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싶은데 내가 원래 했던 일과는 거리가 있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회사로부터 독립해 일하기 전 저는, 한국투자증권, JP 모건 등 금융권에서 15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구조화 파생상품을 세일즈하고 트레이딩 하는 일을 했는데요. 이렇게 말하면 제가 굉장한 금융 전문가인줄 아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솔직히 이직 초기, 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때는, 구조화 파생상품은 1도 모르는데 그 팀에 가게 되서 – ‘입’만 살아있던 저에게 본부장님이 속으셨던 것 같아요. 잘못된 채용의 예가 바로 저 였죠- JP 모건 때는, 다들 너무 잘나고 똑똑해 보였어요.
“이 시장에 어차피 전문가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질러”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부서 누군가의 조언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맞아, 시작된지 얼마 안된 시장, 변화가 많은 시장에서는 냉정히 누가 전문가라 할 수 없고, 많이 해보는 사람이 깃발 꽂는거야.’
JP 모건 때는 기가 눌렸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영어 연수도 한번도 다녀온 적이 없었는데요. 이 회사에서는 영어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어요. 이메일도, 메신저도, 전화도, 모든 것이 다 영여영어영어 였습니다. 각 회사별 1등이 다 와있어서 그동안 저 잘난 맛에 살았는데 알고보니 평균이라는 것도, 모니터를 12개나 봐야하는 것도, 종일 ‘일’ 이야기만 하는 것도, 회식이 너무 없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랐습니다. 제 눈에 동료들은 영어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끼깔나는 학벌에 집에 돈도 많고 아쉬울 것 없어 보였고요 (사실이든 아니든)
그래서, 1:1로 점심을 먹으며 ‘개인’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저녁, “삽겹살에 소주 한잔 하실래요?” 했었는데, 회사에서 보여지는 페르소나 vs 진짜 자신 사이 얼마나 차이가 많은지, 와인/양주 말고 소주가 들어가니 진짜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새삼 알게 됐어요. 겉으론 말쑥한 양복에 좋은 시계, 세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제각각이었죠.
누군가의 회사, 포지션, 보여지는 것을 부러워할 것도, 열등감을 느낄 것도 없다는 생각을 이때 많이 하게 됐습니다.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쌓이는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이때 먹게 됐어요.
그러면서 서서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며 자신감이 붙었던 듯 합니다. 모두 완벽하지않으니,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좀 뻔뻔지세요. “나는 누구 여긴 어디..지금 뭐하고 있지?” 마음이 든다면, 이 조직에 나 말고도 괴로운 사람 있을꺼다, 각자 다른 고민을 마음 속에 품고 있다 생각하며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걸 해보세요.
정신승리면 좀 어떤가요. 내 속이 편한 것이 장땡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