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회사를 경험해 보면서 크게 느낀 점은 사업이든, 전략이든 사람이 있어야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브랜드가 부족하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가 특히 더 힘이 들죠. 이런 상황에서는 인재 확보 및 보유가 평가/보상의 체계화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인재들을 끌어 모아 조직화하고 조직문화를 구축하여 여러 조직을 성공시키는 활동을 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점은 입사지원자를 만나는 약간의 접촉시간에서도 회사의 채용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그 약간의 차이가 회사에 좋은 인재를 모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약간의 차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경험하고 효과를 본 방법 위주로 설명을 해 보려 합니다.
타깃 설정을 위해 채용의 핵심 키워드를 도출하라
브랜드가 아직 부족한 회사는 인재를 채용해도 입사 당일 입사를 안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경영진은 좋은 학교 출신자를 뽑으라고 하는데 그 중 괜찮은 사람은 당일 브랜드가 더 좋은 다른 회사로 입사해 공은 공대로 들였는데 아쉬운 상황이 될 때가 많은 것입니다.
예전에 한 조직에 입사했을 때 회사의 경영진에게서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조직을 분석해보니 90% 이상이 경력직으로 구성되어 있고, 선배·후배간 노하우 전승의 문화가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신입이 뽑혀도 방치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경영진에게 제시한 키워드는 ‘6개월 이내 빠르게 학습 및 적응해 성과창출이 가능한 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제시했죠.
6개월 이내 성과창출이 가능한 인력
–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실행력 있는 인력
– 학습능력이 매우 탁월한 인력
– Human 역량(커뮤니케이션·대인관계)이 우수한 인력
– 게임·인터넷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은 인력
이 키워드와 기준에 의해 학교·전공을 따지지 않고 인력을 확보했습니다. 선배가 가르쳐주지 않는 환경에서 사막에 떨어뜨려 놓아도 살아남을 것 같은 경험을 갖춘 사람,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빨리 극복했던 학습능력이 좋은 사람을 뽑았습니다. 그들의 15년간의 성장을 관찰해 봤더니 초기에 빨리 적응했고 모두 리더급으로 잘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깃 설정도 안 하고 채용을 했다가 결국 이탈로 인한 스트레스를 조직리더나 HR이 겪게 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런 타깃을 꼭 설정해야 합니다.
전략에 부합하는 채용절차를 확보하라
많은 경영진과 HR담당자들이 하는 실수는 다른 회사에서 하는 절차면 “넣으면 좋지” 라며 다 반영하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무능력검사의 득과 실이 있습니다. 직무능력검사를 절차에 반영하면 목표지향적이고 똑똑한 사람이 채용될 확률이 높아지는 대신, 반대로 창의적이고 유연한 스타일이 아예 지원조차 못하고 걸러질 확률도 커집니다. PT면접, 퀴즈 등으로 표현력이나 순발력을 측정하는 방식도 반영할 수 있으나, 진득하게 한 분야를 파온 전문가가 될 만한 인재를 걸러 버릴 함정도 있습니다.
채용절차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하고 이벤트적 요소에 치우쳐 “깊이 있게 물어 보고 검증한다”는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면접관이 지원자를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서류전형 담당자, 면접관 등을 누구에게 시킬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조직이 어느 정도 정착되고 나면 기존 인력들이 자신보다 경험 많고 똑똑한 사람을 뽑지 않으려는 현상이 발생할 때가 꽤 많습니다. 이럴 때 서류전형이나 면접을 현업에 일임해 버리면 계속 좋은 인재가 걸러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채용절차 설계에는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 회사에서는 채용방향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HR에서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진행한 후에 2차 면접을 본부장급들이 하게하고, 신입사원 교육기간에 이미 확보된 인재들을 요청해서 배치 받는 구조로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쉽지 않죠. 또한 HR담당자가 각 직무를 잘 알고 그 일을 잘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1차면접을 제가 직접 보면서 인터뷰 시간의 50%는 면접, 50%는 회사소개 및 질의 응답으로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확보하기 어려운 인재들을 확보할 때, 또는 경쟁이 치열할 때 채용기간 단축 및 우수인재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인사나 경영기획 직속에 TF를 만들고 거기에 빠르게 확보한 뒤에 차근 차근 회사에 적응하게 하여 정착시킨 경우도 있습니다.
채용의 타이밍을 고려하라
실제 조직에서 인재를 뽑을 때도 경쟁사와 언제 어느 시기에 싸울 것인가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에 한 회사에서 실제 활용한 전략을 하나 소개드립니다. 그 회사는 아직 해당 사업영역에서 1등인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조직분위기는 매우 일하기 좋은 분위기였죠. 어떻게 해서든지 조직 내에서 일하게만 할 수 있다면 인재를 유지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조직이 취한 전략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에 기존 졸업생부터 3학년 2학기를 마친 재학생도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채용 시기를 조절해 경쟁을 회피하는 전략이었습니다. 뽑은 뒤에 일하면서 학교를 보내주겠다는 방침을 내걸자 좋은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일하기 좋은 조직분위기를 경험한 인재들이 회사에 잘 정착해 성공적인 채용이 될 수 있었습니다.
