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조직행동론 교과서에 있던 ‘Fun문화’를 잊어갈 때쯤 최근 미국 플로리다 출장을 다녀왔다.
플로리다는 월트 디즈니 월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레고랜드, 씨월드 등 전세계의 유명한 테마파크가 모여있는 테마파크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다.
HR담당답게 채용공고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특히 보상에 ‘시급12달러 + Fun문화’가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에서 당연히 “시급과 복리후생만”이 보상이라 생각했는데 “Fun문화가 무슨 보상이지…”라는 의문과 함께 귀국을 하였다.
글로벌 테마파크 출신 외국인 사장님에게 보고할 당시 “공공기관과 협약식 체결, 노사협의회 진행 등” 누가봐도 형식적이고 딱딱한 행사들에 대하여 항상 피드백은 “Fun하게 진행하세요.” 였다.
국내 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그런 행사는 격식을 갖추고 형식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Fun하게 진행하라는 의미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공공기관 임원들도 레고제품으로 꾸며진 회의실, 개성있는 이름표와 영어이름들을 보니 회의 분위기가 Fun해지네요. 라고 하며 기분좋게 회의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항상 Fun하게 일을하라”는 의미가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직원들의 개성대로 꾸밀 수 있는 이름표]
어느날 오늘도 힘든 회사 생활중인 내게 팀윈이 와서 “사장님은 회사생활을 Fun하게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 해서 직접 관찰을 하니 실제 회사생활을 항상 Fun하게 생활 하시는 것처럼 보였다.
예를 들어 매년 그룹에서는 전 세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WWTK(The Wizard Wants To Know)라는 익명 온라인 서베이를 진행한다. 목적은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는 건강한 근무환경 및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기존 회사에서도 유사한 조직진단을 하였지만 정규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서베이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주로 Top-Down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즉 임원회의에서 부서별 참여율을 공지하거나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KPI에 넣어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하기위해 서베이를 하면 아무리 메일과 문자를 보내도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그 이유는 향후 피드백이 없고 임원들도 시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거나 직원들이 변화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임원들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서베이의 중요성을 직원들에게 소통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사소하지만 푸드트럭을 준비해 더운 여름에 식사 후 현장 직원들이 리프레쉬할 수 있도록 아이스커피를 제공하고 그 자리서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예상외로 효과적이었다. (약 900명의 현장 및 사무직원들의 91%가 서베이에 참여하였다.)
관심없는 직원들에게 계속 메일, 문자를 통해 억지로 참여하게 하는 것보다 이러한 이벤트와 임원들의 관심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겠다는 작은 교훈을 하나 얻었다.
서베이 결과에 대해서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라운지, 식당 등에 You Said, We Did 게시판을 설치하고 개선사항을 공지하여 신뢰를 주고 있다.
또한 매달 직원들이 회사의 Way에 맞게 행동한 우수 동료를 추천하고 Star를 뽑아 직원과 똑같이 생긴 레고 모양의 트로피를 별도 제작하여 사장님이 직접 전달하고 시상식을 한다.
그리고 SLT(Sr. Leadership Team)가 주도적으로 직원들의 입사 백일을 기념하는 백일파티, 할로윈 코스튬 콘테스트, 크리스마스 이벤트 등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Fun문화를 위한 각종 이벤트를 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아직은 힘들지만 모든일을 Fun하게 해보라는 사장님의 말처럼 생각하다 보면 남들이 “저분은 회사생활을 Fun하게 하셨나봐요.”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