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기고 했던 “사내기업가 그들은 누구인가?” 에서 나는 사내기업가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였다.
“사내기업가란, 기업에 속해 있지만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의 제품 및 서비스를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개발/출시하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가장 최적화된 상품을 제공하도록 드라이브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이 맡은 바 업무를 해 내지만, 동시에 스타트업과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고, 자신의 분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항상 예의주시 하며, 업계에서 어떻게 차별화 될 수 있을지를 스스로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철저히 독립적으로 일하며, 시장에 흐름을 항상 주목하고 고객의 니즈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무엇이든지 새롭게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사내기업가들을 배출 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처음부터 뛰어난 통찰을 기반으로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이 함양 되어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채용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인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런 인재를 어떻게 하면 길러낼 수 있을까? 우리 조직은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에 적합한 토양을 가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2월호에서는 어떻게 사내기업가 마인드를 가진 팀과 개인을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그간의 실제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1.비즈니스모델 변경에 따른 파일럿 팀의 구성
대대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변경에 따라 새로운 사업부를 구성하는 프로젝트에 PM으로 참여할 때 였다. 새로운 사업부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있었고, 비즈니스 모델 변경에 따라 통폐합 되는 다른 사업부 많은 직원들을 재 배치하여 변화되고 확장된 업무를 안착시키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 당시 가장 크게 집중했던 것은 두가지 였다. 하나는 그 당시 오프라인을 통해서 고객과 면대면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모두 분석하여 비대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했는데,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본점 부서의 각 상품별, 업무별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수백개가 넘는 업무들을 분류해 내고 법률, 컴플라이언스, 고객정보보호 관점에서 검토 및 프로세스를 변경하였다.
또 하나는 새로운 사업부서에서 새로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훈련시켜서 배치하는 것 이었는데, 방대 하고도 복잡한 양의 업무를 10일안에 트레이닝시켜 현업에 투입하는 것이란 여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를 위해서 탑 매니지먼트 그룹에서는 6명의 직원을 팀으로 하는 파일럿 조직을 신설하였으며, 그 당시 이 프로젝트의 플랜을 짜고 있던 내가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해당 파일럿 조직은 처음부터 비즈니스의 목표와 비전을 함께 공유했던 혁신팀이 아니었다. 각자 다른 부서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이동 발령을 받은 직원, 휴직 중에 있던 직원들, 현재의 팀에서 여러 사정으로 다른 팀으로 전배를 요청한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금번 팀의 결성에 있어서 매니지먼트 조직에서 조차 앞으로 프로젝트의 결과가 어떠할 것인지,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막 시작했을 뿐이고, 참여 했던 프로젝트 팀원들도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앉아 있을 뿐 이었다.
더욱이 여러 부서를 통폐합 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조직인 만큼, 실제 발생하지도 않은 여러가지 흉흉한 소문이 이어졌고, 전사적으로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해 낼지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2.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를 통한 혁신 프로젝트 지원
급박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의 모델 변경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저금리 및 저성장 기조하에서 현재의 영업구조로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그 때부터 최고 경영진을 필두로한 PMO(Project Management Office)가 꾸려졌고, 그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PM이 아예 해당 신규 사업부 소속으로 발령이 나면서 경영진과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특히, 나머지 5명의 프로젝트 팀원들의 경우에는 해당 프로젝트의 비전, 미션, 목표, 범위 등에 대한 이해가 초기에 미흡했고, 모든 것이 정해져 있던 업무를 루틴하게 해 왔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이해 시키는 것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부터 마무리 할 때까지 프로젝트 팀과 최대한 자주 만남을 가지려고 했고, 이와 관련된 후선 부서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요청하였다. 심지어는 프로젝트팀과 한 주 동안 계속 점심을 같이 하면서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아침과 저녁을 가리지 않고 방문하여 추가 지원 사항에 대한 필요 여부를 적극적으로 들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 앞에 각 사업부서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구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영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와 허들이 발생을 해도 ‘되는 방향’으로 추진을 하는 것에는 모두가 무언의 동의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하게 마련되어 파일럿팀이 사내기업가로서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게 되었다.
