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는 조직이나, 맡은 업무들이 잦은 변화를 갖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확실했던 우리 팀의 미션과 주요 업무가 시간이 갈수록 더 다양해지고, 혼자서 수많은 종류의 일을 해내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한 팀이 되는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를 겪은 팀의 요구에 따라 계속 업데이트 된 JD를 보게 된다면? 이것은 마치 김밥천국의 메뉴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온갖 종류의 업무를 담당하는 슈퍼맨을 찾는 문서가 되어있곤 합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경험을 겪은 팀의 JD에는 팀이 수행하는 업무 중 과거에는 중요했지만 이제 더는 수행하지 않은 업무도, 아주 잠깐 이벤트 성으로 필요했던 역량이 레거시로 남아 존재감을 들어내곤 하는데요.
이런 정리되지 않은 흔적들의 문제는 정말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함께할 차를 정비하듯, JD도 팀과 함께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정말 중요한 가치에 맞춰 정비되고, 청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발직군 입장에서, 우리 팀의 JD를 조이고 닦는 정비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어느 글이던 마찬가지로 JD를 쓰기 위해서는 글에 포함될 내용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그 안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정리를 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과정은 필요한 소스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
1. 핵심 업무와 역량을 뽑아내는 방법에 대하여
JD에는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팀에 대해 잘못 이해해 지원자와 회사가 서로의 비용을 늘리는 일이 없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랫동안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면서 레거시가 쌓였을 때, 이를 정리하기 위해 팀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와 역량을 다시 추려내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팀 소개와 미션, 업무 내용과 같은 다양한 JD의 구성 요소들 중 주요 업무와 핵심 역량을 뽑아내는 방법을 위주로 다뤄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 우리가 답할 핵심 질문은 2가지 입니다.
- 실제로 우리 팀에서 필요한 정말 중요한 핵심 역량이 무엇일까?
- 우리 팀이 실제 하는 일과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전달해야 효과적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답하기 위해 이번 글에서는 팀 페르소나를 정의하는 과정을 가져 답을 얻어보려 합니다. 팀의 페르소나를 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런 효과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 우리 팀에게 정말 중요한 핵심 업무와 역량 뽑아내기
- 스토리 기반의 재료로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만들어내기
2. 복잡한 팀의 소개를 단순하게 정의하는 방법 : 팀 페르소나 정의하기
가면극 배우들의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Persona)는 UI/UX 방법론에서 제품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타겟 유저를 설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수많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공통된 특징을 모아 만든 ‘보통의 유저’ 캐릭터를 정의해 고객에 대한 분석을 보다 입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제품을 기획할 때 사용되는 페르소나 개념을 핵심 업무와 역량을 추려내는 과정에 가져와 적용해봤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일들을 경험한 팀일 수록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스스로를 간단하게 정의내리기 어렵습니다. 분석하려는 대상이 복잡할 수록 정말 중요한 정보는 가려져 보이지 않기 십상이기 때문에 팀을 대변하는 하나, 혹은 두세개 정도 소수의 페르소나를 정의해 우리가 하는 일과 이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단순화 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예시에 활용될 재료인 저는(?) 현재 Data Scientist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편의상 속한 팀을 DS팀(Data Scientist 팀)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경험했던 팀을 각색해서 예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이번 글에서 완성할 DS팀의 페르소나! 동식(Dong Sik)이를 소개합니다!!

2.1 [1단계] 이전 프로젝트 복기! Progress list 정리
팀 페르소나 정의의 첫 단계는 우리 팀이 수행했던 일들, 즉 동식이가 했던 일을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개인이 아닌 한 팀 안의 모든 팀원들이 했던 일들을 조각조각 모아서 어떤 이유로 이 일을 했는지 정리하고, 구조화 시킵니다. 동식이는 지금까지 연간 3~6개의 프로젝트들을 소화했습니다.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조금씩 성격이 다르긴 했는데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목적과 과정을 가졌습니다.
- 프로젝트들을 수행할 때 밟았던 과정 (업무 리스트, 일부 경우에는 중간 업무가 스킵되는 경우들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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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셋팅 : 업체의 요구사항과 배경, 현황 등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건들을 확인하며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합니다.
- 데이터 수집 : 타팀(데이터 수집팀)의 주도로 데이터를 수집해오고, 수집된 데이터의 품질을 확인합니다.
- 데이터 분석 :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
- 분석 결과 검수 : 분석된 내용이 실제로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 계획을 수립하고, 검증합니다.
- 분석 결과 보고 : 분석된 내용을 고객사에 전달하기 위해 문서화 작업과 PT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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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이가 일을 하면서 밟았던 progress들을 최대한 모두 다 모아봤습니다. 이 작업에서 progress에 대한 묘사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수행하는 progress를 정리한 결과, 이 안에는 정말 동식이에게 중요한 메인 progress와 여러 레거시의 흔적, 덜중요한 progress 등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제 이 안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벼려낼 차례입니다.
