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장님께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게 하면 창의적인 서비스, 상품이 도출 될 것이라고 해서 한 층을 커피숍으로 꾸미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층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토의를 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매일 반복되는 생산성 없는 회의만 일어났다고 합니다. 좋은 상품이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방향을 잃고 헤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사세도 많이 기울었다고 합니다.
저는 예전에 스티브 잡스를 많이 싫어 했었습니다. 부하들을 엄청 괴롭히고 독선적이라는 것이 HR을 하는 입장에서는 싫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한번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서 결국 애플을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왜 스티브 잡스가 잘 되었을까를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가치(Value)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연구소에 있던 거대한 컴퓨터를 우리들의 책상으로 가져 오는 PC 대중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어서 스마트폰으로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를 우리 손바닥으로 가져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것의 가치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요? 4차산업 혁명의 시발점이 될 큰 가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티브 잡스가 가진 명확한 아웃풋이미지(Output Image)가 정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에 대하여 전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아웃풋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죠. 스티브 잡스가 구성원에게 함부로 해서 까먹은 가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만들어낸 가치가 상당히 커서 이것을 상쇄하지 않았을까 생각 되었습니다. 이 가치라는 것과 아웃풋이미지를 함께 고민해 보니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구현역량(조직역량, 인재 등)과 아웃풋이미지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의 그림은 구현역량수준과 아웃풋 이미지의 구체성에 따라 아웃풋 이미지의 실현가능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림이 나타내듯이 아웃풋 이미지가 명확하고, 구현역량이 충분하면 당연히 성공(실현)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비해 아웃풋 이미지는 명확한데 구현역량이 부족하면 실현가능성은 보통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림] 구현역량/아웃풋이미지와 실현가능성
이런 경우에 성공(실현)가능성을 높이려면 개인 또는 조직의 구현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조직의 예를 든다면 자금을 더 투자하거나, 인재를 충원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구현역량은 높은데 아웃풋 이미지가 모호하면 성공(실현)가능성은 매우 낮아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자금이나 인재 등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식은 불필요한 소모전이 될 수 있으므로 아웃풋 이미지를 더욱 구체화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만일 아웃풋 이미지도 모호하고 구현역량도 낮다면 성공(실현)가능성은 당연히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겠지요.
좋은 사람들을 모아 놓아도 아웃풋이미지가 떨어지면 결국 성공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이 그림이 주는 시사점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HR에서는 항상 아웃풋이미지 정리가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아웃풋이미지가 명확한 곳에 인재를 모으고 배치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웃풋이미지를 다른 말로 하면 미션과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션은 최상위의 목적으로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를 말합니다. 그리고 비전은 그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꿈, 또는 목표입니다. 이런 미션/비전이 명확하지 않을 때 좋은 인재를 모아도 그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표] 미션-비전-전략-계획
예전에 수백억이 들어가는 게임을 만드는 PM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어떤 컨셉으로 만드시냐고 물은 저에게 그 PM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전세계 게임에서 좋은 기능 다 넣으려고 벤치마킹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략입니다.”
이 말을 듣고 뭔가 부족한 느낌에 걱정이 많이 되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리더의 아웃풋이미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결국 그 게임은 수백억의 비용을 쓰고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 관련된 책이나 자료들을 많이 보는 편인데 역사상 가장 아웃풋이미지가 명확했던 리더는 세종대왕이었습니다. 결과물에 대한 아웃풋 이미지를 그리고, 그 결과물을 현실화 해 나간 분이지요. 《세종실록》에는 다음과 같이 장영실의 자격루 발명에 대해 세종이 한 말이 기록돼 있습니다.
‘(장영실이) 이제 자격궁루(자격루)를 만들었는데 비록 나의 가르침을 받아서 하였지마는, 만약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비록 나의 가르침을 받아서 하였지마는’이라는 표현이 결국 세종이 직접 자격루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 결과물에 대한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을 거의 혼자 창제하고, 궁중음악인 「정대업」·「보태평」·「발상」·「봉래의」 등을 직접 작곡했습니다. 이런 아웃풋이미지를 갖춘 리더와 함께 일하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 확신을 합니다.
HR담당자에게 사람만 모아 주면 다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조직리더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떤 아웃풋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미션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이런 것들을 물어서 확인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좋은 인재들이 모였는데 방향을 못잡고 헤매이고 있을 때는 1) 아웃풋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리더 세우기, 2) 비전 워크샵 등을 통해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가치를 만들지 막막한 상태에서, 중심 잡고 추진하는 리더도 없이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을 하면 좋은 시도였다는 말만 남기고 성공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그림을 정리한 뒤에 필자의 고정관념이 크게 깨지게 되고, 하우저라는 스타트업 성공에 기여하는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소가구사들에게 양방향 소통형 설치물류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저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 이 부분에 맞게 영업/마케팅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 250개 회사의 거래처를 확보해 전국 배송인프라의 기반이 되는 거래처, 물량, 매출 3가지 요소를 빠른 시간에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재직중인 GS ITM에서도 조직을 구축하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Value Creator 역할을 하면서 이 부분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웃풋이미지가 명확한 곳에 인재 투입을 높이던지, 아웃풋이미지를 명확히 가지고 있는 리더를 확보해 신규 사업을 세팅하든지, 아니면 기존 조직 리더와 계속 대화를 나누며 아웃풋이미지를 명확화 하는데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점검해 보았을 때 아웃풋이미지가 높은 사업에 인재를 모은 경우, 사업성과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해 보면 회사가 변화하고 싶어 시작하는 신규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에 계시는 분들은 현재 회사가 이런 아웃풋이미지와 구현역량(인재)이라는 2가지 요소를 잘 갖추고 있나 파악해 보시면 어떤 부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지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조직 방향성 수립관련하여 고민이 많은데,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