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작은 없대, 시작이 위대한 거래

집 밖은 위험해

 

오랜 시간 집 밖은 위험해!를 실감하는 시절입니다. 처음 바깥 달리기를 시작했던 때가 2020년 9월입니다(실내 달리기는 헬스 다닐 때 종종 했었죠. 하지만 그게 언제더라. 까마득하네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가을 보름달처럼 몸이 둥글둥글해졌을 때 비로소 시작한 거죠.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시작이란 걸 했으니 말이죠. 왜 어느 스타트업의 한때 슬로건이 ‘위대한 시작은 없어, 시작이 위대한 거야’인데, 그 말이 제게 팍 꽂혔습니다.

 

달리기엔 역시 NRC (광고아님요)

 

달리기를 시작하며, 나이키 어플(나이키런클럽, 이하 NRC)을 다운받았습니다. 왜 나이키냐? 물으신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다들 그걸 쓰고 있더라구요. 페북과 인스타에 달리기 포스팅이 나오면, 대개가 나이키의 ‘스위시’가 붙은 사진을 올려놓았고, 그게 그렇게 멋져 보였어요. 삼선도 좋아하지만, 달리기 사진에는 ‘스위시’가 더 멋져 보였어요. 야밤에 혼자 달리는 거라, 옷은 스포츠웨어와 1도 상관없는 반바지 반팔을 입고 뛰었습니다. 9월의 밤이라 그렇게 춥진 않았어요. 출발 전, NRC를 세팅해야 했습니다. 활용 방법을 잘 몰라, 시간을 기준으로 뛰었습니다. 첫날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시간을 뛰자! 마음먹었습니다. 네, 이 얼마나 무지한 용기인가요.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저에게 1시간은 그야말로 10시간 달리기나 다름없었습니다. 체력은 금세 바닥이 났고, 10분을 뛰었나? 싶을 때, 길거리 벤치가 훅 다가왔습니다. 아니 훅 다가간 거죠. 마음은 훨훨 날아다녔지만, 현실은 벤치에 앉아 헉헉 거렸습니다. 더 이상 달릴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달리기는 결코 쉬운 게 아니었어요. 준비운동도 대충하고 뛰었으니, 오죽했을까요. 뚜벅이 인생이라 걷기엔 자신이 있었고, 달리기는 걷기에 조금 속도를 붙인 거다!라고 베리 단순하게 생각했던 거예요. 네, 달리기를 사랑하는 러너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희열과 미열사이

 

첫날은 대실패. 두 번째 달리기는 목표를 시간이 아닌 거리로 전환했어요. 일단 사뿐히 3km. 준비운동도 유튜브를 통해 보고,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유튜브엔 멋진 달리기 코치님들이 계셨어요. 혼자 대충 했던 준비를 그들 덕에 조금 경건하게 할 수 있었죠.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싶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봤던 걸 기억하며 자세를 잡으며 뛰었습니다. 금세 땀이 났습니다. 제가 바라던 바였죠. 둥글둥글 보름달이 반달(초승달은 바라지도 않습니다!)이 되려면 땀! 을 흘리는 것. 그 기분. 그 느낌. 그런데 누가 3km가 가뿐하다 했던가요? 속도는 점점 떨어져 이게 뛰는 건지 걷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서야 3km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3km를 달성했습니다! “란 메시지가 어플을 통해 전해지자 마자 무릎이 꺾이며 그 자리에 털석. 그리고 기다시피 바로 옆 건물 계단으로 가 주저앉았습니다. 그래도 목표했던 3km를 달성했다는 기쁨에 셀카를 안 할 수 있나요. 어디 보여주긴 민망해도, 그래도 첫 번째 목표 달성의 순간을 남겨야죠. 이 사진은 페북에 비공개로 올렸습니다. 약간의 희열과 약간의 미열을 품고 집으로 왔습니다. 꼴깍! 숨 넘어가는 그 순간 열이 올랐던 걸까요. 다행히 집에 돌아와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니, 미열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미열은 아마 부끄러움이 아닐까 합니다.

 

까지껏! 42.195

 

첫날의 실패와 둘째 날의 성공. 돌아보면 유튜브를 통한 준비 운동에 시간과 공을 들인 것, 목표를 시간이 아닌 거리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3km도 허덕거리는 초초초초보 러너지만, 뭔가 모를 자신감이 차올랐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달리기를 했고 그렇게 9월이 끝나갔습니다. 할 때마다 거리를 높여 뛰었고, 결국 누적 18km를 기록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달리기가 빨리 적응했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설마요. 단번에 그 거리를 뛰진 못했어요. 가령 다섯 번째 날 목표인 6km를 달릴 땐, 4km를 뛴 후 20분을 쉬고 다시 뛰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누적거리. 그걸 보니, 뭔가 묘했습니다. 18km를 한 번에 뛴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대단한 착각이었지만, 그래도 흥미로웠습니다. 아니 내가 이렇게나 먼 거리를 뛰었단 말인가? 혼자 쓰담쓰담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아니 매주 주말에 10km를 열심히 뛰면, 한 달 동안 누적거리로 마라톤을 뛸 수 있겠는걸? 네, 바로 그 42.195km 말입니다.

 

월간마라톤, 시작하다

 

그걸 한 번에 뛰는 날이 올까 싶지만, 그걸 한 달 동안 뛴다면 매달 마라톤을 뛰는 기분 아닐까? 마라톤을 뛴다는 것. 그건 얼마나 높은 성취인가요. 그래서 10월엔 42를 목표했습니다. 한 번이 아닌 누적거리로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월간마라톤’ 프로젝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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