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로봇 자동화 RPA 도입, 어디까지 왔나?

국내에서 2017년 이전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2018년 이후 유재석, 하하까지는 따라잡지 못했으나 양세찬과는 비슷하고 지석진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웹 검색에 노출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금융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비금융기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P&G의 DT를 주도했고, 현재는 디지털 전환 컨설팅업체 트랜스포먼트의 대표인 토니 살다나Tony Saldanha가 저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왜 실패하는가?》에서 기업이 5단계의 DT를 실현해 DT가 ‘장착된 DNA’가 되기 위한 1단계 밑바탕 구축으로 RPA 등을 통한 업무자동화를 꼽았을 정도로 RPA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 RPA 시장
RPA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 로봇이 수행하도록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국내에서는 주 52시간 제도, 연차촉진제도 등 복지 및 근무환경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본격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실행된다고 기업의 기존 업무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ERP나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같은 개발과 비교할 때 보다 빠른 구현이 가능하고 ROI(Return on Investment)가 상대적으로 높은 RPA가 해결책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RPA 시장 성장세는 매우 인상적이다. 전례 없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비대면Untact 수요와 재택근무 전환에 힘입어, 글로벌 RPA 시장 규모는 지난 2년여 간 더블 카운트를 달성했다. 전문 리서치 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2년에는 90% 이상의 대기업이 RPA를 완전히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주요 대기업과 은행 등 금융기업들은 향후 최소 3~4년 간 전사적인 RPA 도입 완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형, 반복, 대량 업무에 특화된 RPA
RPA는 사전에 지시한 룰Rule에 기반해 정형 데이터 수집, 저장 등 단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통한 대량의 트랜잭션 처리에 특화됐고, 자동화를 위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기존 프로세스가 표준화되고 품질이 향상된다. 표본 대상으로 수행되던 업무가 전수 대상으로 확대되고, 수행 주기를 단축하면서 적시성을 확보한다는 점도 주요 특징이다.

◆ 비정형, 판단의 영역까지 확장된 지능형 RPA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의 Visioning/OCR/MRC(기계독해) 등 기술과 기 도입됐던 STT(Speech to Text), 챗봇 등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과 연계된 형태로 RPA가 구현되며 RPA 적용 영역이 정형 프로세스에서 비정형 프로세스의 자동화로 적용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 기술의 지능화(IPA, Intelligent Process Automation)는 단순반복업무에 한정된 베이직 오토메이션Basic Automation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엔드투엔드End-to-End 프로세스로 자동화 적용이 확대되면서 RPA 기술은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체 학습 알고리즘 활용을 통한 인공지능 보편화를 지향하고 있다.

각 산업에서는 RPA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제조, 유통, 통신 등 산업을 가리지 않고 RPA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봇Software Bot들은 이미 하나의 ‘직원’ 유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금융업이다. 국내 금융업 특유의 망 분리 등 보안환경, 개인정보 이슈 등으로 본격적 도입까지 많은 노력이 요구되어왔지만, 정량적 데이터를 많이 다룰수록 정확한 업무자동화가 가능한 금융업의 특성으로 RPA의 활용도가 타 산업대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높은 활용도로 인해 타 산업 대비 금융산업에서 딥러닝 기반 자동화 연계 등 고도화 성공 사례와 이러한 적용에 따른 인사이트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 디지털 신기술 연계로 RPA 활용범위 확대 및 고도화
NH농협은행은 ‘지능형 이미지 인식’ 기술을 펀드 신규장표 불비사항 점검 등 다수 업무에 적용했다. 월 수십만 건에 달하는 징구 서류에서 고객 서명값 누락 여부 등을 전수 점검함으로써, 불완전판매 의심 건 적출이 가능해졌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에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AI-문서 분류(테이블 유형화 및 객체 특성 기반의 서식 유형 인식) 및 AI-OCR(문자 또는 숫자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타 기관으로부터 접수받은 다양한 연금계좌 원천징수영수증을 인식하고 고객정보, 지급명세 정보를 추출 후 과세이연정보를 전산 등록하는 전체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이 외에도 ‘STT’를 통해 텍스트로 변환된 고객의 음성 상담 및 답변 내역에 대한 심사 프로세스를 RPA가 담당하여 여신 자동기한 연기 자동화 수준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 RPA 프로세스 확장 측면 외에도, 자동화 또는 효율화 대상 신규 프로세스 발굴 및 분석 목적으로 디지털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프로세스 마이닝’이 대표적인 사례로, 사용자의 시스템 이벤트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업무 처리 프로세스 맵을 시각화하고 분석 결과를 제공해주는 데이터 기반 신기술이다. 시중은행 등 주요 금융사를 중심으로 PoC(기술검증), 파일럿 단계를 거치고 있다.

