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우리는 존엄하다

 

아내와 저는 가수 권진아 님을 좋아합니다. 설 연휴 때 함께 TV 앞에 앉아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작년 10월 권진아 님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야외 공연을 통해 처음 공개하는 영상을 보게 됐어요. 평소 저희 두 사람이 좋아하는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라는 노래였습니다.

출처: 비긴어게인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참 신기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를 창조해 세상에 내어 놓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감동이 되고 특별한 의미가 된다는 게 정말 굉장하고 멋진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는 글을 자꾸만 쓰게 되는 이유도 그래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요즘 <일터의 품격>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국제 분쟁 해결 분야의 전문가인 하버드 대학교 도나 힉스 교수의 책입니다.

힉스 교수는 모든 인간이 ‘존엄’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존엄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성취나 지위 에서 비롯되는 ‘존경’과 다르게, 어떠한 상황에도 존중받아야 할 타고난 가치를 의미합니다. 저자는 존엄을 제대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조직이 되어야만 구성원들이 안전감을 느끼고 자기 취약성을 드러내며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과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고 서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저자 본인이 만난 여러 조직의 사례를 들어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처음 마주한 질문은 “우리는 왜 존엄한가?”였습니다. 힉스 교수는 모든 인간이 존엄한 이유를 설명할 때 화면에 예쁜 아기 사진을 띄우고 이렇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혹시 타고난 가치가 있다는 게 의심스럽다면 이 사랑스러운 아기를 보세요. 이 아기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저도 인정할게요.”

그녀는 청중을 이해시키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지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닌 저에게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명제는 너무 당연하고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가진 그 타고난 가치를 조금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인간의 존엄은 ‘성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자라날지 모르는 씨앗의 가치를 매길 수 없듯이, 한 개인이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성장해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의 가치는 무한하고, 그래서 존엄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그것이 제 마음에 와 닿아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주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성장이 멈추는 어느 순간에는 우리의 존엄도 상실되는 걸까요? 저는 ‘우리는 평생 성장한다’는 말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기술적이고 지식적인 성장만이 성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 순간 어제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방식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어제까지 그러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든 그런 삶의 태도를 결단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존엄은 어떤 상황에도 상실되지 않습니다. 존엄은 우리가 일에 대한 당장의 성과로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성장하는 존재’라는 우리 자신의 타고난 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본질적인 이유가 되어줍니다.

 

존엄 교육은 누구나 사람은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세상을 바꿔놓을 능력이 있음을 직시하도록 이끌어준다.

자신의 타고난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존엄과 단단한 관계를 맺으면, 학생들은 자기 회의를 포함해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일까?’라는 의구심에서 풀려난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충분히 좋은 사람임을 깨닫고 나면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을 살아갈 가능성을 자유롭게 모색할 수 있다. 세상은 우리 모두를 위해 좀더 사랑이 넘치고 포용력이 넘치는 곳으로 거듭날 것이다. (111p)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이야기들은 가볍게 읽으면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꼭꼭 씹을수록 깊은 통찰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떠오르는 생각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오늘은 책을 읽으며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우리가 존엄한 이유’에 대한 제 나름의 이해를 나눠보았습니다.

작은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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