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컨설팅 가인지, 유튜버 면접왕 이형과 AND (인싸담당자), 그로플 백 코치, 태니지먼트… 취업/코칭/HR컨설팅 씬에서 이제는 꽤나 유명해진 이름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랜드그룹 HR 출신들이라는 것. 이 분들 외에도 업계 곳곳에 포진하여 활약하고 있는 해당 출신분들이 꽤 많다.
필자도 올해 초까지 인사 전반을 총괄한 이랜드그룹 HR 출신이다 보니, 이랜드의 HR 육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HR들이 계속해서 배출되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그 비결(?)을 3가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랜드그룹은 EHI(Eland HR Intelligence) 라는 네이밍 하에 HR를 전략적으로 키웠다. 육성의 핵심은 KRS에 있다. 쉽게 설명하면 Senior-Mid-Junior 레벨 간 상호 긴밀한 코칭과 멘토링이다. 필독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거나 1주일 간의 시간기록을 서로 공유하고, 후배의 승진지식을 함께 밤새 고민하는 문화가 선후배 간에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었다. 이 문화를 지속 가능하게 한 장치로 선배가 승진하기 위해서는 후배를 반드시 키우도록 했고, 후배를 키웠는지에 대한 검증은 그들간의 코칭 & 멘토링 기록이 담긴 자료를 그룹CHO가 직접 점검했다. 자발과 비자발의 균형이 꽤 적절했다.
이랜드는 모든 직원이 갤럽의 Strengh finder 및 여러 인성검사를 통해 회사와 직원 스스로 본인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HRer들도 자신의 강점에 따라 HRM(기획,채용), HRD, ER 각 영역에 배치되어 일한다. 다만 CDP(Career Development Path)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직무순환에 대한 가능성은 늘 열어두되, 뛰어난 인재일수록 한 직무에 3년 이상 두지 않고 HR 영역을 바꿔가면서 키웠다. 이를 통해 영역별 스페셜 리스트와 인사 전반에 대한 제너럴 리스트가 함께 성장하였고 회사 규모의 성장에 따라 그룹HR실이 HRer들을 보내주는 산파 역할을 감당했다.
이랜드는 회고를 피드백이라 부른다. 매월 진행하는 피드백은 치열함 그 자체다. HR 집단도 마찬가지였는데, 매월 자신의 프로젝트 진척 사항을 일정한 회고프레임 (얻고자 한 것, 얻은 것, GAP, GAP 이유, 대안) 에 맞춰 발표하는 자리가 인정과 격려 그리고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는 학습의 장이었다. 나름 브레인들이 모인 그룹HR실의 피드백은 더욱 치열했었는데 회고문화를 통해 상호 자극을 받고, 서로의 암묵지를 공유하며 흡수하는 학습조직의 모습이 있었다.
추가적으로 소위 CHO 후보들은 과장 직급이 되기 전에 사업부 경험을 반드시 하도록 권장 받았다. 본인의 강점에 따라 영업부 또는 상품기획, 전략기획 등에 배치되어 실제 그룹이 어떻게 돈을 벌고, 조직이 어떻게 형성되며 운영 되는지를 배우게 하는 시간이 있었다. 필자는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본다. HR 영역에만 오래 머물다 보면 현장의 어려움과 직원의 이야기, 경영전략과 멀어질 수 있는데 사업부 경험을 통해 넓고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게 된다. 사업가 마인드를 갖춘 HRer 로 크는 것이다. 실제로 이랜드에서 퇴사하여 잘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사업부 경험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랜드그룹의 HR 육성기술이 정답은 아니며, 모든 기업의 HR 육성방식으로 채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뉴코아나 애슐리 사태 등 이랜드가 사회에서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개선해야 할 여지가 꽤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사업을 키우려면 인재가 준비돼야 하고 무엇보다 HR이 준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 큰 회사의 CHRO가 되시려면 HR 후배들을 키우시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최우선순위 라는 것도 함께 말씀 드리고 싶다. 그 관점에서 이랜드가 보유한 작은 성공방식을 소개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이랜드는 2010년대 초반 중국 사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M&A를 다방면으로 실행했다. 갑자기 커지고 다양해진 사업부에 HR들을 급파해야 하는 이슈와 직면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은 HR 들이 크게 성장하기도 했고, 중도에 이탈하기도 했는데 그 때 얻은 깨달음이 HR 육성론이었다. 독특한 육성 방식과 여러 CHO분들의 노력, 인재경영을 최우선시하는 사내 분위기 속에서 HR 인재들이 양성됐다.
필자도 이 방식을 통해 훈련 받은 감사함을 갖고 있기에 어떻게든 회사에 되갚아 드리기 위해 애를 쓴 것 같다. 이랜드 13년 HR 생활을 마무리 하는 시점이었던 22년 후반과 23년 초반, 필자도 20~30명 정도의 HR 후배들을 모아 10여개의 커리큘럼을 잡고 함께 학습하며 성장하는 시간을 가진 후 IT업계로 이직했다. 특히 마지막 커리큘럼이었던 ‘원티드 HIGH FIVE 컨퍼런스’ 는 이랜드라는 큰 우물에 갇혀 있었던 나와 후배들에게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많이 부족했던 필자가 회사에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후배를 키운 바로 그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잘 키운 HR 1명은 약 200명 사업부의 인재경영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명이면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약 3천억 사업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인적자산이다. 즉, HR 1명을 제대로 키우는 것은 3천억 사업부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믿음과 경험이 있다.
‘기업을 키우는 HRer육성’ 이라는 제목을 뽑게 된 이유다.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고 싶다.
“여러분은 HRer를 키우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