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조직문화] 내향형 인간이 조직문화 담당자로 살아가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MBTI에 앞서, 혈액형별 성격유형 분석이 한참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싸가지가 없고, AB형은 돌아이라고 하는, 뭐 대충 그런 것이었다. 당시 나는 O형이었는데(?), 다른 혈액형에 비해 무난하고 특별한 하자가 없어 보이는 내 혈액형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생물시간의 혈액형 실험을 통해 약 18년간 O형 인간의 삶을 살아왔던 나는 한순간 A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산부인과에서 기록해준 혈액형은 분명 O형이었는데, 몇 번을 다시 실험해봐도 응집원과 응집소는 내가 Rh+A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혈액형별 성격유형에 대한 신뢰바사삭과 더불어, 자아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함께 찾아온 순간이었다.

최근 몇년 사이, 대한민국은 어떤 조직을 가도 더 이상 MBTI 없이는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입사원들은 항상 MBTI를 붙여 자기를 소개하고, 팀장님들은 팀원들의 MBTI 정보를 수집해 어떤 업무를 맡기면 효과적일지, 어떻게 소통하고 동기부여 하면 좋을지를 연구한다.

그즈음, 검사를 통해 내가 내향형(I) 인간임을 알게 된 나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바로 나의 내향적 성향이 과연 조직문화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것일까? 라는 고민이었다. 특히 외향형(E) 팀원이 다양한 구성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면서 여러 정보들을 얻고, 뭔가 조직문화스럽고 재밌는 이벤트들을 기획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들을 해내기 어려워하는 내 모습이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의 고민과 멘토님들의 조언을 통해 얻은 결론은, 나의 성향 그대로를 사랑하면서 내 성향이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는 순간들을 쌓아가자! 라는 아름다운 것이었다.

지나치게 길었던 서론을 지나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내향형 인간이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또 조직의 인사팀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조직문화 이야기를 하며 내향/외향을 구분 짓는 것이 굉장히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이 글이 나와 비슷한 성향의 담당자분들께는 작은 응원으로, 외향형 담당자분들께는 동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Step1. 소문과 뒷담화의 무덤이 되자

정보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조직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소문과 뒷담화가 많다는 것이다. 소문과 뒷담화가 많은 조직에서 인사팀 담당자로서 가장 곤욕스러운 순간은, 대부분의 구성원이 소문으로 이미 알고 있거나 추측하고 있는 어떤 정보를, 나는 Officially 모르는 것으로 해야 하는 순간들이다. 주로 입사 동기들, 또는 나와 친한 다른 팀의 상급자들이 내게 그런 소문들의 진위를 묻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와 나도 진~짜 처음 들음!”, “아~ 그런 이야기가 있군요???”, “아~ 그렇게 될 수도 있겠네요~?” 라며 그 정보와 나를 한참 떨어뜨리는 화법을 취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어떤 이들은 나를 인사팀에 있으면서 아무런 정보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나를 통해서는 인사 정보나 뒷이야기를 알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신기한 건 그런 시간이 조금 더 쌓이자, 어느 순간 팀장님을 포함한 상급자들이 아직은 공개할 단계가 아닌 민감한 안건들에 대해 나와 상의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구성원 중에서도 주변에 알리기 어려운 일들(예: 직장내 괴롭힘)을 나와 상의하는 경우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애초에 사교적인 성향도 아니었지만, 소문이나 뒷담화가 있는 곳에서 의도적으로 멀리 떨어지려 한 노력들의 결과라고 짐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간들이 쌓여 보다 쉽게 구성원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경영진이나 상급자들의 본질적인 욕구에 근접할 수 있었다.

 

Step2. 핵인싸 스킬을 장착하자

Step1에서 이야기한 ‘소문의 무덤되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내 성향을 있는 그대로 활용했던 것뿐이기 때문에 사실 큰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사팀원,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구성원들 앞에 서거나,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만 하는 일들이 꽤나 자주 발생했는데,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쳐 나가는데 도움이 됐던 것은 바로 조직과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핵인싸 스킬이었다.

그 중에서도 구성원들과 나를 가깝게 해주는데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퍼실리테이팅 스킬과 강점 코칭이다. 조직 특성 상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종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운 좋게 높은 품질의 관련 교육을 받았던 내가 자연스럽게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게 되었다. 또 유난히 단점을 극복하는데 집착하는 한국 풍토에서 본인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점 코칭은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또한 동료의 강점을 알게 되면서 평소 이해할 수 없었던 동료의 행동이 어떤 강점에서 기인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소소한 갈등관리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메타버스, 멘티미터, 노션과 같은 새로운 툴들을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것 또한 조직과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본인을 찾게 만드는 핵인싸 스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지런히 습득해두면 좋을 것이다.

* 추천 교육과정 : 강점코칭(이데에컨설팅), 퍼실리테이션(인피플컨설팅)

 

Step3. 진짜 핵인싸가 되지 못할 거라면 나무가 되자

내향적인 성향이 조직문화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내게 강점코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도 나의 커리어 전반의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큰 기준점이 되어주고 있다.

“호택님은 나무 같은 사람이라,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일 거예요.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는 건 인사업무를 하는데 큰 힘이 될 겁니다.”

인사업무에 대한 사고의 전환점이 된 이 조언을 통해, ‘굳이 성향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더라도, 나무 그늘로 자연스럽게 모이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가지를 뻗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 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인사담당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보면 정말 매력적이고 똑똑한 분들이 많다고 느낀다. 내가 가지지 못한 강점과 성향을 가진 담당자분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떻게 저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저런 핵인싸스러운 활동들을?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 비록 사람들과 함께 할수록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내향적 인간이지만, 조직과 구성원을 소중히 생각하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조용히 늘 곁에 있는 나무 같은 인사담당자가 되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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