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직을 했습니다. 새로운 조직에 새로운 얼굴로 합류하는건 정말 오랜만인데요 🙂 HR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온보딩 후기를 들으면서 ‘나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하는 마음만 가져왔는데, 이렇게 저도 경험하게 됐네요.
온보딩은 어때야 하는지,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HR 전문가 분들이 다뤄주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온보딩을 받는 비HR직군의 입장에서 고민해봤는데요. 처음 입사를 했을 때의 감정과, 그 상황에서 어떤 온보딩을 받았을 때 도움이 되었는지, 그게 왜 좋게 느껴졌는지를 회고해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받아서 좋았던 점들, 다른 어디를 가더라도 계속해서 받으면 하는 점들을 정리해보았는데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 첫 번째, 일하는 방식에 대해 fit을 맞추는 프로그램
- 두 번째,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하는 프로그램
- 세 번째, 회사와 개인의 비전을 맞추는 프로그램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해 fit을 맞추는 프로그램
- 궁금한걸 물어봐도 되는지도 궁금해
- 정말 오랜만에… 대략 3년만에 신규직원이 되어 봤습니다. 이직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는데, 새로 회사에 들어간 입장에서는 별게 다 고민거리가 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전 회사에서는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와서 라운지에서 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는데 여기선 그래도 될까?’, ‘근무 시간에 잠이 솔솔 오는데 커피한 잔 사와도 되는걸까?’, ‘잠깐 산책하고 들어가면 점심시간 살짝 오바할 것 같은데 그래도 되는걸까?’ 등등. 업무 외적인 고민도 넘쳐나는데, 잘해내야 하는 업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었죠. 심지어는 ‘궁금한걸 물어봐도 되는건지’도 궁금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미생> 웹툰 보셨나요? 전 팀장이 퇴사한 후 새로운 팀장을 맞이한 남은 김동식 대리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전의 팀장과 소통하고 일하던 방식이 새로운 팀장과는 맞지 않아서인데요.

‘이 자료는 이렇게 시각화 시키면 다들 이해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 하나하나에 정량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죠. 우리의 일 중 많은 부분은 조직의 컨센서스에 크게 의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보딩 기간은 이러한 추상적인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일치시키는 데에 시간을 쏟게 됩니다.
게임의 규칙은 열 번 듣는 것보다 일단 해보는게 이해하기 쉽듯, 세세한 규칙을 명시해놓은 문서보다 직접 온보딩용 튜토리얼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면 더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체화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 프로젝트
튜토리얼 프로젝트는 마치 게임을 처음하는 유저를 위한 첫 퀘스트와 비슷합니다. 유저는 퀘스트를 통해 방향키로 캐릭터를 이동하는 법, 공격하는법, NPC와 대화하는법 등 게임에 필수적인 동작법을 이해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기술기획팀에 합류하게 되어 데이터를 조회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온보딩 과정에서 받은 몇가지 튜토리얼 프로젝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진행했습니다.
- Quest 1 : 전자결재시스템에서 사업현황 데이터 조회 권한 받기
법인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근태관리, 권한 승인 등을 위해 사용하는 전자결재시스템은 회사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사용 규칙이 달라 처음 입사할 때 가장 먼저 익혀야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온보딩 프로젝트에서는 분석할 데이터를 조회하기 위한 데이터 조회 권한을 비롯해 몇가지 권한 요청을 위한 결재를 받는 것이 포함되어있어서 결재를 위한 문서 작성법, 결재 라인 등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 Quest 2 : 데이터 조회를 위해 사용하는 BigQuery 툴로 사내 데이터웨어하우스에서 사업현황 데이터를 조회하고, 분석 결과 도출하기
회사마다, 팀마다 사정에 따라 사용하는 툴들이 꽤나 차이가 있을텐데요. 제 경우 이전 회사에서는 Jira를 통해 일정관리, 문서정리는 confluence, 데이터 분석 환경은 vscode에서 작업을 했다면, 이직 후에는 각각 전혀 다른 툴들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건 아니더라도 익숙하던 툴을 바꾸게 되면 단축키나 제공하는 기능의 차이 등 사소하지만 은근히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생기는데, 이러한 점들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온보딩 과정에서 가질 수 있었습니다.
- Quest 3 : 분석된 결과를 Notion에 문서화시켜 팀내에 공유하기
Quest2에서 툴을 다양하게 활용함으로 사용법에 익숙해지는걸 목적으로 했다면 Quest3에서는 이를 활용해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서로의 컨센서스를 맞추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팀 내에 공유하는 문서는 어느 정도의 디테일이 필요한지, 칸반보드를 관리하기 위한 룰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기간에 빠르게 핏을 맞추기 위해서는 가능한 튜토리얼 프로젝트 내용을 자주 공유하고, 피드백 받는게 좋기 때문에 오늘 한 실수가 내일 반복되지 않도록 데일리로 온보딩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공유하였습니다.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하는 프로그램
- 아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 입사하고 나서 커피챗을 많이 가지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요. 회사 바깥에서 듣는 정보에 비해 내부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듣고 배우는게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뜸 처음보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커피챗을 요구하는건 엄청난 인싸력(?)을 요구하죠. 심지어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들어온 직원이던, 기존 직원이던 아무런 배경 없이 다가가 자연스레 대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입사 후 온보딩 프로그램에 기대하는 것은, ‘아 제가 막 나대는 사람인건 아니고, 온보딩 과정에서 인사 미션이 있어서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인사하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라는 명분이 되어주는게 아닐까 싶네요.
협업을 중요시 여기는 조직이라면 새로운 조직원이 다른 구성원들과 자연스레 라포를 쌓고, 녹아들기를 원할 것입니다. 당장 구글에 검색만 했을 때도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데요. 이러한 교류 프로그램을 속성별로 구분해보자면 크게 2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겠습니다.
