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하는 노무 [#2 협상의 기술(feat 민주노총)]

 

2022년 최저 시급이 8,720원에서 5.1% 인상된 9,160원으로 결정이 났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썩 만족스럽지 않은 협상이었을 것이다. 양 측 모두 그들만의 논리가 있었고 필요성을 강조했겠지만 완전하게 반대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 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무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이렇게 서로의 주장이 완전히 반대인 상황에서 상대를 설득 해야 하는 경우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필자가 ‘설득의 심리학’ 이라는 책에서 배워 사용했던 협상 방법 중 가장 강력했던 두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호감의 법칙’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잘못을 했어도 자신에게 웃는(호감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크게 화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협상 테이블에서조차 자신이 호감을 갖은(혹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에게 관대해진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이 ‘호감’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와 상대가 자신의 의사 결정에 이런 ‘호감’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모의 면접 실험에서 외모가 단정한 지원자가 학력이나 경력이 뛰어난 지원자보다 채용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면접관들은 구직자의 외모가 채용 선택에 미친 영향이 극히 적었다고 주장했다(Mack & Rainey, 1990). 누구보다 객관적인 결정을 해야하는 면접관들조차 ‘호감’의 개입을 막지 못한 것이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많은 채용담당자님들께서 노력해주시고 있으며, 아주 많은 부분 개선되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강력한 ‘호감’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접촉을 늘리는 일이다.(물론 가장 쉽고 강력한 것은 매력적인 외형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많은 만남(접촉)을 통해서 익숙함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선거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Grush, 1980 ; Grush, Mckeough, & Ahlering, 1978).

이를 위해서 필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노동조합 사무실에 많이 방문을 했다. 일부러 사무실 앞을 서성이며 인사를 했고, 가능하다면 식사 자리나 티타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필자는 화장실을 따라 간 적도 있었다). 이 때 모든 접촉에 개연성이나 이유를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단순히 많은 횟수를 접촉하는 것 만으로도 아주 놀라울 정도 상대는 당신에게 호감(익숙함)을 갖게 되고 이는 협상에서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공격적인 언행이 줄어들었고, 노동조합은 사측이 요구하지 않은 내용까지 스스로 철회하였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거절 후 양보’

이 방법은 무척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쩌면 여러분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먼저 상대가 틀림없이 거절할 만한 무리한 부탁을 먼저 하는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임금이나 인센티브 같은 비용과 관련한 아이템을 이 ‘무리한 부탁’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상대가 거절한다면, 이때 원래 염두에 두었던 작은 부탁을 한다. 여기서 ‘작은 부탁’은 연차 전일 사용으로 인한 연차 수당 미지급 혹은 복리후생 제도 변경 등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필자가 첫 번째 부탁을 양보했다고 인식하고 두 번째 부탁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협상에서 그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경우 그 결과가 서로에게(특히 양보를 하나도 하지 않은 쪽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 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부담은 결국 두 번째 부탁을 들어주게 만든다.

실제로 어느 대학 교정에서 학생들에게 비행청소년들을 인솔해 하루 동안 동물원 관람을 요청한 실험에서 바로 이 요청을 한 경우 83퍼센트의 학생들이 이를 거절했지만 이런 요구를 하기 전에 최소 2년 동안 매주 두 시간씩 비행청소년 상담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 후 이를 거절한 학생들에게 동일한 요청을 했을 경우 동물원을 인솔하겠다고 자원한 학생이 세 배로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Cialdini, Vincent, Lewis, Catalan, Wheeler, &Darby, 1975).

이 방법은 무척 강력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첫 번째 부탁(제안)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극단적일 경우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필자의 첫 번째 부탁이 임금의 동결(회사의 매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일 경우, 노동조합은 바로 파업을 염두 할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첫 번째 부탁의 철회가 양보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번째 부탁은 상대가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노무를 담당하는 필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모든 순간에 자신과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의 협상 속에 살고 있다. 필자가 노무 업무를 하면서 느낀 이 협상 방법의 효과를 여러분들이 느끼고 매 순간 유리한 삶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물론 필자는 이번 협상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참고서적 :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다음화 예고 : 몸값을 높이는 이직의 기술
‘부디 이 시리즈의 끝에 정답은 없더라도 유의미한 질문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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