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engagement)에 대한 갤럽의 2023 보고서, 대신 읽어 드립니다.

제가 완전 사회 초년생때의 일입니다. 그날도 당시 회사의 대표이사님과 카라멜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중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높은분인데, 그때는 저도 정말 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장님도 참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그분과의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합니다.)

“막내야, 사람들은 너한테 주로 무슨말을 하니? 나한테는 자꾸 이렇게하면 안된다, 저렇게하면 안된다, 안된다는 말만 하던데.”
“사장님, 저한테는 자꾸 사람들이 회사가 재밌냐고 물어봐요. 막내니까 다 신기하고 재밌지 않냐고요..
회사가 재밌어야 하는건가요? 사장님은 회사가 재밌으세요?”
“막내야, 회사가 재미있으면 돈을 내라그러겠지, 놀이공원을 봐. 입장료를 받잖니.
근데 회사는 너한테 회사오는 입장료를 주지 않니? 얼마나 재미없으면 그러겠어”

“사장님, 근데 책에서는 재밌고 가슴뛰는 일을 하라고 하던데요? 그럼 회사와서 가슴뛰고 재밌어야 하는거에요?”
“회사에서 자꾸 가슴이 뛰는건 세 가지야. 하나는 실수해서 혼날까봐 조마조마할때, 다른 하나는 너무 열받았을때, 다른 하나는 그 열받음때문에 부정맥이 찾아올때.

그니까 회사에서 자꾸 가슴이 뛰는걸 찾으려고 하지마”
“사장님, 그럼 전 앞으로 뭘 해야해요?”
“뭘하긴, 지금처럼 열심히 눈치보면서 일하는걸 배우고 네 걸로 쌓아서 네 몸값 높여야지.열심히 익히면 그걸 발휘할 때가 와. 그때까지 배우면서 때를 기다리는거야”

이 대화들이 잊히지 않는건, 사장님의 유머러스한 답변도 있었지만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딱 이번주에, 갤럽에서 몰입(engagement)에 대한 새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State of the workplace 2023 report: The voice of worlds’s employees). 그 통계는 위에 제가 사장님과 나눈 대화랑 별다를게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는 좀 더 흥미롭고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더 흥미롭게 만들것인가, 에 대해 직원들의 보이스를 읽고 조직문화적 관점에서 어떻게 변화할것인가에 대한 지향점을 계속 찾아가야 합니다.

갤럽 설문조사에서 ‘당신의 회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41%의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과 문화라고 대답했고, 28%의 사람들이 보상, 16%의 사람들이 웰빙이라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흥미롭고 즐겁게 일하는, 몰입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모든 HR담당자들의 숙제라는게 다시한번 증명이 된 셈입니다.

회사는 좀 더 몰입하기를(engagement) 바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좀 더 몰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전년도보다 2%늘어 ’22년 engagement 지수는 23%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의 자세, 즉 몰입하지 않은 ‘그저 그런’ 상태라는 답변도 올해는 59%에 육박했습니다. 회사에서 절대 다수가 조용한 사직중이라는 이야기지요. 그와중에 매일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은 응답자의 44%나 되었습니다.

재미있는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전체 응답자 중 몰입한 직원들은 30%이고, 몰입하지 않고 조용한 사직의 상태에 있는 직원이 56%에 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몰입한 직원들보다 더, 몰입하지 않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얼마나 재미없으면 회사가 입장료를 주냐고 했던것 처럼, 몰입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회사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도 있으니까요. 거꾸로 말해, 흥미롭고 즐겁게 일할 수 없는 회사는 사람들을 몰입할 수 없게 하고, 그 부분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왜일까요?

조직심리학에는 사회적 교환이론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쉽게말해, 상대방이 내게 호의를 베푼만큼, 나도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푼다라는 이론입니다. 즉, 회사에서 ‘받는만큼 일한다’ 라고 회자되는 이야기는 사실 이런 사회적 교환이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몰입하지 않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건 스스로 사회적 교환이론상에서 교환된 가치, 즉 회사로부터 받는 보상에 비해 현재 몰입하지 않고있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부채감이 스트레스로 나타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면, 심리적 안전감의 관점에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은 몰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이미 떨어져있는 경우, 직원들은 몰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그 결과가 녹아있는 결과라고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왜 지금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단어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받는만큼 일하는 것’의 무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결과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갤럽 설문 문항 중, 이직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문항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적극적으로 이직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직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자 중 43%는 현재 몰입(engagement)되어있는 사람들이고 64%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상태였습니다. 즉, 이직을 하려는 직원들 중에 이미 몰입해서 업무를 하는 유능한 직원들이 꽤 속해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제가 사장님과 이야기했던 대화에서처럼, 열심히 일하고 내 커리어에 득이되는 프로젝트와 경험을 쌓으며 몰입하면, 스스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더 좋은 기회에 이직할 수 있다는걸 아는 상태라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해 몰입해서 몸값을 높이고, 그것을 발휘하기 위해 이직을 시도하는 것. 그게 ‘누구나 가슴에 사직서 하나쯤은 품고’ 생각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을 더 몰입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것이 필요하고, 몰입하지 않는 직원들을 어떻게 몰입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갤럽 통계가 주는 메시지입니다. 전자는 기존에 하던 수많은 ‘조직개발’ 활동과 연계되지만, 후자는 직원들의 ‘동기부여’ 방안과도 연계되고, 보다 복잡한 조직별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있어야 해석이 가능한 영역이다 보니, 대응방안도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그걸 해석하는게 HR담당자의 역할이고, 최근 핫한 chatGPT가 대체할 수 없는 HR담당자들의 고유한 업무 영역과 역할이기도 합니다.

늘 그렇듯, 조직의 문화나 몰입, 동기부여는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자율성과 책임감, 그리고 조직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 요인들을 고려해서 앞으로는 조직개발이라기보다 전체 조직의 조직변화(organizational change)의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 변화의 시대, 그 변화의 시작은 직원들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노력과 데이터 리터러시를 통해 직원들의 각종 응답 ‘데이터’에 숨겨진 맥락을 읽고 진짜 조직의 문제와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여러번, 다시한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것이 그래서 HR analytics입니다. 그리고, 통계적 의미 뿐만아니라 그 사이에 숨겨진 컨텍스트를 읽는 힘이 가장 필요한게 현재, HR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몰입(engagement)의 시대를 두고, 다들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만, 본질은 어떻게 하면 ‘더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것인가, 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몰입, 그리고 그 몰입과 관련해서 우리도 고민해봐야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HR담당자로서 우리는 어느정도 몰입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를 몰입하게 하기위해 우리 스스로는 어떤것을 해나가고/할 수 있는지도 다시 한번 짚어보고 먼저 개선점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조직이라는 이름 뒤에서 HR의 변화는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설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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