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Reality : 운영의 중요성

인사 제도의 기획과 운영 모두 중요하지만 저는 ‘운영’에 무게를 두고 앞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보려고 합니다. HR업무의 묘미는 운영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똑 같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획한다고 해도 그것이 이루어지는 모습들은 다 다르거든요.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HR담당자 여러분과 임직원 분들이 경험하는 실제 HR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기 인살롱 페이지를 봐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HR관련된 자료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할 이론과 지식들은 많이 공유되고 공부되는 반면, 운영의 중요성이나 그 사례는 잘 공유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타사 사례 Best Practice를 아무리 찾아본다 해도 제도의 겉면이 대부분이고 실상 그것이 어떻게 사내에서 이야기되어지고 활용되는지 찾기 어렵죠. 아마 각자의 경험과 디테일, 예민한 조직의 어떤 부분 등이 있기에 드러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영’의 중요성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해왔지만, 그 중요성이 크고 뚜렷하게 다가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그만두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중소 IT기업의 HR실무자로 9년, HRD/조직문화 컨설팅 업체에서 3년을 내리 일해오다가 멈춤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커리어를 어느 방향에 두고 나아갈 것인가 고민 끝에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죠. 컨설팅을 하며 수많은 자료, 멋있는 장표들과 씨름하면서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고민의 밤들도 의미 있었지만, 사람 냄새가 더 진하게 나는 현업이 그리웠습니다. 컨설팅 결과를 건네고 돌아오는 길에, 운영이 잘 될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마음껏 후련해 하지 못했던 일들도 떠올랐습니다.

기획은 잘 되었지만 운영이 잘못되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획의도를 훼손하면서 운영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이 제도를 경험하고 접근하기 불편하게 운영하는 경우’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몇 년 전 애자일 기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애자일을 사내에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도입 목적은 분명합니다. 빠르게 성과가 난다고 입증(타사 사례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상 우리나라 기업에 도입했을 때 안타까운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었습니다. 데일리미팅은 간단한 업무 공유/점검이 아닌 군기 잡는 시간으로 변하고, PM이나 PO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기존 직책자가 당연하게 맡거나, 다양한 협업/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입니다(굉장히 많은 사례가 있지만 지면상 여기서 줄입니다). 애자일은 제도나 기법이라기 보다 ‘철학’에 가깝기 때문에 제도 운영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의미와 의도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인데 사실 그 부분이 많이 빠지게 됩니다. 준비하는 HR뿐만 아니라, 임원, 그것을 실행할 현업 리더와 모든 플레이어들이 제도가 운영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애자일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한다고 스프린트 회의 횟수, 주기, 회의 도구나 온라인 도구를 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일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 구성원의 인식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고, 실제로 운영하면서 기획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 우리에 맞게 용기 있게 변형을 해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제도는 있는데 이용이 불편한 경우는 기업의 사이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우선적으로 시스템을 봐야 합니다. 신청이나 결재 프로세스가 간단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사용자 측면의 UX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직원 경조사가 있는 경우 회사에서 경조비/ 사우회에서 상조비가 나가는 사례를 살펴볼까요? 기존에는 직원이 양쪽에 두 번 결재를 작성해 올려야 했습니다. 좋은 일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슬픈 일일 때도 두 번이나 이 일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슬픈 일이었습니다. 종종 직원들이 둘 중 하나를 누락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좋은 의미에서 제도를 기획했는데, 직원들이 사용하면서 오히려 회사에 짜증이 나게 만들면 안되겠죠. 그래서 직원은 한 번만 복리후생 담당자에게 신청을 올리고, 복리후생 담당자가 증빙 등 적합성을 검토하여 승인을 하면 해당 문서가 회계팀과 사우회장에게 동시에 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신청서 내에, 경조비/상조비 양쪽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한 표에 그려 넣어 이해가 쉽고 누락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회사가 아주 큰 규모가 아니라면, 구글/노션 등의 타사 툴을 활용해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스타트업이라면 시스템도 좋지만, 담당자가 휴먼스킬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많습니다.

이제까지 두 가지 경우를 살펴봤는데요, 번외로 운영할 생각이 없으면서 기획만 해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용공고나 대외 홍보용으로 멋지게 쓰지만, 입사하고나서 배신감을 느끼거나 사내에서 애쓰는 직원들은 되려 박탈감을 느낍니다. 여성가족에 대한 선진 HR 사례 발표로 유한킴벌리에서 담당자분이 오셔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도 뭐 특별히 대단한 제도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겁니다. 다만, 저희는 다 해요. 정말로 다 운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합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앞으로 다양한 사례를 함께 꺼내보면서 여러분과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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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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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놀자
필진
스파놀자
10 개월 전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네요.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hj114hj
필진
hj114hj
10 개월 전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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