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을 20여년간 해 오면서 저는 사람들을 모아서 사업을 만들어 내는 특수한 영역의 HR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투자회사의 Value Creator로 HR과 전략의 중간 영역에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사업 영역으로 진출할 때 어떤 회사를 M&A 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저는 좋은 인재를 모아서 진출해 성공하는 경험을 여러 번 해 보았습니다. 그 사업을 이끌 수 있는 분들을 채용하여 조직화시키는 것을 돕고, 그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사업 성공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분들은 전략계획 같은 것을 먼저 세우고 사람을 뽑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인재가 와서 사업계획을 세우고 신사업영역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실제 사례를 소개해 드리면, 한 사업분야의 전문가들을 소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분야 인력은 많이 귀해서 확보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후배가 찾아 왔습니다. 자신의 회사가 얼굴인식, 환경인식 AI분야에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사업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구요. 그래서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알려 주었는데, 그 회사 대표님께서 좋아하셔서 같이 만나 여러가지 조언도 드리고, 논의도 드리면서 친분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대표님이 제가 구하던 사업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전문가 추천을 부탁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전문가 한 분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바로 그 전문가 분이 일하는 곳 근처로 찾아가서 티미팅을 진행했습니다. 대화를 나누어 보니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자신은 어떤 사업을 해 보고 싶다면서 취업과 창업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사업 내용을 잘 들어 보니 정말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때 항상 고민이 됩니다. 전문가를 뽑는 주어진 틀에서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신사업주제를 회사에 소개하여 신사업을 하도록 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판단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
‘음… 이 분이 최고의 전문가이자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 나와 이렇게 만나는 인연이 된 것은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작은 견해로 재단하지 말고, 이 분의 아이템을 경영진께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있는데 이 분은 아직 그 기회를 얻지 못한 것 같다. 그 기회를 우리 회사에서 얻게 하여 회사와 개인 모두 Win-Win하게 하자.’
결국 이 분의 사업구상을 경영진께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드렸고, 경영진도 공감하셔서 신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플랫폼 서비스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회사가 추구하는 빅데이터/AI 분야의 사업을 이 전문가분을 소개한 회사 대표님과 함께 해 나가게 되었고, 결국 해당 회사에 대한 투자까지 이루어져 함께 공동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하나의 계기가 2개의 사업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HR을 하다 보니 자꾸만 운명이라는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실제 여러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데 기여하다 느끼게 된 점은, 전략계획서를 써서 성공한다기 보다는 작은 만남, 우연한 기회 등에서 성공의 계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 분들께 HR의 역할 중에 하나가 회사로 찾아온 손님대접을 잘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회사로 찾아온 손님을 잘 대접하면 정말 좋은 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있는 열린 마음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자신의 작은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면 손님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예기획사에서 문전박대 했던 사람이 최고이 연예인이 되는 경우와 같은 것이지요.
이런 경험 들을 하다 보니 열심히 한 사람들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인생의 원리가 맞다는 확신이 좀 더 생겼습니다. 보통 인재를 확보할 때, 그 분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를 보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는지를 확인해 봅니다. 저는 보상을 받은 분들은 좀 더 세심히 살펴 보고, 보상을 받지 못했던 분들을 우선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보상을 받은 분들은 이미 그 노력의 결실을 가져간 상황이라 연타석 홈런을 때리는 것이 가능한지를 냉정히 살펴 보는 것이 필요하고, 반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분들은 제가 기여하고 있는 조직에서 그 기회를 얻도록 도우면 일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조직에서는 이와 반대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조직의 성과는 구성원 운명의 합
구성원의 운명이 합의 시너지가 나도록 돕는 것이 HR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 ) 작용을 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한 사업을 리딩하시는 분을 모셨습니다. 회사가 하지 않던 사업분야였는데 열정과 확신이 있는 분이었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모습을 보고, 회사 경영진에게 소개하여 그 리더 분이 회사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준비했던 일이 자꾸만 어긋나고 틀어지는 것입니다. 그 사업을 지켜 보던 다른 조직의 구성원들의 냉소와 비판도 많았습니다. 일의 성사가 오랫동안 안 되자 믿어 주던 경영진도 걱정을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리더분은 회사를 떠날 고민까지 하며 저에게 답답함을 호소하여, 티미팅, 식사 등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 때 리더 분에게 드린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동안 열심히 살아 오셨고, 회사에 오셔서도 열심히 하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물을 파다가 보면 언제 물이 나올지 모르잖아요. 조금만 더 버티면서 기다리시면 반드시 물이 나올 것이니 힘내세요. 저는 투입에는 결과가 있다는 인과법칙을 믿습니다.’
그 뒤에도 계속 힘들어 하였는데, 버티도록 계속 도와주며 필요한 코칭을 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1조원이 넘는 대형프로젝트의 한 영역을 담당하게 되어, 수백억원의 수주가 성사되었습니다. 그리고 1개월도 되지 않아 백억대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수주하고, 연말에는 수십억 대의 프로젝트를 한번 더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리더 분에 대한 회사와 주변의 평가는 180도 바뀌게 되었지요.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투입을 하고 있다면, 그 성과가 나올 때까지 버티게 도와주는 것도 HR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마케팅, 영업, 투자유치, HR을 동시에 하며 스타트업을 성공시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래의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데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저나 주변에 『맹자』에 나오는 고통극복에 대한 문구를 자주 공유 드립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 그 힘줄과 뼈를괴롭게 하며,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궁핍하게 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어긋나게 하며 마음을 동하게 하여 성격을 참게 함으로써 그가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함이다.
주변에서 저에게 HR에서 어떻게 신사업을 발굴하고 성공시킬 수 있느냐고 자주 묻습니다. 비즈니스나 전략적인 공부를 많이 했냐고 묻기도 합니다. 이럴 때 다음과 같이 말씀을 드립니다.
“조직에는 항상 좋은 손님이 찾아 옵니다. 그 손님을 잘 대접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소견으로 재단하여 내 쫓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HR은 손님 접대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HR 동료 분들께서도 손님접대를 잘 하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