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사라지는 회사, 보상과 동기부여 대안은?

시장 환경이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고객 접점 실무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ERP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IT시스템이 확산되고 진화하면서 과거의 수직적 계층 문화가 수평적 역할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직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직장 내 인간관계의 민주화 분위기, 인간존중 문화의 확산되면서 이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수직적 계층문화에서는 근속년수에 기반한 직위와 직급과 연공서열적 보상이 중요했지만, 수평적 역할문화에서는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직책 기준과 성과와 역량 중심의 공정한 보상메커니즘이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수평적인 역할과 책임 중심의 문화 정착을 위한 직위와 호칭체계 혁신에 대한 고민이 증가하고 있다. 근속년수와 승진에 연동된 보상보다 역량과 성과에 기반한 보상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동기부여하고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직위단계를 축소하고 직위호칭을 님, 프로, 매니저나 영어 이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기업의 특성이나 조직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위를 없애는 회사 vs 부활시키는 회사, 왜 다른 행보를 할까?

 SK이노베이션  임원들의 직위체계를 이미 통합한 바 있는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부장급 이하에 대해 사원-대리-과장-부장 등의 기존 직위체계를 사용했으나 올해부터 이들 직위를 ‘PM(Professional Manager)’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직위만 합치는 게 아니라 사원부터 부장까지 승진개념도 사라진다.

최근 많은 기업이 호칭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관리목적으로 내부 직위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SK이노베이션은 내부에서 관리목적으로 사용하는 직위조차 없애 진정한 의미의 ‘직위 파괴’를 이룬 것이다. PM은 ‘스스로 업무를 완결적으로 관리하는 프로페셔널한 구성원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SK그룹 관계사 중 이노베이션 계열만 사용한다고 한다.

 네이버  네이버는 올해부터 기술직군에 3~7등급까지 5단계 레벨을 부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레벨별 체류 연한이나 승진 정원이 없어 누구나 자격을 갖추면 다음 레벨로 이동할 수 있다. 네이버는 기술직군을 시작으로 사업-서비스-디자인-경영지원 부문으로 이 같은 레벨제를 확대하고, 보상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도입하려고 하는 레벨제는 쿠팡식 인사시스템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평적 호칭은 유지하되, 레벨 평가로 성장 동기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네이버는 2014년 2단계 레벨제를 도입했다. 당시 네이버는 직위대신 A(Apprentice)레벨과 P(Professional)레벨의 2단계로 단순화했다. 3년 뒤인 2017년에는 임원제까지 폐지했지만 2019년 ‘리더’와 ‘책임리더’란 이름으로 임원제를 사실상 부활시켰다. 네이버는 레벨제 도입에 대한 당위성을 보상의 기준성과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쿠팡  쿠팡은 창업 초기부터 기술직군의 직위를 없앴다. 지난 2015년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 직원의 직위를 없애고 12단계의 레벨 제도를 도입했다. 통상 직원은 레벨 4~6, 임원은 레벨 7 이상이지만, 팀원이 팀장보다 레벨이 높은 것도 가능한 시스템이다. 서로가 어떤 레벨에 속했는지도 알 수 없다. 쿠팡의 레벨 제도는 직위-직책 중심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익숙한 국내에서 비교적 자리를 잘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  카카오는 2020년 초 ‘스테이지 업Stage up‘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의 역할과 역량, 전문성 등을 절대평가해 6개 스테이지 별로 나눈 제도로, 2021년부터는 각 스테이지와 보상을 연계할 예정이라고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공통점은 각 레벨과 스테이지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조직장과 본인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를 영어 이름이나 ‘◯◯님’으로 부르는 기업문화도 그대로다. 즉, 일반 기업의 직위체계와 달리 서로가 몇 단계에 속하는지 알 수 없어 수평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레벨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능력주의와 수평적 문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위를 단순화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자칫 조직 내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승진 등의 성장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레벨, 스테이지 등 새로운 성장지표를 도입하면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위계에서 비롯되는 조직 내 위화감은 줄일 수 있다. 특히 IT기업은 프로젝트 단위로 스피디하게 운영되는 애자일 조직문화가 강해 개인의 오너십과 성취도를 개별 평가하는 시스템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일찍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많다. 직위를 중심으로 한 서열문화가 친숙한 국내 현실상 ‘레벨=직위’로 여겨져 사실상 직위체계가 부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절대평가라 할지라도 직원간에 불필요한 경쟁을 암묵적으로 유도하거나, 평가 기준에 대한 잡음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님, 프로, 매니저 등의 호칭은 수평적이지만 조직문화는 그렇지 않은 기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회사가 공개하지 않더라도 각 조직에서 서로가 어느 위치에 속하는지 뻔히 알고, 이에 따라 연봉 테이블도 달라져 사실상 직위제도와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직위나 호칭체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획일적으로 정할 수 없다. 직위나 호칭체계는 구성원들의 성과를 창출하고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업의 특성이나 조직문화, 특히 CEO나 조직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다를 것이다.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성과를 창출하게 하고, 역량을 발휘하게 하며, 핵심인재 유출을 최소화하고 구성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직위를 없애려고 하는가?

