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직에 스파이가 있어요’ CIA의 일 잘하는 방법

“저 사람 저런 식으로 일 하면 안 되는데! 스파이 아니고서는…”

 

 

태초부터 인간은 사회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경영해오고 있습니다. 모든 조직은 생존과 번영에 도전합니다. 필연적으로 다른 조직과 경쟁 혹은 협력하면서도 정보를 수집하고 때론 개입합니다. 생존을 위해서.

 미국의 중앙정보국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대표적인 정보수집기관입니다. 1947년 CIA가 설립되기 전에는 전략사무국(Office of Strategic Services)에서 해당 업무를 전담했습니다. 전략사무국의 다양한 활동 중 현대인들도 눈 여겨볼만한 흥미로운 가이드가 하나 있습니다.

 

조직을 망치는 간단한 현장매뉴얼 (Simple Sabotage Field Manual)

 1944년 쓰인 30페이지짜리 가이드는 미국의 스파이가 다른 나라에 침투한 뒤 한 조직에 속해서, 그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요령을 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미국의 직간접적인 위협국의 생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활용되다가, 2008년 기밀에서 해제되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현재 미국 국토안보부의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공식문건입니다. (링크 https://www.hsdl.org/?abstract&did=750070)

 이 가이드를 잘 따르면 특별한 훈련이나 도구가 없더라도 조직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속한 조직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우리 조직의 업무문화와 한 번 비교/검토해보세요. 해당되는 사항이 얼마나 있는지 한 번 세어보세요! (20개 이상에 해당된다? 조직에 스파이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

 

[공통] 조직과 생산성에 대해 일반적인 방해방법

  •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휘/명령체계를 반드시 지키도록 강요한다.
  • 절대로 의사결정을 빨리 할 수 없도록 한다.(의사결정을 앞당기지 못하도록 한다)
  • 최대한 자주 회의를 열게 한다.
  • 의사소통, 회의록, 해결 방법을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정확한 표현으로 작성한다.
  • 스스로를 합리적이라 여기며, 회의 참석자들도 “합리적”이 되라고 요구한다.
  •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안건도 ‘위원회(TF)’에서 검토하게 한다.
  • 위원회는 최소한 5명 이상으로 구성하고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으로 구성한다.
  • 업무추진을 위해선 더 많은 연구와 리서치, 검토가 필요하다고 유도한다.
  • 중요한 업무와 관련 없는 주제, 이슈를 가능한 자주 제시한다.
  • 지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되풀이해서 검토하도록 유도한다.

[본인이 매니저/팀장이라면]

  • 직원들에게 정해진 절차를 요구한다.
  • 절차와 지침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고, 그게 맞는지 따져보게 한다. 가능하다면 같이 불평불만한다.
  • 절차의 진행을 최대한 늦춘다. 이미 준비된 것이 있더라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지기 전까지는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 (조직에) 새로운 기기/재료를 요구한다. 만약 주어지지 않는다면 항의한다. 좋지 않은 기기로는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고 경고한다.
  • 조직의 사기와 생산성을 함께 낮춘다. 잘 못하는 직원을 칭찬하고 보상한다. 잘하는 직원의 직무수행에 대해 비판하고 차별한다.
  • 새로운 구성원에게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지침을 준다.
  • 새로운 구성원들이 중요도가 낮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할당한다.
  • 중요한 업무가 있어도 회의를 자주 열고 일을 마치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업무가 완성되지 않으면 해당 직원을 탓 한다.
  • 될 수 있는 한 문서작업의 양을 늘린다. : 모든 보고를 문서화하고 중간 검토를 많이 한다.
  • 복사-붙여넣기로 업무를 진행한다.
  • 업무 권한의 문제를 계속해서 꼬투리 잡는다. 윗선의 허락이나 승인없이 업무를 진행해도 되는 건지 끊임없이 지적한다.
  • 업무 결제절차를 가능한 한 복잡하게 만든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더라도 3명 이상의 승인/결제를 거치도록 한다.
  • 새로운 직원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주지 않는다.
  • 문서의 형식, 제출일자, 오탈자 등을 집요하게 따진다.

[본인이 사무직이라면] 

  • 복사작업을 할 때 문서의 순서를 뒤섞는 실수를 범한다.
  • 유사한 이름을 활용해 혼란스럽게 하거나 잘못된 주소를 사용한다.
  • 필수서류는 빼먹는다.
  • 중요한 연락을 받았을 때, “대표/팀장은 바쁘다”, “다른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 메일은 최대한 늦게 열어본다.
  • 사람과 조직을 혼란스럽게 하는 소문을 퍼트린다. 

[본인이 일반적인 직원(피고용인)이라면]

  • 일을 대충하고 좋지 않은 장비, 기기, 업무환경 등을 탓한다. 이런 것들이 일을 잘 못하게 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 중요한 업무절차를 생략하거나, 각종 서류를 입력할 때 누락한다.
  • 느리게 일한다.
  •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업무를 두세 번에 나눠서 진행하는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행동절차를 최대한 늘린다.
  • 업무수행에 가능한 많은 방해물을 만든다. 즉, 업무 이외의 시간을 대폭 늘린다. 도구를 잃어버리고 찾는데 시간을 쏟거나 화장실에서 필요한 것보다 더 오래 있다가 돌아온다.
  • 각종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실수한다.
  • 모든 상황에서 울거나 흐느낀다. 히스테리를 부린다.

 

 이렇게 간략히 살펴본 미국 스파이들의 간단한 행동매뉴얼,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게끔 하는 내용들도 여럿 있습니다.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낮아지고, 업무효율과 생산성이 떨어지면 상호 신뢰저하로 이어집니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조직은 회의가 정말 많아요”는 공공기관부터 사기업/NGO까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조직을 막론하고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첩보기관에서 제작한 교범이기에, 현대 기업조직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오류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흘려넘기거나 ‘이런 경향이 좀 있기도 하지~’ 하며 웃어 넘기기엔 아까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가이드의 행동들은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의 범위와 핵심을 정의한 뒤,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단계를 집요하게 방해합니다. 의사결정구조를 복잡하게 하고 불필요한 계층구조를 통해 본질이 아닌 절차와 논리에 집중하도록 시선을 돌립니다. 무엇보다도 핵심은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기(Motivation)를 제한하는 데에 있습니다. 

 일을 잘 하는 것, 높은 성과를 내는 것,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며 함께 성장하고 성공하는 것 등은 사실 모든 사람의 목표입니다. 즉, 같은 꿈을 꿉니다.  그런데 목표와 현실에서 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지, 정말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우리 조직에 정말로 스파이가 있는 건 아닐지, 어쩌면 내가 스파이 역할을 하는 ‘임포스터’였던 건 아닐지..

 이 오래된 문건은 HR 혹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이 조직과 개인의 업무방식과 업무문화 등을 돌아보는 하나의 거울 혹은 간단한 진단도구로서도 도움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는 어떤 스파이가 있나요?’

 

 

공유하기

Share on facebook
Share on linkedin
Share on twitter
Share on email
0 개의 댓글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인살롱 인기글

메타버스 시대, 오피스의 미래

 2000년대 초반 온라인을 강타했던 추억의 싸이월드, 다 기억하고 계신가요? 네 저도 거기에 많은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를 쓰기 이전에

error: 컨텐츠 도용 방지를 위해 우클릭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로그인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문의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Close Bitnami banner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