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대행사’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당장이라도 전략을 내놓으라는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이 이렇게 말하는걸 봤습니다.
‘내가 자판기입니까? 누르면 나오는’.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사이다라고 생각했죠.
답도 없는 문제에, 빨리 답을 내놓으라고 재촉하며 방향성조차 안주는 리더들을 볼때, 저도 저런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리더십을 연구하고, 수많은 리더들을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입장에서…
리더가 모든것을 다 알고 지시할 순 없지만,
최소한 본인이 ‘무엇을’ 지시하는지는 알고 지시해야하고,
그조차도 모르면 당연히 지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소위 말하는 ‘핑프(finger prince/princess)’ 리더들을 마주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대기업 병’이라고 하는 약도 없는 보고병에 시달립니다.
어떠한 방향성이나 명확한 지시 사항 없이 ‘일단 가져와봐’ 라고 하는 경우라든가,
아이디어라고 내는것 족족 전부 ‘모든 내용을 갈아엎어야 하는’ 노가다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라든가,
지원해주는 건 없으면서 ‘알아서’ 다 해오라면서 만능이 되라고 하는 경우 등..
그뿐인가요, 그래놓고 잘되면 본인의 것, 실패하면 부하 직원 책임으로 돌리는 리더들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소위말해 ‘자기 능력은 없으면서 남의 능력은 등쳐먹는’ 리더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요.
tvn의 ‘유퀴즈’에서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가
광고회사 대표에서 사직한 이유를 들면서,
“자리가 요구하는 역량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 앉아있는게 조직의 비극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걸 봤습니다.
사실 본인의 역량과 한계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압니다. 리더가 될 수록 더 잘 알지요. (스스로 자기 객관화가 안되는 리더라면… 답도 없습니다.)
본인이 관리 가능한 영역(span of control)에서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을정도의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한계라고 느낄때,
그걸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든, 아니면 거기서 멈추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면 현명한 리더이지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직원들을 자판기마냥 ‘누르면 나오는 아이디어 머신’으로 취급 하는 순간,
직원들도 금새 압니다. “아, 저 사람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시하는구나” 라고 말이죠.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chatGPT가 해주는 답변으로 숙제도 해결하고, 보고서도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지금.
여전히 책상에서 방향성과 의사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직원들을 닥달하며 내놓은 아이디어에 빨간펜 그으며 ‘워딩 수정’만 외치고,
줄 간격과 보고서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만 하는 리더들이 늦추는 일의 속도는,
차곡차곡 쌓여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뿐만아니라 미래에도 빨간펜을 긋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요.
어떠한 리더로,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직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 리더가 될 것인지, 한번 다시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