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바쁘시죠?
연말이 되면 인사부서도 매우 바빠집니다.
특히 평가/보상팀들은 아주 야근이 많아지는 시기이죠.
대부분 2월말 쯤에 연봉인상을 안내해야하니 11월이나 12월에 평가를 많이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도 날씨가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면
‘아…이제 좀 바빠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바로 뇌리를 스치곤 합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겨울에는 야근이라는 단어가 자동적으로…
자! 그럼 어떻게 바쁜지 간단히 살펴봅시다.
우선 전사적으로 평가의 시작을 안내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직원 분들이 본인 평가를 입력했는지 살펴보고
그게 끝나면 팀장님들이 팀원들 평가 다 입력했는지 살펴보고
안했으면 빨리 해달라고 이메일에, 메신저에, 전화를 시작합니다.
(사실 이건 단순 프로세스고 훨씬 전에 평가기준 기획/세팅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경영진과 이 기준 싱크업하는게 사실 제일 힘든 부분이죠.
예전 모회사에서는 이거 하느라 버전 58까지 보고서를 만든 적도 있다는..
그래서 CHO가 대표와 잘 맞아야 한다는 제 이전 글을 보시면 됩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현업에서 평가점수 입력이 다 끝나면
– 상대평가 하는 회사들은 평가배분율에 잘 맞게 했는지…
– 절대평가하는 회사들은 너무 후하게 준 부서는 없는지 등등 (그걸 또 계산식으로 맞추고…)
이게 다 끝나면 종합해서 경영진 보고하고 나면 끝이 날 것 같은데 또 끝이 아닙니다.
그걸 기준으로 연봉인상률 정해야 하고 또 인센티브 나가야 하면
그 기준은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해야하고…
어쨌든 일이 다 끝나면 마지막 코스는 뭘까요?
바로 직원들에게 욕 먹기 입니다.
올해 연봉 인상률은 왜 이러나요? 저는 인센이 왜 이것 밖에 안나오나요?
인사에서 일 제대로 안하나요? 다른 데는 얼마 줬다는데 너무 하네! 등등
평가/보상 업무 하면서 직원들에게 욕 안먹어 본 기억이 없네요.
게다가 요즘은 블라인드가 대세가 되어서 이 시즌만 되면 아주 대차게 까이게 됩니다.
멘탈 관리 해야 합니다.
그럼 인사만 힘드냐?
아닙니다. 평가를 한 팀장님들도 힘드실 겁니다.
(본론에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평가 잘 준 팀원이야 흐믓한 표정으로 두둑한 연봉인상과 인센티브를 받고
남들 몰래 조용히 일 하겠지만
평가점수 만족스럽게 받지 못한 팀원들은 ‘제가 왜 이리 평가가 낮나요?’
라고 불만을 직설적으로 하거나
‘A팀원이 저보다 성과가 좋은게 없는데 왜 더 높나요?’ (다른 팀원 점수는 어떻게 알았지?)
‘저 그냥 퇴사할게요. 다른 데서 연봉 더 준대요.’ 등등 (거기가 어딘데? 나도 데려가!)
다양한 반응 때문에 평가시즌에 팀장님들도 머리가 아프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는 팀원들이 있습니다.
“팀장님, S는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나요?”
아마도 리더급 분들은 이 질문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그럼 어떻게 대답해주시나요?
(보통 요즘은 S/A/B/C/D 이런 체계보다는 성과관리라는 차원에서 wow, game changer, excellent 등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지만
결국 S/A/B/C/D 와 다름없는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껍데기만 바꿨지 다 거기서 거기…물론 다른 회사도 있습니다.
100개 중에 1~2개. 거긴 어떻게 하는 지는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일반적인 사례들을 좀 보겠습니다. (일단 역량 평가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성과평가는 다음에)
(사례1) 음…우리 회사는 S가 이런 사람들이래.
보통 회사마다 평가등급에 따른 정의를 아래와 같이 부여하고 이 기준으로 평가해달라고 합니다.
S :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인력
A : 조직 내 상위 수준으로 이탈 시 업무공백이 우려되는 인력
B : 본인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인력
등등 이런 식으로 등급별 정의를 내려두고 이 기준으로 평가해달라고 하죠
그럼 이제 순진하신 팀장님들은 이걸 읽어가기 시작합니다.
