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분업에서부터 시작된 현대 조직운영의 철학은 20세기초에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을 통해 시간과 동선을 효율화 하여 생산성을 더욱 강화하였습니다. 그 후 호오손 공장의 연구를 통해서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라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로부터 인간관계론이 발전하게 됩니다. 그 뒤에 각종 심리학과 생물학 등의 연구결과를 조직에 적용을 하면서 조직행동론이라는 정교한 지식체계를 형성하고 현재 우리의 HR업무에 많이 적용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체계는 20세기 미국을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들었지만, 21세기초 미국발 경제위기는 새로운 화두를 전세계에 던지게 되었습니다. 각 개인의 욕심에 기반하여 신상필벌을 합리적으로 행하는 방식의 미국식 조직관리 방법이 경제위기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자 자기의 이익을 위해 모두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자님은 논어에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이야기합니다. 옛 것을 익혀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신 말인데 미래의 답이 과거에 있을 수 있다고 하신 말입니다. 이제 세계는 새로운 조직/사회운영 시스템을 희망하고 있고 이러한 것을 인문학, 고전에서 찾는 경향이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Stephen P. Robbins가 지은 <조직행동론>의 최신판에는 기존에 없던 spiritual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도 그런 사례 중에 하나입니다. 2010년 9월 SERI 경영노트에서 임성훈님은 「몰입과 열정의 원천 ‘인본주의(人本主義, Humanism)’ 경영」이라는 주제로 21세기 창조경영의 시대는 인적자원을 통한 가치창출이 경영의 핵심이슈로 대두되어 인본주의를 재조명할 필요성이 제기 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전세계적인 조류에 발맞추어 고전과 인문학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단초를 찾아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일본제국주의의 통치를 받으며 강한 신상필벌, 상명하복 방식의 조직관리가 뿌리가 내린 것도 현실입니다. 우리나라가 원래 가지고 있던 [화백회의] 방식의 열린 인본주의/왕도주의형 조직관리 방식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관리의 철학을 확보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디딘 한국의 문화는 인본주의적인 전통을 잘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중국에 갔을 때 중국분에게 한국드라마를 보면 한국은 “유학이 살아있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전세계에서 K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것도 이런 문화적 전통도 중요한 요인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아직도 인본주의적이고 양심경영적인 마인드가 어린 시절부터 훈련이 되어 있고, 이것을 발현 시키는 것이 21세기 한국의 성장과 세계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다양한 지식산업에서 인사업무를 수행하면서 부족하지만 첨단과 동양적 정서의 조화라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서 인문학과 철학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 설명드릴 내용은 이러한 과정에서 정리된 내용중에 하나를 공유 드리려 합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 인사책임자는 무엇을 알았을까”라는 내용입니다. 보통 조선 최고의 천재라고 하면 이율곡, 정도전, 정약용 등을 꼽습니다. 특히 이율곡은 9번 장원급제를 한 천재 중에 천재이며, 임진왜란을 미리 예견하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율곡은 이조판서를 역임했는데 요즘으로 따지면 나라의 인사책임자 역할을 수행했던 분입니다. <성학집요>라는 책을 보면 국가운영의 정책과 인사적인 측면에서 깊은 고민을 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율곡 선생이 평생 했던 공부는 거경(居敬), 궁리(窮理), 역행(力行)이라는 3가지 공부입니다. 이 3가지를 선비의 평생 사업이라고 하는데, 거경은 요즘 말로 하면 매순간 깨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몰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궁리는 몰입이 된 상태에서 생각하여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을 말하며, 역행은 이렇게 얻어진 결과를 최선을 다해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황, 이율곡, 남명 조식, 정약용 등의 분들은 모두 이 공부에 정통한 달인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바꾸면 몰입(거경)과 통찰(궁리), 그리고 실천(역행)입니다. 저는 2007년부터 이 공부를 꾸준히 해 오고 있습니다. 이 공부를 하기 시작힌 이유는 언젠가 회사에서 피치 못할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인생이 걸린 판단에 참여를 하게 되는데 스스로의 생각이 올바른지 어떻게 아는가?’라는 질문이 제 마음 속에서 싹이 텄기 때문입니다. 매주 국내 최고 전문가를 찾아가 몰입과 통찰, 그리고 인문학을 배웠습니다. 평소에는 계속 업무 중에 몰입과 통찰 연습을 하구요. 13년 정도 몰입훈련을 꾸준히 했더니 몰입상태에서 업무수행하는 비율이 많이 증가를 하였습니다. 회사의 정책을 수립할 때 매순간 ‘지금 이순간 최선의 안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통찰하는 노력을 많이 하였는데, 순간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노력을 예전 용어로 중용(中庸)이라고 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중용은 적당히 가운데 라는 뜻이 아닌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뜻입니다.
