과 소통이 가능하여 선배사원 멘토들과 함께 우수한 프로젝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뉴노멀 시대를 맞아 MZ세대에게는 새로운 채용방식으로 확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HR의 역할 변화는?
정시공개채용은 채용부서의 많은 자원과 인력이 일정 시점에 대거 투입되는 큰 이벤트와 같은 업무였다.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주요 대학에 방문하여 캠퍼스 리쿠르팅이란 이름의 설명회를 진행하고 상담부스를 운영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신입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 그러나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춘 신입사원을 대거 선발/육성하여 현업에 배치하는 방식은 배치를 받는 신입사원 입장에서도, 조직책임자 입장에서도 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그리 높은 방식은 아니었다. 신입사원은 배치받은 곳이 원하는 직무나 예상했던 조직이 아닐 수 있고 조직책임자는 채용과정에 충분히 관여해 해당 조직에 필요한 직무역량을 검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재선발 방식은 직무가 아닌 사람 중심 채용으로, 직무역량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재에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지속적인 저성장기조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직무중심의 수시채용과 즉각 현업 투입이 가능한 경력채용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으며 그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기술이 인재검증의 도구로 접목되면서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및 효율성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채용의 권한 및 책임이 상당 부분 현업으로 이관되어 현업에서 필요한 직무와 인재의 확보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갖게 될 것이다. 구글에서 통용되는 문구 중 하나인 ‘당신이 하는 일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라는 말이 이제 우리 현업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되는 시점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급변하는 채용환경과 트렌드에 맞춰 채용담당자는 인력운영과 인재확보 방안 전반에 대한 치밀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해 나가야 한다. 우선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인력운영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되 경영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인력확보와 투입시점을 현업과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 또한 수시채용을 통해 어떤 분야를 어떤 방식으로 채용할 것인지를 협의하여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맞춤형 채용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함으로써 필요한 인재만을 정교하게 채용하는 핀셋채용 전략의 구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업 주도의 수시채용이 원활히 정착하기 위해 채용담당자는 현업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채용을 진행해야 하는 직무분야에 대해 본사와 본부/부문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 사업군 차이에 따른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충분히 이해한 뒤 그에 맞게 채용을 진행해야 된다.
채용은 HR의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데 전혀 이견이 없을 만큼 중요한 HR 영역 중에 하나다. 수시채용의 확대에 따라 채용담당자는 HR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를 더 많이 경험하고 사업과 전략에 대한 변화를 감지해 현업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채용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