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ke, M. (2013). The organizational career: Not dead but in need of redefinition.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24(4), 684-703.
2020년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력 1년차 신입사원의 77.1%가 이직경험자로 이는 10년 전 동일조사 때 보다 39.4% 증가한 수치이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정년이 보장된 조직 안에서 조직이 정한 수직적 경력경로(승진)를 따르는 조직중심 경력(organizational career) 형태를 보였다면 지금은 설문조사에서 보는 것과 같이 조직의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력 기회를 탐색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바탕으로 많은 경력개발 학자들이 이제는 조직중심 경력의 시대가 저물고 개인이 자신의 경력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는 프로티언 경력(Protean career)과 무경계 경력(boundaryless career)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한다. 프로티언 경력은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던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 처럼 자신의 경력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며 무경계 경력은 개인이 새로운 경력 기회를 찾아 조직의 경계를 넘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과거 조직 주도의 조직중심 경력은 이제 완전한 종말을 맞은 것일까? 경력개발 주도권이 조직에서 개인으로 이양되었다면 조직이 구성원의 경력개발에 관여할 여지는 없는 것인가? 경력개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면 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번 칼럼에서는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Clarke 교수의 The organizational career: Not dead but in need of redefinition 논문에서 위에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Clarke 교수는 조직중심의 경력은 종말을 맞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많은 학자들이 조직중심 경력을 현대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마치 죽은 모델처럼 치부하지만 그녀의 연구결과 조직중심 경력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형태가 진화하고 있어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진화한 조직중심 경력을 Clarke 박사는 ‘새로운 조직중심 경력(new organizational career)’이라고 지칭하였는데 여기에는 기존의 조직중심 경력, 프로티언 경력, 무경계 경력 이론 관점이 모두 통합되어 있다. 새로운 조직중심 경력에서는 구성원들이 더 나은 경력 기회를 찾아 언제든 조직을 떠날 수 있는 존재(무경계 경력)라는 것을 인정하고 언제든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경력을 전환할 수 있다(프로티언 경력)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개인이 조직에 머무는 동안에는 개인과 조직이 서로의 니즈를 동시에 존중하고 추구하여야 하며 이에 따른 경력 개발의 혜택을 개인과 조직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새로운 조직중심 경력은 개인과 조직 양쪽 모두에게 경력개발 책임이 있다고 보며 경력성공을 측정하는데도 객관적인 성공(예. 승진, 보상 등) 뿐만 아니라 주관적 성공(예. 경력만족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Clarke 박사가 제시한 ‘새로운 조직중심 경력’ 관점으로 경력을 바라본다면, 조직은 경력개발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미룰 수 없다. 따라서 HR 담당자들은 경력에 대한 책임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있음을 인지하고 관리자들에게 구성원 경력관리와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조직은 사내외 교육 기회를 마련하고, 경력개발 지원제도를 설계하는 등 다양한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고 개인에게는 조직이 제공하는 이러한 자원과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독려하여야 할 것이다.
개인은 더 나은 경력기회를 찾아 언제든 조직을 떠나갈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구성원의 경력 개발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구성원 니즈에 부합하는 조직 내 다양한 경력경로와 기회를 제공한다면 개인은 굳이 다른 조직에서 기회를 찾아 이직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직무와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변화한 시대에 우수한 인재들을 모으고 그들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면서 장기간 조직에 머물게 하려면 조직은 그들의 경력개발 요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