2.2 [2단계] Progress 우선순위화 : 핵심 progress 추출
동식이가 밟았던 progress들 중 정말 중요한 업무와 역량을 찾기 위해 우선순위화를 시킵니다. 이를 위해선 어떤 기준으로 각 업무들을 우선순위화 시킬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한데요. 그 기준은 조직의 상황과 업무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기업, 공무원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조직 구조의 변화가 적은 경우에는 부서별, 연차별로 요구되는 조건이 명확하기 쉬워 상대적으로 기준 잡기가 수월합니다. 또, 한편으로 스쿼드와 같이 역할 중심의 조직에서는 팀원마다 요구되는 역할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어렵지 않은 접근법입니다.
반면, 동식이는 프로젝트 팀입니다. 팀장 1인 외에 나머지 팀원들이 위 progress 리스트에 있는 모든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야 말로 명확한 우선순위화를 통해 정말 중요한 progress를 잡지 못하면 김밥천국식 JD가 나오기 정말 좋은 환경이 되겠습니다.
우선순위의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기준으로 삼기 좋은 질문 4가지를 제안합니다.
- 시니어급이 하는 업무인가? 주니어급이 하는 업무인가?
- 이 팀에서 전담해서 수행하는 업무인가?
-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인가? (이벤트성인가? 지속성인가?)
- 기존 인력으로 커버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이러한 기준으로 동식이의 progress list를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럼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과 이번 채용건의 상황을 모두 감안해 채용 우선순위를 산정할 수 있습니다. 1) 이번 채용이 신입 채용이라는 점, 2) 우리 팀이 메인으로 맡아야하는 업무 중 3) 주로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 마지막으로 4) 기존 인력에서 수요가 부족한 업무라는 점을 모두 감안했을 때, 우선 순위가 가장 높은 핵심 progress는 3번 데이터 분석이 되겠네요!
우선순위 리스트의 추가적인 효과! 팀에서 성장해나갈 수 있는 중장기적 비전 공유
한편으로 이렇게 정리된 우선순위 리스트를 조금 손보면 이 팀에서 수행하는 업무와 필요한 역량을 단기적, 장기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가 JD에 같이 소개된다면 팀에 합류했을 때 당장 수행해야 하는 업무 외에도 앞으로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는 데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팀원으로써의 중장기적인 비전이 제공된다면, 단순히 현재 시점으로 요구하는 자격요건과 역량 외에 팀에서 지원자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보여줌으로 더 지원자와 팀의 fit을 더 정밀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2.3 [3단계] 핵심 progress의 입체화와 핵심 역량 추출 : 실제 업무 이야기 그리기
앞서 우선순위화를 거쳐 추출된 핵심 progress에서 이제 정말 주요하게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와 이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뽑아낼 차례입니다.
우리의 핵심 progress인 ‘데이터 분석’에 대해 step 1)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동식이가 수행했던 다양한 업무들을 성격에 따라 구분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설명이었지만, 이 문장 만으로는 동식이를 알지 못하는 지원자가 동식이가 하는 일을 머리속에 상상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입체화 과정에서는 이들의 상상력을 더 튼실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재료를 넣어주기 위해 실제 사례를 자세히 묘사해봅니다.
이렇게 실제 사례를 뽑아냈을 때의 장점은 보다 신뢰성 있게 이 업무를 하는데에 있어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뽑아낼 수 있고, 또 스토리로 정리해 JD녹여냄으로 지원자 입장에서 더 이해하기 쉽게 업무 내용을 기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입체화된 시나리오에서 핵심 역량을 추려내보겠습니다! 시나리오에서 각각의 문장들은 동식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을 의미합니다. 문장마다 라벨을 붙인 후, 해당 업무에서 필요한 역량을 서술해봅니다.
이렇게 해서 이번 글에서는 JD에 녹일 업무 내용과 핵심 역량을 도출해냈습니다.
물론 이렇게 정리된 내용이 그대로 JD로 가면 안되겠죠! 위 과정에서는 JD에 적을 소스를 추려내는 과정이었고, 실제 JD를 작성할 때에는 이 내용에서 대외비는 없는지 검토하고, 기업에서만 사용하는 전문용어는 배제하는 등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이번 글에서는 JD에 쌓인 레거시를 제거하고 정말 중요한 업무 내용과 핵심 역량을 추려내는 과정을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HR 관점에서 좋은 JD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서 필요한 모든 소스를 모아봤는데요. 하나하나 읽어보시고 더 좋은 인사이트가 나올 수 있도록 꼼꼼히 피드백 주신 Onepredict 유영진 채용담당자님께 감사 말씀 전합니다 🙂
좋은 팀원들이 저희 팀으로 오는 길에서 최대한 불편함은 걷어내고 편안히 다가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자문 : Sunyung Steve Na (HR Lead & Coach, Certified Scrum Master; SM 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