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은 ‘러닝 워케이션(Learning Worcation)’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워케이션(Worcation)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워케이션은 ‘Work’와 ‘Vacation’의 합성어로 관광지나 휴양지에 가서 업무를 하는 것을 뜻하는데, 단순히 일하는 장소만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어디에 가서 일해도 좋다’는 인식을 가지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는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다시 일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복지 혹은 조직문화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권장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재택근무’가 일상적으로 쓰인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원격근무(Remote Work)’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로나 시기에 일본에서는 재택근무 외에도 거점 오피스 근무, 워케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중 최근 일본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SDGs* 활동과도 연계가 되는 ‘러닝 워케이션(Learning Worcation)’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SDGs는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빈곤, 질병, 지구 환경 등 UN의 국제사회 최대 공동목표를 말한다.

‘경계를 초월하는 학습’과 ‘러닝 워케이션’
러닝 워케이션을 다루기 전에 먼저 알아두어야 할 개념이 바로 ‘경계를 초월하는 학습(越境學習)’이다. 경계를 초월하는 학습은 최근 몇 년 간 일본의 HRD 이슈에 끊임 없이 등장하고 있는 개념 중 하나로, 본인이 소속된 조직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가서, 평소 접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주제에 대해 배우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특정한 지역에 가서 그 지역의 사회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비영리단체(NGO)에 가서 그 단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장기 프로그램으로는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에서 스타트업으로 1년 간 렌탈 이적을 하는 제도도 있다.

이처럼 경계를 초월하는 학습이라는 개념이 워케이션을 만나 러닝 워케이션이 된 것이다. 러닝 워케이션 중에는 특정 지역에 가서 워케이션을 하면서, 낮에는 그 지역에 대해 탐구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오후에는 업무를 하는 방식도 있고, 아예 그 지역에 가서 해당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에 참가하거나 해당 지역의 고유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방식도 있다. 휴양지 혹은 관광지로 불리는 곳에 가서 자기 일만 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해 알아보는 필드 트립에 참가하거나, 그 지역 주민들 혹은 다른 조직에서 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오감을 활용한 배움이 가능하다는 것이 러닝 워케이션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래에서는 실제 워케이션 프로그램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례1.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를 통해 Sustainable한 나를 만나다 – 톳토리 지역의 리더십 프로그램

러닝 워케이션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리더가 아닐까 생각한다. 러닝 워케이션 중 ‘리더십’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직함을 다 떼어내고 지방의 어느 마을에 내려갔을 때 나(리더)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리더들은 실제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배경을 내려놓고(본인이 내려놓지 않아도 지방의 한적한 마을에서 대기업의 직책은 전혀 쓸모가 없다!), 지역 사회의 회의에 참가하게 된다.

톳토리 지역은 사구가 있어 사막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실제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인구는 줄어들고 빈집이 늘어나는 것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넘게 활동 중인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오래 전 문을 닫은 폐교를 개조한 마을 극장도 훌륭한 교육 시설이 된다. 은퇴한 연극 배우들이 모여 평소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 러닝 워케이션 프로그램 중에는 연극을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 연극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톳토리에 와서 배우고 성찰한 것을 풀어내는 하이라이트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를 통해서 Sustainable한 나를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사례2. 지진 피해의 아픔을 러닝 워케이션으로 이겨낸 기적 – 카마이시 지역의 Resilience(회복탄력성) 프로그램

카마이시 지역은 관광지로 불릴만한 자원이 하나도 없는(!) 오래된 산업 도시이다. 일본제철의 공장이 있었던 곳으로, 철강 산업의 부흥기에는 산업 도시로서 기능했지만 공장이 철수하면서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나마 있던 활력을 빼앗아간 것은 2011년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지진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도시 중 하나였던 카마이시 지역이 빠른 시일 내에 피해를 회복하고, 예전보다 더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카마이시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러닝 워케이션이었다. 도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카마이시 지역 출신의 컨설턴트가 지역으로 돌아와 지역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빠른 기간 내에 일상을 회복한 카마이시 지역의 특성을 분석하여 그 과정을 ‘Resilience(회복탄력성) 프로그램’으로 탄생시켰다.

과거 산업도시일 때 출장용으로 만들어졌던, 1인실이 대부분이었던 숙소는 워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에게 딱이었다. 가족단위 관광용으로는 쓸모가 없어서 버려져 있던 곳이 1인실을 선호하는 워케이션족(族)들에게는 딱이었다. 관광 자원이 없는 것이 카마이시 지역의 문제 중 하나였는데, 관점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니 활용할 것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다.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고 마을 복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는 리더십 프로그램의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결과 카마이시 지역은 2018년, 일본에서 최초로 GSTC(Global Sustainable Tourism Council)가 선정한 ‘지속가능한관광지’로 선정되어 4년째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안전지대를 벗어난 곳에 진짜 배움이 있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고, 깨달음이 생긴다. 진짜 배움은 안전지대(Safety zone)를 벗어난 곳에 있는 것이다.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과정 속에 ‘학습’이라는 요소를 더한다면, 평소의 강의실에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배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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