‘S는 업계 최고 수준의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야.
그러니 너도 좀더 열심히 공부하고 선배들한테 배워서 너 없이는 회사가 안돌아가는 역량을 만들어야해. 알겠지?’
뭐 이런 식으로 설명을 교과서적으로 해주시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설명이 참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죠.
여기서 이제 사례2가 나옵니다.
(사례2) 우리팀에 000이 S거든. 그 친구가 어떻게 일하는지 잘 봐.
즉, 아예 대놓고 S가 누구인지 말해주고 ‘그 사람처럼 일하고 역량 보여주면 되는 거야.’
라고 말하는 방식이죠. 사례1보다는 좀더 현실적이고 실제 모델이 있으니 질문자로서는
실질적인 롤모델을 보면서 따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그런 생각도 할거에요.
‘저 사람이 정말 S라고? 왜에??’ 라고 수긍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삐뚤어지는 팀원들도 많죠.
‘와…팀장이랑 친하니까. 같이 담배피고 술먹어서 친하니까. 팀장이 하란대로 잘 따르니까.’ 등등
결과에 대한 불신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사례3도 나오죠
(사례3) 상대평가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널 내릴 수 밖에 없었어.
“000은 올해 승진해야되서 점수를 좀 밀어준거야.
너도 승진 때 되면 내가 꼭 챙겨줄게. 나만 믿고 열심히 해. ”
이렇게 현 상황에 대한 말도 안되는 핑계로 평가를 해버리고 피드백을 하는 경우도 있죠.
요즘같은 MZ세대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죠.
‘내가 그 때까지 여기를 다닐까? 참나…’ 하고
그런데 또 팀장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팀원을 승진 탈락 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아마 이런 현상들 때문에 절대평가가 다시 유행하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아니면 사례4도 있습니다.
(사례4) 000은 이번 매출 역대 최고로 올렸잖아!
바로 실질적인 결과물로 평가하는 경우입니다.
“000가 기획한 내용을 통해서 매출이 50% 올랐고 유저수도 특히 DAU가 100%나 증가했어.
그래서 S 챙겨준거야. 너도 실제 성과로 보여줘. ”
(보통 역량과 성과는 나누어서 평가하는데 그렇게 구분해서 하는 팀장님 별로 없죠.)
어떻게 보면 이것도 맞는데 그럼 이 팀원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나도 그 기획안에 주요 아이디어 제안했는데…’ 또는
‘나도 하고 싶은데 팀장님이 기회를 안줬잖아요.’ 등등
하지만 명확한 성과가 있으니 수긍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성과를 가지고만 평가를? 일은 엄청 잘하는데 성과가 안 나오면 그럼 나쁜 평가등급인가?’
‘난 성과 잘나오는 팀으로 가야겠네?’ 등등
게다가 매출과 관계없는 부서에서는 이런 피드백이 불가능하죠.
경영기획, 인사, 재무, 회계, 홍보, 법무 등등 스탭부서들…
그 외에도 다양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미안하다 내가 부족해서…” 본인이 사과하는 스타일
“야 원래 우리 부서는 S가 없어.” 자기 부정 스타일
“나도 S 받아보고 싶다. 나도 모르겠네” 물귀신 스타일
등등 많죠… 즉, 이 피드백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이제 제가 쓰는 사례 5가 나옵니다.
저도 팀장이 된 첫 해에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특히 주니어급에서 이런 질문이 많이 나옵니다.
“팀장님 S를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나요?”
그럼 더더욱 대답이 어렵습니다.
왜냐면 주니어다보니 당연히 경력있는 시니어보다 역량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제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그럼 주니어는 경력이 쌓일 때까지 좋은 평가를 못 받는 건가?
그렇게 되면 동기부여는 어떻게 시키지?
그렇다고 10년차 매니저랑 3년차 주니어를 같은 점수를 줄 수 있나?
등등 많은 고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는 몇몇 회사들에서는
연차별 역량기준을 만들어서 그 연차에 해당하는 등급을 또 정의 합니다.
20연차까지 구분하고 거기서 또 5등급…으아…만들기도 힘들고
그런데 그거 가지고 평가하기는 더 힘듭니다.
다행히 절대평가를 하는 회사는 조금 쉽죠.
