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살롱 백반, 봄이니까 나물이네…그리고 투명사회의 오디세이

보상/평가에 대한 이슈가 연일 화젯거리인 가운데, 제도기획의 인사는 과연 구성원들의 “투명성” 요구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사안이 아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세대도 그렇고요. 아무리 합리적인 것이라도 투명하게 설명되지 않으면 납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세대. 정말 투명사회가 합리적이고 좋기만 한 것인지에 갸우뚱 하게 됩니다. 직무평가의 과정을 건너뛰고 사람중심의 인사관행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이 땅에서 역할중심의 인사 그리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보상체계를 상식으로 하는 사회로의 이행은 어떤 면에선 시대적 당위인 것 같지만, 형평성에 대한 민감성과 차별화에 대한 이중적 욕구를 가진 한국사회에 과연 역할에 따른 차등보상이 성숙하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등 관전포인트가 넘치는 봄입니다. 

 

봄 기운이 완연하고, 3월이니까…나물을 소재로 쓰려고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빤한 소재 같지만요. 하지만, 오늘은 음식 ‘나물’이 아니라, 요리열풍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총각 요리블로거 “나물이의 생존전략”*을 추억하는 이야기 입니다. ‘서울생활이 삶의 하찮은 방점’**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데에는, 이런 이름모를 요리 블로거의 선행에 빚진 바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름 모를 맘씨좋은 아저씨의 블로그의 레시피를 더듬더듬 쫓아 가며 요리에 취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생존을 거듭…지금의 저는 특별히 레시피를 참고하지 않고도 몇 가지 요리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는 일은 요즘에 들어선 아무렇지 않은 하나의 일상이 되었고, 누구나 약간의 정성만 보태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맛과 질을 자랑하는 음식을 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정간편식(HMR)의 세계에도 눈부신 변화와 발전이 일어 났고요.  저는 가끔 이것을 ‘맛의 민주화’가 일어났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변화가 실현 되기까지 백 모 선생님같은 분들의 역할 또한 작지 않았고, 나물이네 이후에 생겨난 셀 수 없는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들의 레시피가 하나의 방대한 정보의 보고를 이루어 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자발적 디지털 역군’들이 지나치게 넘쳐나는 것인지, 가끔 무슨 요리의 레시피를 참고 하려다 보면 도무지 무엇을 참고해야 할지 쉽게 판단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선택이 쉽지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엉터리 레시피를 자주 참고하는 저의 동거인 같은 분도 계시고요. 떡국에 풋고추를 썰어 넣으라고 했다나, 아직도 저는 그 해 첫날 떡국의 얼큰함을 잊을 수가…

요즘 한 두달 저는 ‘이례적’으로 다른 회사들의 직급체계에 대해서 벤치마킹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례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일 하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이 벤치마킹이기 때문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연락하여 아쉬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하아,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니지 말입니다) 주니어 시절의 벤치마킹은 거의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는데, 오죽하면 회사가 Top 5 회사들 사정을 매일 남의 집 숟가락 젓가락 세듯 조사하도록 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 비즈니스가 성장해서 마침내 Top 5 에 진입 했을 때는, 제 일처럼 기뻐하며 ‘조사할 회사가 하나 줄었다’고 환호 했다죠. (특히나, 그 5위 회사 담당자가 까칠해서 매번 주눅 들었거든요) 레시피를 참고하며 요리하는 일과 달리, 다른 회사를 벤치마킹 하는 일은 이따금은 ‘다른 회사들은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 현실은 이럴까…’라는 열등감에 휩싸이게 하기도 했고요. 근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낯두꺼워진 덕분인지 이번 벤치마킹은 우려 했던 것에 반해 움츠러들 일도 없었고, 오히려 더 큰 배움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특별히 모르는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할 필요 없이 간단한 검색만으로 정보 취득이 가능한 경우도 많았고요. 무엇보다도 이 벤치마킹의 여정에서 모 기업의 인사실장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에서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요즘 세대는요, 불합리해도 투명하게 설명이 되면 그나마 용인되는 때가 있는데그에 반해,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설명되지 않으면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아요.”