몰입과 통찰을 통해서 선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향상 되자, 리더십이나 심리학에 대한 이해도 함께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리더십의 권위자인 로버트 퀸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리더십의 근원상태’라는 한차원 높은 의식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리더는 일상적인 의식상태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잘 확인해 보니 우리나라 말로는 몰입상태에서 통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명한 리더십 학자가 정리한 내용이 우리 선조들은 수백년전부터 해 오던 것이었다는 것에 자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근원 상태에 들어가면 자기지향적인 사고가 Win-Win지향적 사고로 바뀌고, 안전지향적이던 사고가 결과지향적으로 바뀌며, 외부폐쇄적이던 사고가 외부개방적인 사고로 바뀌고, 외부지향적인 사고가 가치지향적 사고로 바뀐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는 Win-Win지향을 인(仁, 사랑), 결과지향적인 것을 의(義, 정의), 외부개방적인 것을 예(禮, 예절), 가치지향적인 것을 지(智, 지혜)라고 합니다. 조선의 선조들은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홍지문(북대문), 보신각 등으로 서울시내에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된 조형물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동.서양에서 시차를 가지고 연구된 내용이 딱 매칭되는 것을 보고 아주 놀랍습니다. 요즘 심리학계에서 밝혀지고 있는 메타인지(자신을 보는 한 차원 높은 시각)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 창조적이고 올바른 선택하고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메타인지는 몰입상태에서 잘 발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림] 리더십의 근원상태에서 사고의 변화
조직행동론에 ‘조직시민행동’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조직구성원들이 조직내에서 공식적인 업무지시나 보상이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일을 수행하거나, 다른 구성원을 돕는 자발적 행동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조직시민행동은 조직분위기를 좋게 하고, 조직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선행요인 중에 중요한 요인이 조직몰입이라고 합니다. 이 조직시민행동을 이루는 세부요인을 보고 위의 인의예지신과 잘 매칭이 되는 것을 보고 동.서양을 넘어 인간의 심리는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 이타주의 : 직무상 필수가 아니지만 다른 구성원을 도와주려는 자발적 조직 내 행동입니다. 사랑, 인仁 이라는 덕목과 잘 매칭이 됩니다.
2. 시민의식 : 조직에서 불의를 참지 못하고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적극적 행동입니다. 정의, 의義와 잘 매칭됩니다.
3. 스포츠맨십 : 갈등 문제 발생시 불평이나 비난 보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행동입니다. 예절, 수용, 예禮 등과 잘 매칭됩니다.
4. 성실성/양심 : 조직에서 요구하는 최소 수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실, 신信 등과 잘 매칭됩니다.
5. 예의 : 타인 들과의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나 갈등을 정보를 공유하여 미리 막으려고 노력하는 자발적 행동입니다. 예절, 예禮, 지혜智 등과 잘 매칭이 됩니다.
몰입과 통찰이라는 공부를 13년 정도 하면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조직행동론, 심리학, 철학, 인사관리, 경영학 지식이 통합되면서 한차원 더 높은 시각에서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인사이트)가 생기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또 HR담당자가 몰입과 통찰을 알아야 구성원을 몰입시키고, 조직의 리더십이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가 모르는 주제로 변화를 가져 오기는 어렵습니다. HR전문가 스스로가 몰입을 잘 알아야 조직을 더 잘 몰입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쓰는 실전 팁을 하나 공유 드리면 ‘집중+만족’이라는 조건만 갖추면 몰입은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눈동자를 한 대상에 고정해 놓고 가볍게 초점을 잡으며 ‘지금!’이라고 선언을 합니다. 그러면서 가볍게 입가에 미소를 짓습니다. 이렇게 하면 집중과 만족이라는 조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신이 또렷해지며 몰입에 들어갑니다. 그 뒤부터는 가볍게 미소만 지어도(만족) 자연스럽게 몰입의 흐름을 탈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최선인가?(통찰)’라고 스스로에게 물어 봅니다. 정리해 보면 ‘지금 최선인가?’ 6글자입니다. 스포츠 선수가 자기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처럼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어서 짬짬이 해 보시면 어떠실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20세기 미국의 경영학적 토대 위에 우리나라의 인본주의적 문화 요소가 합쳐서 세계에 창조적인 조직문화의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많은 조직들이 나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