- 여러 사람들과 얕게 인사하기
-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대화하기
여러 사람들과 자연스레 인사하기
업무 중 가장 많이 활용하는 툴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본다면 아마 메신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오가는 대화 못지 않게(혹은 그 이상으로) 온라인에서 다양한 대화가 오가는 모습이 보편적인데요. 온보딩 과정에서도 회사 규모가 작다면 여러 직원들과 교류하기 위해 대면 인사를 하고 다니는게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내 메신저를 활용해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100명이 넘게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나요? 인원이 적을 때는 수월하지만 규모가 커질 수록 한 마디 꺼내기도 꽤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지인들이 채워진 사적인 대화방에서도 어색한데 처음 마주한 조직에서 자연스레 말을 꺼내긴 더 부담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보딩 과정에서 메신저방에 포함된 인사 나누기 미션이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사 미션은 얼굴이 나온 사진과 함께 짧은 인사 문구를 직접 작성해 올렸습니다. 인사 담당자분이 아니라 직접 소개문구를 작성해 올리면서 댓글을 통해 조직원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사진은 비대면 특성 상 얼굴을 알기 어려운 점을 커버하는 한편, 사진 속 배경이나 인사 문구 등을 통해 대화할만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과 자연스레 대화하기
물론 별도로 온보딩 프로그램을 갖지 않더라도 사람간의 교류는 자연스레 발생합니다. 직장에서는 당연하게도 함께 일하는 조직원 간에 업무 이야기를 가지면서 가장 먼저, 쉽게 교류가 발생할 수 있고, 자리가 가까운 조직원끼리는 점심식사나 커피를 같이 마시는 등 교류가 생기기 수월합니다.
그렇다면 온보딩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우선적으로 자리 배치가 멀거나, 업무를 통한 교집합이 없어 자연스러운 교류가 발생하기 어려운 관계에서 교류할 기회를 지원해주는게 조직원 전반의 네트워킹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일 수 있을텐데요. 여기서 고민은 서로 다른 부서의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섞이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 점에서 부서의 경계 없는 단체 온보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해결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입사한지 1주일이 되는 날은 마침 한 달에 한 번 있는 단체 온보딩 날이었는데요. 프로그램에서는 회사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를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나 과거의 히스토리 등 회사에 관련된 주제로 정보를 받는 시간이었고, 주제 특성 상 부서별 구분이 필요 없어 다양한 팀에서 사람들이 모이기가 가능했습니다. 소수의 그룹을 나누어 아이스브레이킹을 진행하고, 같이 식사하는 시간을 포함해 하루를 꼬박 채웠는데요. 사내에 어떤 팀들이 있는지, 그 팀에서는 어떤 식의 온보딩이 진행 중인지 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온보딩 목적은 아니지만, 조직원들의 자율 주제 발표시간, 전사회의, 워크숍과 플레이숍 등 조직 차원에서 정기적인 교류 프로그램이 자주 있어 녹아들기에 편안했습니다.
회사와 개인의 비전을 맞추는 프로그램
- 직원에게도 이직 비용은 너무 비쌈
- 누군가가 퇴사해서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할 때 회사 입장에서만 채용 비용이 드는게 아니라, 퇴사를 한 직원의 입장에서도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면접을 보러 다녀야 하는 것 만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됩니다. 이 외에 조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새로운 도메인에 적응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큰 비용이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과 라포를 다시 형성해야한다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 요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이직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은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회사를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거라지만 함께 일을 시작하는 순간 만큼은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을 만나길 바랬습니다.
채용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1년간 함께할 직원 보다는 3년, 5년,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직원을 뽑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이를 위해선 당장의 조직원이 가진 능력에 더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얼만큼 성장할 사람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배틀은 이기려고 하고, 면접은 붙으려고 보는거죠(아님) 채용 과정에서 얻는 정보는 편향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력서와 JD, 몇번의 면접에서 서로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고, 채용과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위주로 보이려 노력하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온보딩 과정은 단순히 새로운 직원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을 넘어,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솔직하게 회사와 직원이 fit을 맞추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당장 실무에 투입되기 위해 조직의 How-to-Work와, 다른 조직원들과 fit을 맞춘게 단기적인 시선이라면, 중장기적인 시선으로는 회사와 직원이 서로 성장하고자 하는 방향에 관련해 맞춰볼 수 있습니다.
중장기 비전 공유
앞서 언급한 단체 온보딩을 통해, 전사회의 시간의 CEO 메세지를 통해서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방향과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어떻게 맞아 떨어질지, 나는 어떤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던 중, 입사 후 얼마 지나지않아 그로스코치님과 <밥먹자~> 미팅이 잡혔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지금의 회사에 오게 되었는지, 지금 팀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앞으로 스스로의 3년후, 5년후, 10년후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과…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평소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대화는 갖는 것 만으로 깊이있는 고민을 만든다 생각하는데, 질문을 통해 내가 어떤 점에서는 고민을 많이해보았는지, 어떤 점에서는 고민이 부족한지, 자연스럽게 스스로 피드백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조직들에서 이러한 대화의 필요에는 공감했지만, 쉽게 이야기 꺼내기 어려운 주제인 만큼 실제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많이 없었는데, 공식적인 프로그램에서 전문 코치의 주도가 있어 덕분에 부담 없이 대화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조직에 새로 합류해 온보딩을 받는 경험은 자주할 수 있는게 아니죠.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온보딩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이번에 받은 경험을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좋은 경험이 널리 퍼져서 업계 전반의 일하는 좋은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세상 모든 좋은 문화들이 공유되고, 널리 퍼져 뿌리내리길 기대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