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노조, 그들이 원하는 것

LG전자,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현대차 그룹 등 기존에 노동조합이 있던 대기업 제조업을 중심으로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5월 말경에는 1위 삼성전자에서도 입사 7년 차 직원이 인사팀의 임금산정 오류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고 부회장과 인사담당자에게 해명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의 글이 직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처럼 대기업 제조업에서 사무직들이 보상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하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MZ노조 설립의 사례 및 배경


생산직 중심의 노동조합의 힘이 강성한 대기업 제조업에서 사무직이 상대적 불평등을 제기할 만한 징조는 전부터 있었다. 몇 년 전, 대기업 평균 연봉이 공개됐을 즈음 “연봉이 높아 좋겠다”라고 했더니, “우리 회사는 생산직이 더 많이 받는다, 생산직 연봉까지 평균을 내서 그렇다”라는 말을 대기업 제조업의 사무직에 종사하는 대리급에게 들은 적이 있다. 또한 “임원 연봉까지 포함해서 그렇다”라는 말은 대기업 직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는 임금의 내부적 공정성, 즉 배분 공정성 대한 직원 불만이 포함된 발언이다. 실제 MZ세대의 요구사항에는 이러한 특정 직군, 직급, 세대와 비교해 상대적 불평등에 대한 시정 요구가 포함되어 있다.

생산직 중심의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에서 별도의 노동조합이 설립되는 이유는 기존 노동조합이 사무직의 근로환경 및 보상 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단체협약에서는 연공에 따른 임금 상승을 보장하는 호봉제와 고용안정에 대한 합의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임단협은 전사적 임금상승률만을 다룬다. 생산직은 근로시간에 따른 추가 임금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산직 노동조합은 장기근속을 보장하고 이에 따른 복지 수반, 안정적인 기본급 상승과 근로시간에 비례한 임금 증가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직 중심의 근로조건은 사무직에는 효용이 떨어진다. 오늘날 사기업의 사무직은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해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의 선호도가 높아진 지 오래다. 장기근속을 기대한 보상에 대한 체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봉제를 적용받는다고 해도 이점이 떨어진다. 또한 임금은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실적 또는 역량에 따른 평가 기반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에 따른 포괄임금제 이슈도 사무직에서 주로 발생한다. 결국 사무직의 연봉 상승이나 성과급 지급은 매년 개별적인 평가에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그 전제인 평가 등 분배기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면 임금 수용도가 극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 노조와 같이 장기적, 집단적인 보상 수준의 상승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능력에 따른 단기적 보상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MZ세대의 성장 과정이나 회사가 그들에게 준 기대가 기존 세대의 생산직과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로 정보기술(IT)에 능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으며,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4.7%를 차지하며 기업에서도 주축 인력으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MZ세대는 성장기에 저성장, IMF 구제금융,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을 목격하면서 실용주의, 능력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고 공정성에 더욱 민감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MZ세대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MZ세대는 ‘자신의 만족’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며, 호불호나 소신을 표현하는 것도 이전 세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즉,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등이 합리적이라고 배운 세대이고, 특히 입사 시부터 회사로부터 평가를 받고 그에 따른 연봉, 승진 차를 수긍해야 한다고 학습된 세대이다. 연봉이 낮거나 승진이 후배보다 많이 밀리더라도 ‘능력’ 차이라고 인정하고, 회사와 맞지 않으면 이직해야 한다고 학습했다. 직능급 중심의 연봉제하에서 사무직은 꾸준히 능력을 개발해야 하고 능력이 부족하거나 더는 상승할 수 없다면 이직을 준비한다. 즉, 능력에 따른 차이를 수긍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실제 능력에 따른 보상 공정성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분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회사와의 고용계약에 정년보장 등이 담보되지 않고 근로자도 이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보상체계인 호봉제나 연공에 따른 승진, 직급에 따른 성과급 차등 분배보다는 현재 자신이 회사에 보여준 능력, 성과 중심으로 즉각 보상을 받기를 원하며, 복리후생에서도 불확실한 자녀학자금 대출보다는 확실하게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자기계발비 등을 더 선호한다.

이러한 MZ세대의 능력에 따른 성과 배분 요구 성향은 언론에 보도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많은 사업장에서 이미 노노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단체협약에서 임금 원칙을 정함에 있어 성과연봉을 할 것인지 기본연봉으로만 할 것인지에 대한 조합원 간 의견 불합치가 나타나고, 폐지했던 성과급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결성하는가 하면, 호봉제 중심의 기존 노동조합에 대항해 연봉제 노동조합이 결정되는 일도 있고, 전체 직원 중 몇 명만이 혜택을 보지만 전체 복지 예산 중 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녀학자금 대출을 폐지하고 자기계발비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집단과 개별 양측의 대응