회사 입장에서 직위와 승진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연봉을 인상하거나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기준으로써 직위와 승진 메커니즘은 필요한데 조직 내 계층과 서열문화를 만들어가는 측면이 너무 강해 개선하고 싶은 것이다.

회사에서 직위를 없애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열문화의 파괴이다. 직장은 인간관계를 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각자 역할과 책임의 완수를 통한 성과창출이 핵심목적이므로 비본질적인 것에 구성원들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구성원 입장에서 승진에 목매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인상이다. 예전에는 직장인들이 급여 외에는 딱히 경제적인 부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맞벌이, 투잡Two Job 등을 통해 과외의 경제적인 수입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보니 개인의 시간과 역량을 올인하여 승진에 매달리는 것에 대해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직위를 없앤다면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직위를 없앤다면 철저하게 역할과 책임의 기준에 따라 성과에 따른 보상시스템이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단순히 승진을 한다고 해서 승진초임을 하위직위보다 대폭 인상해 주는 승진초임제보다 승진을 했더라도 성과와 역량에 따라 보상을 받는 슬라이딩 스케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승진의 의미는 좀더 난이도가 높고 중요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 수준이 됐다는 공식적인 인정에 가깝다.

초록매실과 하늘보리로 유명한 웅진식품의 이지호 대표는 승진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승진하기 전과 승진한 후에 직위만 변동되고 같은 일을 계속 할 거라면
승진을 해야 할 의미가 굳이 없다고 생각한다.
승진한다는 것은 좀 더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단순히 연봉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하면 되지,
굳이 승진제도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
승진자들은 승진하게 되면 이전의 지위나 직책에서 하던 일들을
하위 직위나 다른 직책수행자들에게 임파워먼트Empowerment 해주고
가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승진제도 없이 직원 동기부여 방식은?

조직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해 온 동기부여 방식은 승진과 연봉인상, 반대로 승진배제와 연봉동결이다. 하지만 연간단위의 평가를 통한 임금인상이나 3~4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승진을 통한 동기부여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예전처럼 한 직장에 입사하면 거의 정년 때까지 근무하던 시절에는 연간단위나 중장기 보상이 어느 정도 먹혔을지는 몰라도 한 직장에서 언제까지 근무할지 모르는데 1년 단위, 3~4년 단위로 동기부여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이제는 역할과 책임완수에 대한 성과평가와 피드백을 최소 1달에 한 번, 아무리 늦어도 분기에 1번씩은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피드백하고 보상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동기부여 메커니즘이 작동되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너무 금전적인 측면과 교정적인 측면에서만 동기부여 제도가 운영된 점이 많은데 내면적인 동기부여의 보완을 통한 균형적인 동기부여 프로그램도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제도실행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사항

직위가 하나로 통일되거나 2~3개로 축소되더라도 근속년수나 능력, 역량의 향상에 따라 처우의 변화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은 쉽게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에서 보완책으로 직위 단계를 줄이고 직위 호칭을 통합하더라도 내부관리용으로 역량 등급이나 스킬 레벨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HR 시스템의 근간은 직무수행능력Capability과 근무시간이었다. 그래서 근속년수를 능력의 기준으로 삼아왔고 승진의 기준으로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HR 시스템의 근간이 능력과 근무시간에서 역량Competency과 성과Performance로 바뀌어 갈 것이다.

역량이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실행력이고 성과란 목표한 것이 달성된 상태이다. 성과와 혼동하여 사용하는 실적이란 노력한 결과물을 말한다. 성과와 실적의 차이는 원하는 성과 기준에 대한 상태적 목표Objective, 인과적인 전략, 델리게이션이 전제된 실행의 자율성 등 3가지이다.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HR 시스템이 작동되려면 직위 대신에 역할과 책임의 기준이 기간별로 명확하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연간이나 반기 성과목표설정서 정도가 전부이지만 분기, 월간, 주간 단위로 역할과 책임에 대한 기준서를 만들어 실행하고 최소한 월간 단위로 목표와 전략을 코칭하고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해야 구성원들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임원, 팀장과 같은 직책수행자들이 상사에서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HR제도나 시스템적으로 아무리 잘 갖춰져 있더라도 본부장이나 팀장과 같은 리더들의 역할 행동이 상사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혁신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실무자들을 동기부여 시킬 수 없다. 임원이나 팀장들의 비전 제시 역량, 성과코칭 역량, 임파워먼트와 델리게이션 역량, 성과평가와 피드백 역량향상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트레이닝과 코칭이 최소한 향후 10년간 HR의 가장 중요한 전략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_ 류랑도 (주)더퍼포먼스 대표 컨설턴트 대표 컨설턴트
해당 기사는 HR Insight 2021년 2월호 기사를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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