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좋아하세요?”

5년 전 누군가 나에게 위와 같이 물었다면,
나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네. 아-주 좋아합니다. 난, 인사 담당자니까요!”

당당한 대답이다. 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입에 발린) 대답에 가까웠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인사 업무를 하게 되었나요?”

 

인사 담당자가 인사 업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태어날 때부터 인사 담당자의 숙명을 가지고 태어나 인사 전문가를 꿈꾸어 왔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사실, 없을 거다.) 경영학과나 문과를 졸업하고 갈 수 있는 직무 중 하나라서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사 업무는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중요도가 낮은 회사도 있다.) 인사 업무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작은 회사에서 인사, 총무, 회계, 경리 등을 다양하게 하면서 경험하게 된 사례도 있고, 전혀 다른 직무를 하다가 발탁되어 인사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임원 코스로 인사 팀장을 거치기도 한다. 원해서 한 경우도, 원하진 않았지만 하게 된 경우도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쩌다가 하게 되었다. 경영학부를 다니며 마케팅 공부를 열심히 했었고 인사 업무는 큰 관심 없었다. 우연히 대외 활동 특전으로 신사업 팀 마케팅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고, 스핀 오프로 회사가 분사하면서 (회사에 경영학 전공이 없었던 터라) 경영지원 업무를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회계였으며, 물류에, IT에, 총무 업무도 하면서, 인사 업무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적다 보니 퇴사자의 빈자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채울 수밖에 없기도 했다.

맡은 업무의 종류가 많다 보니 인사 업무한다는 인식은 없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인사와 관련된 업무를 넓게 경험해 나갔던 것 같다. 취업규칙을 제정하는데 참여하고, 급여와 상여를 지급하고, 연말정산을 하고, 채용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진행하고, 신규 입사자를 위한 안내와 교육을 하고, 휴가를 관리하고, 다양한 인사 가이드를 만들었다. 당시 막내였지만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결과물을 내는 즐거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진 못했다. 인사에 대한 이해도 낮았고, 사명감도 적었다. 좋아한다고 얘기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인사 업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인사 업무를 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저 연차 때는 허드렛일처럼 보이는 업무를 많이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선배가 없어 검색을 통해 책을 통해 노무사를 통해 조금씩 배워나갈 수밖에 없었던 점도 제대로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어려웠던 점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의 요구를 조율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회사와 직원을 조율해야 하기도 하고, 직원과 직원을 조율해야 하기도 한다. 인사 제도나 시스템을 도입할 때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나온다. 경영진들도 인사에 대한 제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직원들도 인사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는 무척 어렵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고…) 어느 한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지면 회사의 성과에 보이지 않는 악영향을 끼치기에 끊임없는 조율이 필요하게 된다.

무엇보다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는 경우에 난감하다. 우리 회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경력직들이 각자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니 하나의 방식에 늘 저항이 있다. 대기업이 하는 방식이 있고 유명 스타트업이 하는 방식이 있다. 다른 회사의 방식을 제대로 알기 어렵지만, 안다 하더라도 우리 회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규모에 비슷한 업종의 회사라 도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인사제도나 시스템을 꽤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인사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위해 설득이 필요할 때 수치적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점도 많고, 근거 없이 설득하기도 어렵다. (정답이란 없고 그저 정답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결국 정답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합의 과정에 가깝다고 느낀다.)

그 외에도 사람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노무 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 회사에 적용해 나가야 하고, 계속 반복되는 업무와 시기마다 과중 되는 업무를 헤쳐나가야 하기도 한다. 역시나 같은 인사팀 사람들과 안 맞아 힘들기도 하다.

이런저런 문제에 맞닥뜨리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인사 담당자를 했나 자괴감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업무를 하는 이유”

 

하지만 나쁘기만 하다면 누가 인사 담당자를 할까.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인사 업무의 재미와 매력을 발견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매달 당연히 받는 급여일에 월급 잘 받았다고 해주는 직원의 한마디에 새삼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깨 닿는다. 내가 만든 안내 가이드가 있어 휴가 제도 이해가 쉽고 신청도 편해졌다는 칭찬에 우쭐하기도 한다. 새로 만든 채용 공고를 통해 사람들이 지원과 입사에 영향을 주는 것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인사제도를 만들고 이를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영향력이 큰 업무를 하고 있구나 느끼기도 하고, 평가 과정을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공정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한 점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인사 담당자로서 사람에게 칭찬받았을 때, 그리고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을 때 보람을 느꼈다. 인사 담당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또 인사 업무를 계속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인사 업무를 하고 있나요?”

 

처음엔 인사에 대한 관심이 없던 인사 담당자도 인사 업무를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다.

인사 업무의 매력을 느끼고, 중요함을 느끼면서.

인사 업무를 하다 보니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중요한 사람임을 느낄 때 보람을 느끼고 더 잘 해나가고 싶다는 의욕을 느낀다. 다른 임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연한 깨달음이다. 모든 임직원들이 스스로 중요한 사람으로 느낄 때,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게 되고 스스로의 업무에 더 의욕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아-, ‘임직원들이 스스로를 중요한 사람으로 존중받도록 도와, 결국 회사를 성장시키는 일’이 인사 업무이고 인사 담당자의 역할이 아닐까. 그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

 

지금, 누군가가 이 글의 첫 질문을 다시 한다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인사,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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