또 어떤 경우는 경력사원 필요 연차보다 1~2년 낮게 채용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업에서는 딱 맞는 사람을 뽑고 싶어하지만 미리 미리 인재 시장 상황을 현업 조직과 경영진에게 알려, 약간 경력이 부족하지만 키우는 전략을 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하자고 하여 극심한 경쟁상황을 피해 인재를 확보한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을 위해서는 자신의 조직이나 브랜드를 냉정히 분석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한다고 해서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 어느 시점에 경쟁할 것인지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인재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채용브랜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21세기는 플랫폼의 시대라고 합니다.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자주 방문하고 호감을 가지는 곳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창출됩니다. 오프라인이 아무리 좋아도 온라인에서의 이미지,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회사에 대해 느끼는 점이 달라집니다.
채용에서도 이런 요소가 크게 작용하죠. 회사의 브랜드가 사소한 블로그나 동영상, SNS에서 달라지는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회사 홈페이지보다 실제 조직내 생활이나 분위기를 알아볼 수 있는 채용 블로그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취업사이트에서 공지를 보고 바로 채용 블로그를 검색해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HR담당자는 주기적으로 회사의 다양한 생활·직무·분위기·사회공헌 등의 내용을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노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돈이 드는 부분이 아닌 만큼 HR담당자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고 효과도 좋습니다.
채용브랜드 구축 및 PR시 고려할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홈페이지/채용블로그의 내용을 잘 관리하라(모바일 대응은 되었는가?)
■ 학생·학교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 학생들이 자주 보는 곳에 반복적으로 노출하라(대학신문 등)
■ 회사에 대한 메시지를 만들어라
■ 온라인 홍보가 가장 효과적, 오프라인은 보조적으로 활용
■ 부모님의 인식을 바꿔라 : 동영상, 기사, 브로셔 등
홈페이지는 최소한 모바일 대응이 돼 있어야 합니다. 플래시로 만들어 모바일에서 작동이 안 되면 이미지가 저해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신입 채용시 부모님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막연한 과거 기억으로 회사를 평가하기 때문에 합격된 인재들의 집으로 동영상·기사·브로셔 등을 보내 회사를 알리는 것이 최종 입사를 유도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인재는 분명 여러 회사에 합격하기 때문에 판단을 위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죠.
최근에 있었던 사례인데 아직 회사 블로그가 활성화 되지 않은 상태라 HR전문잡지와 인터뷰한 기사를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려 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회사 서비스 소개하는 내용도 넣구요. 확실히 효과를 본 것은 입사자들이 대부분 그 글을 읽고 지원을 하였고, 제가 면접 때 회사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해 주면 합격후 입사 확률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만큼 지원자들은 회사에 대한 약간의 정보차이로도 어느 회사를 선택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특히 경력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됩니다.
채용담당자가 입사지원자에게 연락하고, 인터뷰 진행, 합격통보, 연봉협상의 과정에서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에 따라서 지원자의 입사률이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큰 상위의 전략에 관심을 많이 두지만 실제로는 접촉면에서의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합격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채용된 인재들의 집으로 업계 최초로 입사 당일 아침 모범택시를 보내 회사까지 출근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주소를 맞추기 위해서 지원자들과 계속 의견교환을 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이탈자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합격자 전원이 입사를 했고 다양한 신문에 릴레이 게재가 되어 향후 채용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축하 꽃다발과 동일한 비용이 들었는데 합격자나 그 가족에게 제공하는 감동은 그 이상일 수 있습니다.
타깃, 타이밍, 광고.홍보 3가지 축을 바탕으로 채용전략을 세워라
경영진은 HR 조직에 단편적인 요청을 자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우리 회사에 좋은 학교 출신을 많이 뽑아 봐!” “업계 최고 회사 경력자를 뽑아 봐!” 등등입니다. 분명 중요하고 의미있는 요청이겠지만 문제는 실제 시장에 없는 상상의 인재를 요구하고 있거나 아니면 뱀의 머리가 아닌 용의 꼬리 수준의 인재를 뽑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한 채용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원하는 회사 수준이 있는데 최상은 외국계 G사이고, 최하는 국내 B사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이런 의견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그 회사의 능력자가 이 회사에 갈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희망하는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하는 인재들만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있죠. 좋은 브랜드의 회사에서 브랜드가 좀 떨어지는 회사로 이동을 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든지, 아니면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는다든지 등의 이유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브랜드와 리소스의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정확한 채용전략을 수립해야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상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죠. 어디에 에너지를 집중할지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그 인재가 다시 주변사람을 소개하면서 살이 붙어 갑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사람을 구하려고 기다린다면 인재도 못 모으고, 사업도 잘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브랜드를 확보하여 인재 확보의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채용전략을 수립할 때는 타깃, 타이밍, 광고·홍보 세 가지 요소를 잘 고민해야 합니다. 회사의 상황에 맞게 어떤 인력을 뽑고, 언제 어디서 경쟁하며, 어떻게 알릴 것인가가 매우 중요함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림]채용전략 수립시 고려할 3가지 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