◆ DT 실행 도구로 RPA 활용,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
교보생명은 전사 DT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정규 DT 교육 커리큘럼을 편성하고, 직원들이 RPA 및 빅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개념적인 디지털 전환이 아닌, 실제 갖추어야 할 내부 역량으로 RPA를 선정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TF 중심으로 RPA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수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전사적으로 자동화 가능한 RPA 과제를 최대한 발굴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매커니즘으로 PwC에서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개념을 RPA에 접목하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HRD부서의 협조를 통해 전사 부서 중 RPA 구현이 용이한 특성을 가진 부서를 대상으로 부서별 1~2명의 RPA담당자를 선정하고 약 100시간으로 구성되어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덕트 오너로 양성하려고 한다. 올해 11개월간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약 50명의 인력 양성을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교보생명에서 도입한 MS teams를 활용하여 코로나 상황에서도 온라인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본 과정은 체험과 실습으로 운영되며 컨설턴트와 현업 RPA 전담 인력의 코칭으로 실 적용 과제 선정 및 구현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의 To-Be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젝트 기간 이후 수료를 한 프로덕트 오너들은 다양한 신기술 사례와 접목할 수 있는 자동화 과제를 스스로 부서 내에서 발굴·평가·선정하고, 선정된 과제에 대한 상세 분석 설계, 구현, 운영단계 전반에 걸쳐 해당 업무의 담당자로 활동할 계획이다. 현재 내부 경영진의 피드백도 매우 긍정적이며 특히 양성되는 인력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파악되고 있다. 추후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 개념으로 확장 계획으로 분석·설계 과정을 수료한 프로덕트 오너 중 20~30% 인원을 선발하여 RPA 개발 교육으로의 확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RPA의 전행 확산을 위해 Process Mining PoC를 수행했으며 은행원이 직접 RPA를 개발·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중에 있다. 또한 단계적 교육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역량 강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CoP(Community of Practice, 실천공동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며 해커톤 개최 등 이벤트 요소도 가미하여 가시적인 DT 실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RPA 활용,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가

단순 솔루션 도입 관점의 Stand-alone RPA 활용은 한계가 분명하다. 신기술 연계 외에도 프로세스 혁신, 인사전략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RPA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 BPR 관점 : 단순 양적 팽창이 아닌, 밸류 체인 상의 질적 혁신이 있어야
다수 기업들이 RPA 성과 지표로 RPA가 적용된 업무 수와 업무량(노동시간)을 언급한다. 분명 유의미하고 관리되어야 할 지표이나, 한정된 자원으로 양적 팽창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ROI를 극대화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정립하고, 적용 과제를 선별해야 한다.

부서 간 공통 업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적용 효과는 부서의 수만큼 레버리지되며, 은행의 영업점 업무와 같은 케이스는 파급력이 더욱 크다. 밸류 체인Value-Chain 혁신을 통한 전사적 운영 효율화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공통 및 유사 업무이더라도 채널이나 프로세스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은 경우가 잦으며, RPA 적용에 앞서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과 BCP(위기대응체계) 수립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 HRM 관점 : 중장기 인사 전략과 연계된 인력 재배치 및 직무 조정이 수반되어야
RPA를 통해 전사 관점의 업무 효율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개별 직원 관점에서는 어시스턴트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효율화된 노동력이 고부가가치 또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사 인사관리 측면의 중장기 인력 재배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안정적 직무 전환이 가능하도록 인사부, 노동조합을 포함한 핵심 주무부서, 이해관계자와의 공감대 형성과 임직원 변화관리가 필수적이다.

◆ HRD 관점 :  전사 DT 실행 관점의 RPA 역량 내재화 추진과 자발적 확산 문화 조성이 핵심
소수 전담인력 중심의 탑다운Top-down 추진방식은 RPA 운영 규모가 증대될수록 많은 제약이 따른다. 궁극적으로는 개별 업무를 가장 잘 아는 현업부서에서 효과적 업무를 수시로 발굴하고, 설계 또는 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 모델이라 판단된다. RPA가 Low-Code 기반의 비교적 쉬운 프로그래밍 툴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실제로 많은 RPA 전담조직에서 RPA 교육을 시도하고 있으나, 부서 간 지원체계가 원활하지 않은 등 단일부서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하기에는 사실상 애로사항이 많다. 이 때문에 전사 DT 인재육성 및 실행의 한 축으로 RPA에 접근하고, 정규 교육 커리큘럼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완수한 직원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주는 등 확실한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현업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자체 RPA 과제를 발굴·설계하면, RPA 전담조직은 고난이도 과제 중심의 지원이나 기획성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아직은 과도기적 단계이나 머지않은 미래에 자발적 RPA 확산 문화도 자리매김할 것이라 전망한다.

◆ Tech 관점 : 신기술은 비용 관점이 아닌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RPA 연계 신기술의 발굴과 활용은 소위 ‘장투’가 필요하다. 아직은 베타 버전의 신기술도 상당수 존재하고 명확한 가격 정책도 수립되기 전 단계이다. 이 때문에 비용 효율적으로만 접근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수준의 프로세스 자동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AI 등 신기술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또한, 보여주기식의 신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도록 최초 도입 이후 유지보수나 고도화에 대한 내부역량을 갖추는 것도 핵심이다. 기업 내에 AI 조직을 별도 편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RPA 전담조직과 AI 전담조직의 유연한 연계를 모색하고 협업 프로세스를 정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수 기업들이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RPA 도입과 전사 확산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내부인력이 외부 컨설턴트의 지식과 역량을 이전받아 자체 운영을 시작한다. 필자는 수많은 기업들의 RPA 추진 사이클을 경험했고, 기업 내 다양한 이슈를 해결해왔다. 이를 통해 도출한 하나의 시사점은, 전략이나 지식 스킬보다 더욱 중요한 핵심 성공요인은 내부직원의 인식 변화와 리더십 그룹의 추진동력이라는 점이다. 예상 외로 많은 기업들이 이를 간과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5년 뒤 또는 10년 뒤 미래에 기업들은 RPA를 사용하고 있을까?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 서둘러 최적의 답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_최창범 PwC컨설팅 파트너
해당 기사는 HR Insight 2021년 10월호 기사를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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