3. 혁신 목표에 대한 일관되고 꾸준한 커뮤니케이션
해당 프로젝트는 현재까지의 일을 하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하는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초기에 각 부서간 잘 못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것도 비일비재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인 금융 업무의 경우 감독기관의 규제 및 법률에 의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면 철저한 법률적인 재해석과 검토가 선행되어져야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더하여 해당 업무를 진행해야 하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일관되고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는데, 동일한 메시지를 여러 각도와 톤으로 이해하기 쉽게 반복적으로 내 보냈다. 예를 들면
- EXCO – 최고 임원 미팅
- 그룹 타운홀 미팅
- 부서장 미팅
- 월간 뉴스레터
- 부서단위 메시지
- 동영상을 통한 프로젝트 진행사항 업데이트
- 각 지역별 프로젝트 설명회
등을 주기적으로 송부 및 개최하면서 다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사실 프로젝트의 비전과 목표를 조기에 알리고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함도 있었지만 또 하나는 파일럿으로 구성된 예비 혁신팀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신팀으로 변모 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혁신팀원들이 해당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함과 동시에 리드하게 되면서 나 스스로가 설득되지 않는 혁신 프로젝트에 대한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도,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가 이 프로젝트의 당위성 및 이것을 통해 이루어 나가야 할 미션과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도출하게 되었으며, 경영진의 프로젝트가 아닌 혁신팀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변모하는 데에 큰 토대가 되었다.
4.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즉각적인 피드백
대대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변경에 따른 변화는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특히 50개가 넘는 “장”의 자리가 사라지고, 지금까지 잘하고 있던 나의 업무 자체가 없어져서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 때문에 사실이 아닌 작은 이야기 하나도 삽시간에 불처럼 번지게 마련이다. 특히, 혁신팀이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다면 아마 여러 채널과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접촉하고자 할 것이며, 특히 시작 단계라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범위와 목표를 막 만들어 나가고 있는 시기에는 여러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조소와 질책을 받는 경우도 있어 이들 또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느낌을 받게된다.
이 때, 이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는 PM은 혁신팀과 경영진 사이에서 즉시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함과 동시에 혁신팀이 가지고 있는 의문에 대해서 경영진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 초기에는 사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영진이 대부분의 것에 대한 그림이 있는 상태에서 많은 것을 이미 만들어 놓고, 본인들은 그것을 수행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프로젝트의 규모와 범위가 클 수록 오히려 처음부터 함께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 혁신팀이 신뢰를 가지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작은 필요에서부터 굵직굵직한 사안까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논의되고, 자신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함께 참여하여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을 확신 시킬 필요가 있다.
5.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게 하라.
이제 더이상 개인은 조직만의 성장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어떤 미션을 가지고 해당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참여하기 보다는 때로는 냉소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그 이후에 본인들의 진로와 경력이 어떻게 펼쳐질 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더 그랬다.
그때부터 우리는 프로젝트 전체의 목표와 조직원 한명 한명이 원하는 진로의 방향을 맞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이 과거 해왔던 직무들을 분석하고 인터뷰하며 최대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야가 어떤 부분인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각각 해당분야의 책임을 맡기며 신규로 영입하게 될 인력들에 대한 프로그램의 기획과 훈련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지원 했다.
그러한 과정을 함께 해가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몰입의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이제 더이상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찾아가면서 다른 사람들 및 부서와의 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제안 해야 할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 많은 토론이 이루어 졌으며, 서로를 더욱 알아가게 되면서 쌓이게 되는 신뢰의 자산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6. 사내 기업가는 만들어 질 수 있다.
10개월간의 전사적인 프로젝트를 마치고 신규 사업부를 공식적으로 런칭하는 날,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특히 함께 울고 웃었던 직원들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제 혁신팀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표정만 봐도 무엇을 하고 싶고, 말하고 싶은지 아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앞서 여러가지를 통해서 이야기 하였던 것 같이, 사내기업가는 정말 소수이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저 보통인 우리들을 여러가지 제도적, 문화적 환경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안에 잠자고 있는 기업가로서의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 속에 있는 기업가로서의 역량을 발견하지 못한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러번의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것을 직접 보아 왔고, 실제 어떠한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평범한 개인이 혁신팀을 이끄는 사내기업가로서 성장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개인에게 사내기업가로서의 열정을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체계적이고 디테일한 디자인이 뒤따라야 하며,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실행할 때에만 가능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충분히 사내기업가를 양성할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
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