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 완벽하려다 헛수고한 담당자
인살롱 글이 밀리는 동안 체인지 에이전트 1기는 마지막 10회차를 맞아버렸다. 약 2달 동안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잠자기 전 떠오르는 흑역사처럼 너무 불편했다. 꽤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은데, 나는 생각을 완벽하게 정리한 글을 보여주려다가 못 올렸다.

‘이상해도 그냥 써라. 쓰지 않고자 하면 각종 창의적인 쓰지 않을 이유가 나온다’라는 뜻이다. 내가 메모장에 써놓은 분량은 4장이 넘어가는데 정리가 안된다는 이유로 지우고 지우다가 나도 참 이해하기 힘든 말이 돼버렸다.
[4회차, 모두가 기억하는 그날]
“민주님 근데 이거 왜 하는 거예요?”
내가 4회차 체인지에이전트를 진행하면서 이런 실수를 똑같이 한 적이 있었다. 미팅을 마무리하며 “다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치고 일어나려는 때에 갑자기 실장님 한 분께서 이거 왜 하냐고 질문을 던지셨다. 순간 회의실에는 적막이 흐르고, 나는 헉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생각했다. ‘4회까지 내내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해 말했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실장님은 프로그램의 취지를 모르겠고,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고 하셨다. 그러고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분과 짧고 굵은 토론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이 토론 덕분에 내 의견은 더 단단해지고, 듣고 있던 사람들 입체감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짚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거듭 인사드리고 내가 한 말에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을 전달드렸다.
[숨은 조력자]
“민주님, 초등학생 가르쳐 본 적 있으세요?”
그때 지켜보셨던 팀장님께서 조용히 나를 불러 점심 미팅을 요청하시더니 질문하셨다. 아무리 각 분야의 전문가라도 조직문화나 브랜딩 분야에서는 어린이를 대하듯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뜻이었다. 여러 가지 조언을 주셨지만, 아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조직문화 브랜딩, 목적 경영, 사회적 리더 등의 단어 쉽게 바꾸기
- 전하고 싶은 내용 10개 중 1개만 전달하기
- 이 프로그램을 잘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1명을 먼저 공략하기
- 내재화 0-3단계에 대한 설명은 마지막에 하기(이전 글 링크)
- 처음에는 ‘남을 도우며 일하자’라는 0단계가 와닿지 않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일단 다 하고 보면 갑자기 ‘회사가 제시하는 것보다 좋은 영향력을 미치자’라는 4단계가 와닿는 사람이 있지 않을지?
- 체인지 에이전트를 함으로써 내가 어떻게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함. 경영지원 부서가 아닌 매출을 내야하는 사업 부서에

최근에 초등학생 교육에 참관을 갈 일이 있었는데, 가만 보니 발언자의 말을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진행이 되고, 아이들은 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놀라울 정도였다. 내 PPT는 이제 4회차를 맞아 한껏 요약되고, 발언도 더욱 핵심만 담은 상태로 정돈되어서 ‘이게 바로 효율이 아닐까?’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야말로 아무것도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혼자 준비하다 보니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엔 꼭 그게 아닌 운명에 빠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