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업무의 숙명은 욕받이란 얘기가 있다.
비즈니스 숫자를 내는 조직이 아니다 보니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먹는 조직이라는 뜻이다. (마치 집안 살림을 하는 느낌이다. 매일매일 해도 티는 안 나는데 하루라도 안 하면 지저분함이 바로 눈에 띄는 그런 느낌이랄까…)
또한, 외부 고객을 상대하지 않으니 내부 고객의 질타는 귀여운 수준이라며, 온실 속의 화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가서 고객 만나봐라, HR한테 요구하는 요정도는 아주 귀염둥이 수준이라며 정당화를 하심돠…) 더군다나 직장인들의 앱 블라인드에서도 인사부서는 공통적으로 칭찬보다는 불만이 엄청나게 회자되는 아주 특급 인기 부서임은 말모(말해모해)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집안 살림처럼 매일매일 해도 티가 잘 안 나고 안 되어 있는 것만 욕을 먹더라도 HR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여기서 잠깐의 항변! ‘신박한 정리’라는 TV프로그램을 한 번 보시라, 집안 정리도 컨설턴트 전문가가 하면 완전 티가 난다. 그 말인즉슨 HR도 정말 티가 날 수 있는 분야라는 것)
그 필요의 영역을 넘어서 HR의 전문성을 얘기할 때, 실무자들은 심오해진다. (잔뜩 심각…) 다른 사람들의 성장과 지원을 돕는 만큼 자신의 성장과 지원에도 진심인 우리들, 그래서 인살롱이라는 우리들의 커뮤니티를 빌어 HR의 의심받는 전문성을 한 번쯤은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욕받이와 본전을 넘어 HR이 비즈니스의 전략적인 파트너로서 가져야 하는 역량과 전문성에 대해 짚어보고 어떻게 준비해 나갈 수 있을지 정리해 본 방법론을 공유하고자 한다. (저의 생각이 담뿍 묻어 있으니, 집단지성과 고견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첫 번째 질문, HR은 회사에 꼭 필요할까?
회사에 변호사가 필요한가? 세무사는? 의사는?
전문성의 시초는 결국 ‘필요성’에서부터 되짚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다. HRer로서 HR의 필요성을 생각하다 보면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지라 변호사를 예시로 비교해서 생각해 보았다.
구분 | 변호사 (또는 노무사) | 인사담당자 |
회사에 필요한가? | 필요 | 필요 |
왜 필요한가? |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여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함 | 기본적으로는 회사의 급여지급 및 총무, 채용, 조직문화, 교육의 순으로 필요하며 나아가 전략적인 인적자원 관리를 위함 |
꼭 필요한가? |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사내 변호사 고용을 추천, 여건상 힘들 경우 자문계약 | 내부담당자는 1명 이상 필요하며, 규모가 있을수록 조직화가 필요 |
보통 1인 창업을 하거나 소규모로 회사를 시작하는 경우, CEO가 인적자원관리 및 재무/구매까지 모두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직이 10명 이상이 되면 급여부터 시작하여 인사관리(쉽게는 재직증명서에서 최소한의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Admin적 성격의 업무)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원초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정부에서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나아가 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되어 소명을 위한 출석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적인 차원에서라도 필요해지는 것이다. (뉴스에서 나온 친인척 낙하산 고용과 고위 관계자의 인사청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에 대한 소송을 기억하는가? 파트타임이나 계약직의 주휴수당 미지급과 급여 밀림에 따른 판결은? 예, 그런 일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도 인사의 업무입니다)
나아가 사업이 잘되면 잘 될수록 CEO 혼자서는 다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분업화가 시작되는데, 이 때 필요해지는 것이 채용이고, 그때부터 회사에서는 급하게 채용담당자를 찾기 시작한다. (지인 및 추천자 고용으로는 한계가 있고, 서치펌은 너무 비싼 데다가 아직 여력상 고경력자를 채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근데 어라?
채용을 하려고 보니 후보자에게 전화 걸면 ‘어디라구요?’라고 되묻는 회사에서 뭘 내세워서 채용을 하지? 월급은 얼마를 줘야 적정한 건지? 월급을 밀리면 범죄가 된다고? 병역특례/장애인/보훈 채용은 복잡..하네…? 등등의 복합적인 인사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CEO는 바쁘다. 처음에야 세일즈 실무자(라고 쓰고 만능 사원이라 읽는다)를 채용하여 뭐든 만들어가겠지만 ‘인사담당자가 필요하구나’를 깨닫고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인사 및 재무 등 전문분야를 세심하게 세팅할수록 더 큰 사업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온다. (실제 창업자 교육에 참가했다가 같은 고백(?)을 여러 번 듣기도 했다) 그렇게 인사 담당자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 HR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은 무엇인가?
필요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HR을 채용하려는 회사들의 공고를 보면 회사에서 필요한(또는 추구하는) 인사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의 레벨인지 가늠이 되기도 한다. 주로 몇 가지로 나뉘는데 아래와 같이 원초적으로 정리해보았다.
구분 | 원하는 업무 | 지향하는 바 |
경리 | 급여를 주자 |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성취하고 노동법을 준수하기 위함 |
인사/총무 | 노트북이랑 키보드 및 비품관리도 좀 하고 회사의 전체 자산도 좀 챙기면서 인사규칙도 좀 만들어보자 | 기본적 기능 외에 총무/구매/기본적인 취업규칙 및 인사규칙에 대한 전반적 관리를 하기 시작함 |
HR 매니저/제너럴리스트 | 한 단계 고도화된 채용/조직문화/브랜딩 등에 손 좀 대보자. 하지만 기본적인 데일리 업무와 리스크 관리가 1순위임 | 보통 재무 및 구매팀이 별도로 있는 경우가 많으며 전체적 인사(육성과 지원 포함)를 아울러주고 프로젝트성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등 업그레이드된 인사조직의 시작 |
분야별 HR (인재영입팀/컬쳐팀/인사기획팀/평가보상팀 등 팀 이름은 다를 수 있으나 세분화된 조직으로 채용 |
인사 안에서도 전문분야에 따라 팀을 나누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기획(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분야가 많아짐 | Center of Excellence(CoE)을 통해 전문성이 있는 인사조직의 형태를 취함 (* CoE란? 조직 내 새로운 역량을 만들고, 확산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조합으로 구성한 조직) |
HR 비즈니스파트너 | 순수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뽑는다는 것은 그 외의 인사 기능이 CoE를 통해 돌아가고 있으며, 비즈니스의 전략적인 파트너링을 요구함 | 비즈니스별 인사전략을 통해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다른 전문 CoE와의 협업을 통해 맞춤화된 인사전문성을 요구함, 현재까지는 가장 고도화된 형태의 인사분야적 채용이라고 할 수 있음 |
그럼 궁금해진다. 회사 내의 귀염둥이 업무 담당자가 아닌 인사 ‘전문가’가 되려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그리하여 다음 편에는 HR의 역량과 전문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고민한 부분을 이어서 연재합니다.
그럼 다음 달에 만나요~!
미영님의 게시물은 경험이 녹아져 있어서 공감 Point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마음속 깊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흥해라 흥!
안녕하세요 팀장님. 2019년도경에 계셨던 직장에 HR인턴으로 지원한 뒤, 인터뷰도 진행했던 김동훈입니다. 그때의 꿈이어나가 현재 보상업무하고 있는데, 이렇게라도 뵙게되서 정말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동훈님,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R의 꿈을 실현해 보상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니 멋지네요! 응원합니다.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