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는 직원들! 구성원 행동주의 확산

2018년 11월,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업무 수행을 거부하고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도쿄에서 시작된 시위는 하루 만에 전 세계 50개 도시, 2만여명의 구글 직원들이 참여하는 시위로 확산됐다. 특히 시위를 주도한 구글 직원들이 회사에서 인정받던 우수 인력들이었다고 알려지면서, 이러한 시위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구글 직원들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선 표면적 원인은 고위 임원의 성 추문 사건 때문이다. 회사가 해당 사건에 연루된 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관련 사건에 대해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촉발된 것이다. 하지만 내외부 관계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라는 구글의 행동 강령(Don’t be Evil)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직원들의 문제 인식을 지적한다.

고위 임원의 성 추문 사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가두시위에 나선 구글 직원들 / 출처 : 뉴시스

기존과는 다른 주제와 행동 방식으로 참여

기존의 구성원들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순응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이는 충성심이 높은 직원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지게 달라진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구성원 행동주의Employee Activism1)의 부상이다. 구성원 행동주의란 직원들이 회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성원 행동주의는 직원들의 집단행동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조합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기존의 집단행동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구성원 행동주의는 주제나 행동 방식 등에서 기존 노동조합을 통한 의견 표출 방식과는 다르다.

구성원 행동주의의 주제는 기존 노동조합이 집중해 왔던 개별적 근로조건 이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윤리 경영, 성추행-성폭력, 갑질 문제, 인권 경영이나 환경 이슈 등이 그것이다. 참여 주체에 있어서도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애사심 높은 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구성원 행동주의, 왜 촉발되고 확산되는가?

구성원 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은 크게 다음 3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① 주체의 변화 : 적극적 사회 참여 인식을 지닌 ‘MZ세대의 등장’
MZ세대의 등장은 구성원 행동주의를 촉발시키는 가장 핵심적 요인의 하나이다. 국내 한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세대 중 약 65% 이상은 ‘SNS에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2)

이처럼 기존 세대에 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높은 MZ세대는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되기를 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은 회사의 정책이나 경영진의 행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

② 소통 방식의 진화 : 구성원 행동주의 확산의 강력한 도구인 ‘SNS’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으며, ‘좋아요’ 버튼 하나로 쉽게 타인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시공간적 제약이 해소된 SNS는 구성원 행동주의를 촉발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2019년 미국의 온라인 가구 판매 업체인 웨이페어Wayfair 직원들은 정부의 비인권적 이민정책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며 이민자 수용소에 대한 가구 공급 철회를 요구했다. 직원들의 요구사항은 페이스북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후 집단 시위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아시아나그룹의 ‘미투’ 등의 사건들 역시 ‘갑질 경영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블라인드Blind3)에서의 구성원 폭로가 도화선이었다.

③ 사회 인식의 변화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확산
2019년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이윤 창출과 주주 이익 실현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업의 존재가치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BRT(Business Round Table)의 성명에는 아마존,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업의 CEO 181명이 참여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주요 기업들이 오래된 경영 원칙을 변경했다”며 “이는 기업이 직면한 사회적 책임 및 감시 강화에 대한 무언의 인정”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구성원 행동주의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직원들은 기후 변화 예방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집단적 행동을 했고 회사는 환경 기금 100억 달러(약 12조원) 기부를 발표했다.

구성원 행동주의를 기회로 만든 나이키

구성원 행동주의가 모든 기업을 위기로 내몰지는 않는다. 구성원 목소리에 항상 깨어있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기업은 구성원 행동주의를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이다.

2018년, 나이키 CEO 마크 파커는 여직원 단체에서 진행한 여성 차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접한 이후 기업 문화 혁신을 약속했다. CEO는 사건에 연루된 6명의 고위급 남성 임원을 퇴출시켰고, 관련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인사 업무 전반에 대한 포괄적 재검토를 진행해 내부 성폭력 보고 절차를 개정하고 관리자들의 관련 교육도 의무화했다.

여직원들의 집단행동을 계기로 촉발된 조직문화 혁신 과정은 조직 내 팽배해왔던 나이키의 ‘브로 컬처Bro Culture, 남성 중심 문화‘에 제동을 걸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대규모 파업을 맞았지만 나이키는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치를 통해 긍정적인 조직문화 개선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구성원 행동주의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과거와 달리 이제 ‘할 말은 하는 직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됐다. 앞으로 기업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되고, 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강화되면 구성원 행동주의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행동주의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기업 이미지 하락, 우수 인재 이탈 등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앞서 살펴본 나이키의 사례처럼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 기업의 조직문화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구성원 행동주의 부상에 주목하고 회사가 처한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개별 구성원들에 대해 보다 정교한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 그동안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직원들, 특히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직원들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구성원 행동주의에서는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일반 구성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의 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청취하고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를 반영해 최근 구성원 설문조사에 빅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의견 청취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텔은 10만 명에 달하는 구성원들의 인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감정 분석 프로그램4)을 활용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궁금증과 오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신입사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둘째, 세대와 계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노동조합과 같은 전통적 대의 기구가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소통 채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리버스 멘토링을 통해 신세대의 요구를 경영에 반영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 델은 공통의 관심사와 배경을 지닌 임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ERG5)를 활성화해 조직 내 다양성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셋째, 기업 가치는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확고히 하기 위한 CEO의 행동은 즉각적이고 단호하며 문제의 본질을 짚어야 한다. 최근 구성원 행동주의 사례를 보면, 직장 내 윤리 문제뿐 아니라 환경, 인권 등 사회-정치적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의사결정이 기존에 추구해 오던 가치와 괴리될 때 직원들은 가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서 경영진은 과거보다 더 높은 기준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기업의 가치를 직원들과 공감하고 실천해야 한다.

예컨대, 펩시코Pepsico는 전임 CEO인 인드라 누이 시기부터 ‘목적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 PwP‘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PwP의 핵심은 환경 보호, 고객 가치, 임직원 웰빙을 재무적인 목표와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PwP의 실천 결과, 펩시코는 제품과 생산 공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순매출은 80% 성장했으며 주가 수익률도 업계와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등 재무적 성과도 달성했다. 이러한 펩시코의 혁신은 CEO가 중심이 되어 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의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한 좋은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1) 액티비즘Activism은 원래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대중의 집단적 행동을 의미했으나 최근 기업 내에서도 유사한 행동양식이 표출되면서 Employee Activism, 즉 구성원 행동주의로 알려지기 시작함.
2)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1534세대가치관조사>, 2019. 11
3) 구성원 설문조사에 포함된 주관식 응답뿐만 아니라, 사내 게시글, 게시물에 대한 댓글 등을 포함해 구성원들이 회사나 정책, 제도, 회사 생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분석함.
4) ERG(EmployeeResourceGroup)는 성별, 출신배경, 취미나 공통관심사 등으로 연결된 사내 커뮤니티로서 멘토링, 자원봉사, 네트워킹, 리더십 개발, 지역사회 참여 등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수행함.

글_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창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해당 기사는 HR Insight 2021년 1월호 기사를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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