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취향 테스트를 해본 적 있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게 하는데, 질문이 다양했다. 민초와 반민초, 찍먹과 부먹, 물냉과 비냉! 둘 중 하나를 직관적으로 대답하다 보면, 취향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MBTI가 선풍적인 유행이었다. 외향형은 인싸가 되고, 내향형은 아싸가 된다. 인식형은 게으르고, 판단형은 부지런하다. 물론 필자처럼 내향과 외향 사이에 어정쩡하게 머문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러한 ‘판단 보류‘를 주장하는 건 쿨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현대 사회에서는, 빠른 분석과 판단만이 유일한 미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효율과 혁신, 속도와 퀄리티, X 이론과 Y 이론까지, 많은 상황에서 우리들은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받는다. 무엇을 취하면 무엇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사고와 일상을 너무나 익숙하게 지배하고 있다.
<요즘 HR: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5번째로 다룰 책은 <익스트림 팀>이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고속성장하는 팀이 다른 기업과 무엇이 다른지, 그 비결을 밝힌다. 구체적으로는 넷플릭스, 픽사,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홀푸드, 파타고니아, 그리고 자포스 등 7개 기업의 차별점과 사례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양자택일이라는 ‘쉬운 길’이 아닌, 서로 모순되는 가치를 포용하는 ‘어려운 길‘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 길은 분명 더 혼란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조직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길이다. 주위에서 좋다고 불리는 제도나 문화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 진정으로 탁월한 팀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사람 중심 VS 성과 중심
A: 우리 팀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솔직한 의견을 제시해야 하며 그룹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명확한 제안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팀 구성원으로서 가치가 없으며, 목표를 성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B: 동료들과는 매우 협동적이고 서로를 지지해주며 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팀원 자격이 없으며,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동하는 팀의 능력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조직을 단순하게 나누면, 사람 중심과 성과 중심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 중심 조직은 그야말로 서로를 지지하고, 관계에 집중한다. 조직의 소속감도 신경쓰고, 교육과 훈련을 지속한다. 하지만 성과 중심 조직에서 구성원들을 조직의 목표를 위한 수단이 된다.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조직과 개인은 계약으로 묶여 있을 뿐이다. <익스트림 팀>에서는 사람 중심적 문화의 예로 에어비엔비를, 일 중심 조직으로 넷플릭스를 언급한다.
여러분은 어떠한 가정을 갖고 조직을 바라보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조직에 머물고 있는가? 이때 필요한 것은 한 가지 특성이 지나칠 때 비롯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발견할 수 없듯, 문화에 속한 사람은 스스로의 장단점을 잘 구별해내기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 지나친 강점은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리 조직은 어떤 모습인지, 장단점과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아래의 표를 참고하자.
그렇다면, <익스트림 팀>은 어떤 모습일까? 예상 했겠지만, 성과와 사람을 모두 추구하는 것이다. 이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중간 수준이 ‘타협’이 아니다. 익스트림 팀은 성과와 인간관계 모두를 최고 수준으로 추구하며 균형의 덫을 피한다. 이 과정을 통해 팀에는 성과와 관계 사이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긴장감이 맴돈다. 대표적인 예가 픽사의 조직문화다. 충분히 지지하고 기다리지만, 대체로 모든 팀원들의 의견이 모아졌을 때는 해고하기도 한다.
“픽사는 직원들의 입장을 상당히 많이 지지하는 편이며, 감성적 문화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영화 스토리가 사람보다 우선입니다. 감독이 기업의 높은 수준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면 가차 없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리더십과 조직문화
조직문화는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존 젱거와 조지프 포크먼 실험에 따르면, 훌륭한 리더에게는 성과를 추진하는 추진력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추진하는 능력,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진다. 성과와 인간관계 중 하나만 추진하고 훌륭한 리더로 평가받은 리더는 15%에 불과하지만, 두 가지를 모두 집중한 리더들은 72%가 훌륭한 리더로 평가받았다. 즉, 좋은 리더란 성과와 인간관계 두 가지를 잘 조화시키며 한쪽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리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리더십 실험 결과는 최근 출간된 김성준 작가의 <탁월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의 데이터 분석 결과와도 유사하다. 저자는 ‘탁월한 리더’의 조건으로 3가지를 제시하는데, 탁월한 리더는 환경을 탓하지 않고, 구성원을 목표를 함께 달성해 나가는 파트너로 인식하며, 마지막으로 성과관리와 사람관리를 통합적으로 추구한다. 부족한 리더들은 사람관리를 등한시하고 성과만 챙기려는 경향이 있지만, 탁월한 리더들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며,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유사한 책으로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 있다. 최고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완전한 솔직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을 모두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자가 속한 버즈빌도 작년부터 리더급 대상으로 코칭 및 피드백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직설적이고 도움이되는 피드백’이다. 결국, 성과와 인간관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분리될 수 없다. 리더로부터 구축한 피드백 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로 안착된다.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두 가지 기준을 토대로 평가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능력과 따뜻함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기술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은 유능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을 돕고 지지하는 사람은 따뜻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합해져 사람들이 타인을 평가하는 거의 전적인 기준이 된다.”
어떻게 익스트림 팀을 만들 것인가?
이제 답은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이론들은 상호대립적이나 대립적 상황에서 하나의 측면만을 강조했지만, 지금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는 양자수용과 동시양립의 관점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과와 인간관계를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역동적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책이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조직문화에 맞는 직원을 채용하고, 핵심 가치를 교육하고, 문화를 견고하게 하기 위한 절차와 규칙을 만들고,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팀을 맡고 있거나 조직을 이끄는 CEO라면 ‘익스트림 팀’을 만드는 방법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권하는 첫 번째 방법은 ‘부캐 만들기‘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부캐를 선보인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성격도, 기질도 180도 달라진다. 어찌보면, 지금의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상황에 적합한 부캐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스로가 일을 좋아하고 사람보다 성과 중심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에게 충분히 관심 갖는’ 부캐를 만들어보고 그에 맞춰 피드백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 성향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다양한 부캐 만들기를 연습하다 보면, 모순적 상황을 포용하는 능력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권하는 방법은 ‘정기적인 회고‘다. 익스트림 팀은 결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는 인식의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팀이 함께 회고하면서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회고해야 한다. 필자도 팀에서 분기별로 회고하며, 팀 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미팅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며, 역동적 균형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는다. 양자택일이 아닌, 딜레마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팀, 더 나은 방향을 탐색하는 팀이 더욱 많이 등장하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남다른 성과는 뛰어난 개인이 아닌, 최고의 팀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