평가 배분율 상관없이 주니어 연차 기준으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면 S나 A를 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평가하다보면 팀원들이 전부 다 A 이상이 나오는 문제가 발생하죠.
다 아끼는 팀원들이다보니 장점만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고민한 피드백 하는 방법을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이게 좋다라는 건 아니고 여러 피드백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시고 접근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수용성도 꽤 높았습니다.
(평가 팀장을 오래 하다보니 생긴 노하우랄까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사례5) S를 받으려면 저(팀장)보다 일을 더 깊게/멀리 보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팀원이 팀장보다 더 일을 잘하라는 말이야? 말도 안되는 소리를…’
라고 하실텐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같이 일을 하다보면 신입이라도 일을 보는 시야와 관점이 특출난 친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단순한 내부 인사 평가 시작 안내문을 작성하라고 시키면
작년 걸 복붙해서 올해 일정으로 바꾸고 오타 여부만 확인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한 친구는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신입 : “어! 팀장님 올해는 지금 현업에서 xxx프로젝트 진행해서 완전 크런치모드인데
이때 평가시작하면 완전 싫어할거에요.”
나 : “어? 그래요? 그럼 프로젝트 좀 쉴 때가 언제인가요?? 계속 바쁜거 아니에요?”
신입 : “제 동기가 그러는데 빌드 나오고 QA할 때 좀 쉰대요. 17일에는 괜찮을 것 같으니
여기는 별도로 안내해서 유예기간 일주일만 더 준다고 하면 별일 없을 것 같습니다.”
나 : “그럼 그 팀 말고도 다른 팀들도 그럴 수 있으니 전사 주요 프로젝트 현황 파악합시다.”
신입 : “넵. 벌써 요청 이메일 준비 해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친구는 현업에 있는 동기랑 수다만 떠는 게 아니라 업무 관련된 사항들도 체크해 놓았던 것이죠.
저는 그래서 S등급 평가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이 일이 어떤 결과를 낼 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 지를
1) 미리 파악하고 그 원인을 확인한 다음
2) 그에 대한 해결책을 1,2안으로 만들어서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직원입니다.
그런데 이걸 리더인 제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찾아내는 사례와 성과가 많아질수록
S와 A를 구별 짓는 요소가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는 ‘역량과 상관없이’, ‘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의 처음부터 끝을 생각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고민하고 제안한다면
리더인 저보다 더 멀리/빨리/깊게 보는 사람이 되어서 정말 팀의 역량이 올라가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준을 평가시즌에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업무 중에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줍니다.
“업무 중 문제가 있으면 대뜸 ‘이거 어떻게 해야할까요?’라고 물어보지 말고 담당자답게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해서 ‘1안’, ‘2안’으로 정리하고 먼저 제안해주세요.
업무할 때는 꼭 이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저는 이 기준으로 평가할 예정입니다.”
연차가 높더라도 이렇게 일 안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그냥 빨리빨리 적당히 하고 급여만 받아가려는
그리고 꼰대처럼 ‘내가 다 해봤는데 이렇게 하면 됩니다.’ 하고 고민없이 끝내버리죠.
요즘 유행하는 ‘조용한 사직’을 한 친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고민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해야할 일을 최대한 빨리 단순하게 처리할 뿐이죠.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렇게 해서 업무를 멀리/깊게 보는 사람을 시니어,주니어 상관없이 평가해서 S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흔하지는 않죠)
아직도 저는 주니어 팀원이 연차가 낮을지라도 본인의 업무를 넓게 멀리 보는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이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처음으로 S등급을 준 친구가 바로 이렇게 일을 하던 친구였습니다.
뭐든 저보다 한 발 앞서서 제안해주고 문제를 먼저 찾아내는 직원이었습니다.
제가 퇴사할 때 그 친구를 팀장으로 만들어주고 나왔는데 지금보니 실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흐믓합니다.
저기 어딘 가에 있을 법한 슈퍼맨 같은 직원을 설정해서 문샷 같은 롤모델을 주는 건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비현실적인 목표같아서 오히려 동기부여가 떨어집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달성할 수 있는 기준을 주려고 노력하시는 리더분들이라면
제 방법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벌써 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서 부끄럽네요.
연말에 그냥 평가 시즌이 되길래
도움이 될 까하여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