같은 시기 20대 인턴사원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그들 세대가 말하는 “공정성”에 대한 그것에 대한 높은 “민감성” 그리고 “(특히 경제적) 기회의 평등과 세대갈등”같은 주제로 대화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녁 먹으면서 왠 진지충이냐 하실지 모르겠지만요.  SK하이닉스, 카카오, 네이버, NC소프트 등의 기업뉴스에서 요즘처럼 보상/평가/인사 이슈가 핫토픽으로 다루어지는 시기여서 그런지…그런 이야기를 나누는게 꽤 자연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하나의 흐름 같은 것을 포착한다면, 저는 ‘투명사회’****에 대한 요구와 그에 대한 대응이 아닐까 생각 되었습니다. 제도나 절차, 평가나 분배 등을 둘러싼 투명성에 대한 세대의 요구 목소리가 드높아지는 가운데, 블라인드나 잡플레닛을 전면으로 한 익명의  공간에서 ‘디지털 역군’들의 집단지성이, 오랫동안 암묵적(implicit)인 것으로 다루어져 왔던 정보들이 명시적(explicit)인 형태로 드러나는 형국인것 같습니다. 이 투명성의 거센 요구에 대응하는 기업의 방식들이야 저마다 선택하는 것이지만, 어쩐지 다분히 마케팅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지엽적/근시안적이 아닌가 의구심도 들다가, 덜컥…’아 나도 HR인데 우리 회사는 이제 어쩌냐…’ 하는 생각에도 이르게 됩니다. 방향이야 이제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요구와 대응의 가속화가 낳는 ‘속도의 정치’와 그 사고(사유) 영역의 축소를 우려할 때 HR이 일종의 기어 변속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어변속을 해야 하는 이유는 또 뭐냐고 물으신다면, 투명성이 하나의 사상적 중심에 자리잡게 되고, 신뢰를 얻겠다고 서둘러 투명성의 경쟁에 돌입하게 되면 결국 양자는 통제상태로 치닫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경각심이기도 하고, 동시에 부정(否定)성을 용납하지 않는 ‘격분의 사회’가 가져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말 나온 김에 한병철의 투명사회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투명성이 신뢰를 낳는다. 요즘 유행하는 믿음이다. (……) 하필이면 신뢰가 급격하게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단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 명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니라 통제사회다. (중략)….무제한의 자유와 무제한의 커뮤니케이션은 전면적 통제와 감시로 돌변한다. 소셜미디어 또한 점점 더 사회적인 삶을 감시하고 착취하는 디지털 파놉티콘에 가까워진다. (……) 디지털 파놉티콘의 주민들은 서로 열심히 소통하며 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노출한다.”  (한병철. 2012) 

지나친 디스토피아적 전망이라고 비판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보상과 인사제도가 마케팅에 가까워지는 것과 모든 게 투명한 인사제도가 회사라는 공동체의 공동번영에 기여할 것인지 저는 더 두고 보겠습니다. 더구나, 이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대체로 “사회 전체에 관한 것 이라기 보다는 대체로 자신에 대한 염려일 뿐이라는 의심 (한병철, Ibid)”의 거울을 제 자신에게 비춰보건대, 저는 아주 자신있게 “그게 아니다”라고 답할 수도 없는 솔직한 심정을 고백합니다. 저는 여전히 인사를 사회의 운영원리와 제도를 디자인하는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제도기획의 인사는 그 요구의 양상을 간파하고 어떤 국면(Dimension)에서 투명성을 정의하고 범위한정 할 것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안은 실로 나물처럼 심란하게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앞으로 구성원들은 규모가 비슷한 경쟁사의 보상/급여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빈번히 요구할 것입니다. 나의 직무가치와 저 사람의 직무가치는 왜 다른것인지, 아니 그 전에 직무가치는 대체 무엇인지 설명부터 요구 하겠죠. 그리고 연차가 쌓일수록 숙련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연공급의) 가정이 돌연 사라진 시대에 전환 속에서 신입사원은 누가 키우며 숙련도라는 개념은 과연 어떻게 재정의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도전 혹은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직무평가의 과정을 건너뛰고 사람중심의 인사관행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이 땅에서 역할중심의 인사 그리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보상체계를 상식으로 하는 사회로의 이행은 어떤 면에선 시대적 당위인 것 같지만, 형평성에 대한 민감성과 차별화에 대한 이중적 욕구를 가진 한국사회에 과연 역할에 따른 차등보상이 성숙하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등 관전포인트가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흐름을 멈추는 일 보단, 속도를 제어하는 기어의 역할이 되어야 할 HR 이 어디서든 이 심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봄입니다.******

 

* http://www.namool.com/20015년 작고하신 故 김용환님에게 한 사람의 애독자로 뒤늦게나마 그를 추억하며 지면으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기형도 (1989). 조치원. 문학과지성사: 서울 P.18

***지면에 회사와 실명을 거론하는 것에 부담이 되실 것 같아, 이니셜로만 S사의 실장님께 90도 각도로 감사인사 올립니다.  

****한병철 (2012). Transparenzgesellschaft. M&S Verlagsgesellshaft mbH. Berlin; 한국어판 번역 김태환 옮김 (2014). 투명사회. 문학과지성사. 서울. P.5-8, P.125 

*****Paul Virilio (1986), Speed & Politics. Columbia UniversityNY, USA ; 한국어판 번역 이재원 옮김 (2004). 속도와 정치. 서울: 그린비. P.74 를 참고 인용 작성. 

*****이철승 (2021). 쌀 재난 국가. 문학과지성사서울 P.149-150 를 참고 인용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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