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조직문화] 잘 묻고 잘 듣는 법

들어가며

부모님은 내가 양손에 행운을 들고 태어난 사주라고 하셨다. 확실히 인생 전반에 걸쳐서 들이는 노력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바라는 것들을 이루며 살아왔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인살롱 필진으로 선정된 것도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 손에 주어진 커다란 행운이다. 내가 받은 이 행운을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으로 힐링 받는 많은 인사 담당자분들과 나누고 싶다.  비록 모든 분께 길잡이 역할을 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부디 내가 겪었던 실패의 길로 들지 않으시기를, 그렇게 돌아나간 길에서 운 좋게 성공의 길을 마주하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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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업무를 처음 담당하게 된 시절, 당시 대표님과 경영진분들의 불만은 이거였다. 직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경영진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데도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것’ 이었다.

“어차피 말해도 안들어줄 거니까 그렇죠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잘 참았다. 😊

사실 본인의 이야기가 경영진에게까지 닿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진 구성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도록 독려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조직문화 담당자만큼은 구성원들이 침묵을 선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공식적으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흔히 선택하는 방법에는 대면 인터뷰(면담), 그리고 설문조사가 있을 수 있다. 대면인터뷰는 설문조사에 비해 구성원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들어볼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심도 있는 추가 질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높은 수준의 질문/대화 스킬이 필요하다는 점, 다수의 구성원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초보 담당자가 선택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반대로 설문조사는 다수의 대상자로부터 효율적으로 응답을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선택되지만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조직문화뿐 아니라 교육과 채용 등 다양한 업무에서 여러 설문을 진행하며 체득한 짧은 노하우를 몇 가지 소개한다.

 

  1. 어설픈 설문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제대로 된 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구성원들은 언제나 현업으로 바쁘고, 짧은 시간 내에 필요로 하는 데이터와 답변을 정확하게 끌어내야 하기 때문. 어설픈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은 구성원들이 응답을 통해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없고, 담당자 본인도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어 추가 설문을 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만든다.

따라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은 반드시 잘 정제된 하나의 완성품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볼 수 있다.

– 묻고자 하는 내용이 누구에게나 오해 없이 전달되는가?
나쁜 예) 우리 회사 조직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만족/불만족을 묻는 것인지? 기대사항을 묻는 것인지?

– 주어와 서술어는 잘 호응하는가? 혹시 비문(非文)은 없는가?
나쁜 예)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주술 호응 어색)
영수가 아무 이야기도 없이 가져간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무엇’이 누락)

– 설문 내용 중 담당자만 알고 있는 약어, 지시어 등이 지나치게 사용되지 않았는가?
나쁜 예) HRD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세요? OKR 도입에 찬성하시나요? 그건 왜 그런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모든 응답자가 본인에게 해당하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질문인가?
나쁜 예) 저한테 해당하는 질문이 아닌데요? 제가 답변하고 싶은 항목이 보기에 없어요!

– 담당자가 파악하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질문 형태인가?
예) 응답자의 구체적인 생각과 논리가 알고 싶다면 서술식, 경향이나 비율 등 정량적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 객관식, 우선순위가 궁금하다면 순위 선택형 질문을 설정하는 등, 목적에 맞는 형태로 구성.

(질문을 제대로 하자!)

 

  1. 답이 정해진 질문은 쓸모가 없거나 위험하다.

본인의 생각에 강한 확신이 있거나, 설문 결과로서 본인의 논리를 증명해야 하는 담당자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다양성과 가능성을 배제한 채 본인이 원하는(필요한) 답변이 나오도록 설문을 설계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선택지를 제한하는 것인데,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Q. 회사에 바라는 것은? (택1)

      1. 급여인상, 성과급     2. 아침 간식비 지원     3. 도서구매, 자기계발비 지원

구성원들이 회사에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은 구성원들의 수만큼 다양한데, 지나치게 제한적인 선택지를 주어 마치 1번 보기를 선택하라고 만들어진 설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제한적으로 진행된 설문은 구성원들의 선택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경영진을 설득하는 도구로서의 힘도 갖지 못한다. 자나 깨나 답정너를 경계하자!

(답정너는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

 

  1. 선택지에 보통(어느 쪽도 아님)을 넣는 것은 신중히 고려하자.

아무리 익명 설문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답변이 노출될까 봐’, ‘갈등이 싫어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응답자들이 명확한 의사 표현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보통(어느 쪽도 아님)이라는 선택지는 응답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질문자는 원하는 정보는 얻지 못한 채, ‘도대체 왜 보통을 선택했을까? 이 보통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며 두뇌를 풀가동 시켜야 하는 수고를 겪는다. 따라서 명확한 경향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신중한 검토를 통해 보통(어느 쪽도 아님)을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보통(어느 쪽도 아님)’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분명한 의사 표현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본인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조직, 갈등회피형 조직의 경우 구성원들은 ‘보통(어느 쪽도 아님)’을 선택함으로써 “말하고 싶지 않아요”를 표현하기도 한다.

 

  1.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게 가장 위험하다.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문화 담당자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담당자 1명의 관점만으로 해석된 편향적 결과가 경영진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해당 설문 결과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료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묻는 것이다. 나와 다른 가치관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전혀 다른 관점에서 결과를 바라볼 때,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기도 하고, 자칫 담당자가 놓쳤을 가능성에 대한 조언 또한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은 조직문화 업무가 어떤 순간에는 축복으로 느껴지기도, 또 어떤 순간에는 무겁게 짓누르는 책임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설문 결과에서 그동안의 노력과 변화 모두를 부정하는 듯한 코멘트를 발견할 때는 온몸이 땅속 깊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또 그것이 나 자신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한 발짝이라도 멀어지게 할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어떻게 하면 잘 묻고 잘 들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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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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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현
필진
박광현
5 개월 전

HR 직군은 아닌데, 소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로 선정되어 활동중입니다. 도움이 많이 되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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