회사로서는 기존의 집단주의적 배분 요구와 MZ세대의 능력에 따른 개인주의적 배분 요구 모두를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갖게 된 셈이다. 사업장에서 근로자 대표성을 갖는 전체 근로자의 반수가 넘는 노동조합은 기존의 생산직 노조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MZ세대의 개인주의적 특성상 개별적 진정이나 온라인 등에서의 이슈 제기 등을 무시할 수 없으며 교섭 분리 신청을 하여 별도의 단체교섭권을 갖고자 하는 시도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집단주의적 노조는 상급 단체까지 동원하여 강력한 집단적 요구를 하긴 하였으나 집단으로 합의가 된 이상 조합원과의 개별적인 대응까지 필요하지는 않았다. 조합의 요구사항도 집행부에서 취합하고 정리하고 공식적으로 사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MZ세대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적인 조합원의 특성상 개인주의적이고 집행부에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사례처럼 공개적인 온라인 창구에서 개별적이고 산발적인 조합원의 요구나 불만들이 등장할 수 있다. 가령, 평가 등급에 따른 성과급의 결정 자체가 조합원 간 상이하므로 개별적으로 불만이 나타나지만, 이를 조합은 존재 목적상 집단의 힘으로 관철하고 이러한 요구에 대한 대응이 단번이 아닌 여러 번 이뤄져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행동에서도 집단이 아닌 개인적인 진정 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평가 및 보상에 대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는 결국 삼성전자 사례처럼 고용노동부에 개별적으로 진정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조합원임을 이유로 불평등을 받았다는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등의 시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평가 및 성과관리의 정비

세대의 요구에 대한 대응을 위해 회사는 직원이 수용할 수 있는 평가 및 보상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연봉의 결정이 직능에 달린 회사는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 직무에 달린 회사는 직무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을 우선 재정비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 사무직의 임금은 직능급형의 연봉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직능급은 직무수행 능력에 따른 차등 급여를 지급하는 임금체계로 직무수행 능력이 향상되면 임금을 증가시켜주는 임금체계이다. 장점은 능력개발이 직능등급 상승 및 보상 증가로 이어지지만, 직무수행 능력의 파악과 평가가 쉽지 않다는 점, 능력개발에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단점이다. 즉, 사무직의 연봉제는 직무수행 능력 혹은 역량 평가를 기초로 연봉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직무수행 능력 평가의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보상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평가 항목 상 생산직과 영업 서비스직보다 사무직의 경우 평가의 정량적 항목보다 정성적 항목의 비중이 큰 편이다. 정성적 평가는 주관적 평가로 객관성 공정성이 없는 평가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 판례에서는 정성적 평가를 다면평가 방식으로 할 때 공정성이 높아진다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 사무직 평가에 다면평가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며, 평가자들의 평가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교육과 평가 후 통계적 검증 등을 지속해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평가항목을 세분화하고 평가항목별 평가척도도 구체화하여 평가자의 자의를 제한하는 장치를 두는 것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무직의 연봉 결정의 주요 기준인 직무수행 능력은 개발의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리직으로 가지 못하는 이상 임금 상승의 기준이 부재하게 되고 이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이직 이슈가 생긴다. 이 때문에 사무직은 회사 입사 후에도 능력개발을 꾸준히 하고, 연봉 인상도 본인의 능력, 이직도 능력이라는 개인에게 온전히 커리어의 유지 책임이 지워지는 상태가 된다. 결국, 이러한 능력 중심 제도에 온전히 놓이는 사무직에게 능력에 대한 평가 및 보상 기준이 불명확하다면 자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영 참여에 대한 요구

경영 참여에 대한 요구도 이전보다 더욱 높아질 것을 대비해야 한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사건은 내부공정성뿐만 아니라 외부공정성에 대한 요구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사측이 1월 당초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연봉의 20% 수준)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했으나, 이 액수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DS직원 성과급(연봉의 47%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에 SK하이닉스 입사 4년 차 직원은 2만 8,000여 명에게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 등을 통해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외부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기업의 경영성과 및 지급 가능성을 고려할 때 공정치 않게 배분이 됐다는 주장이다. 회사의 성과 배분에 대한 공정성뿐만 아니라 성과 공개 및 배분에 대한 투명성까지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MZ세대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당장은 세대 간, 직군 간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능력 중심 성과관리체계를 운영하는 토대가 될 수는 있다. 기업은 그간 생산성, 능력을 근로자에게 요구하면서 그에게 걸맞은 보상을 주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또한, 노동조합 활동이 노조 집행부 중심이 아닌 개별 조합원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노조 대응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글_ 이선민  인재경영컨설팅 책임노무사

이 글을 쓴 이선민 님은 노사간 상생을 도모하는 노무사를 목표로, 노무 자문, 노사 전략 지원, 노동사건 대리, 인사제도 설계, 법정교육 등 노무/인사 전반의 업무를 하고 있으며, 현재 노무법인 인재경영컨설팅에서 책임노무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MZ세대가 원하는 성과평가란?] 시리즈 이어 보기 

1화. MZ세대 사무직 노조가 HR 원칙을 바꾼다

2화. MZ세대 노조, 그들이 원하는 것

3화. MZ세대, 기존의 평가방식을 거부하다

* 본 아티클은 원티드의 아티클 콘텐츠 “Wanted Edit”의 일부이며, 9월 이후 유료화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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