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조직문화] 권력 거리는 어려움에 빠진 조직을 나락으로 몰아세운다.

얼마전 인살롱에서 조직 내 권력거리를 다룬 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평소 관심이 있던 주제이기도 했고, 자칫 부정적인 결론으로 이어지기 쉬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글이었습니다. 덕분에 저 또한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부장님에게 채팅? 조직과 권력거리

 

오늘은 그리 길지 않은 사회경험 속에서 숱하게 보고, 듣고, 겪었던 ‘권력거리’의 모습과, 조직 내 권력거리가 조직의 퇴보를 어떤 형태로 가속화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권력거리(Power Distance)는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홉스테드가 제시한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회 일반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말하는데, 우리가 일하는 회사에 적용하면 “상사에게 반론을 제기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 강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불편한 감정이나 상태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권력거리가 큰 것이고, 이에 대해 계층/지위와 상관없이 대화해볼 수 있는 사회라면 권력거리가 작은 사회라는 겁니다.
“요즘 세상에 불편한 감정이나 상태를 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저 또한 제가 속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불평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왜 정치인은 행사가 시작한 뒤 늦게 입장할까요?)


조직 내 권력거리를 처음 경험한 순간

저의 첫 회사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라왔던 이상형에 정말 가까운 회사, 하지만 단 꿈을 깨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입사 후 3개월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열심히 업무를 하던 중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언제 어디서 맡아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냄새. 담배 냄새였습니다. 하지만 저를 제외한 기존 사원들은 마치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듯 업무에 열중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니 사장님과 직속상사가 회의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회의실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충격이었지만,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선배사원들의 모습이 더욱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추운 겨울이 되면, 밖에 나가기가 어려우니 회의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참다 못한 몇몇 구성원들이 어렵사리 얘기를 꺼내면, 잠깐동안 자제하다 다음 해 겨울이 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 왔다고 합니다.

처음엔 어렵게 얘기를 꺼냈던 구성원들도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자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회의를 하는 중에도 그 ‘윗분’은 담배를 꺼내 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러 인공물에서 파악해볼 수 있는 조직 내 권력거리

여러분의 조직에는 어떤 권력거리가 존재하나요? 정말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모습과, 극단적인 예를 몇 가지 가져와봤습니다.

  1. 동료집단끼리는 채팅으로 업무얘기를 하지만, 상급자에겐 직접 찾아가 구두로 이야기한다.
  2. 직급이 올라갈수록 퀄리티가 좋아지는 의자와 넓은 책상이 제공된다.
  3. 출퇴근 거리와 상관없이 직급 순으로 주차 우선순위가 배정된다.
  4. 회식 일정을 잡을 때에는 리더가 참석 가능한 일정을 기준으로 조정한다.
  5.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언어/신체적 폭력을 행사한다.
  6. 주요 직위자가 절차를 무시하고 낙하산 인재를 선발한다.
  7. 상급자의 부정(不正)은 드러나지 않거나, 알아도 덮는다.

다소 극단적인 예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 중 절반이상을 경험하고 계시다면 조직 내 권력거리를 아주 크게(어쩌면 평범하게) 체감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감히 추측해보건대, 그러한 조직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도 함께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1. 회의에서 상급자가 이야기한 뒤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뒤늦게 누군가가 네~ 하고 대답한다.)
  2. 비대면 회의를 진행하면 끝까지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구성원들도 있다.
  3. 상급자가 결정한 사안이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구성원들이 그 자리에서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투덜대며 받아들이거나 어느 순간 잡플래닛, 블라인드에 게시글이 쏟아진다.

 

권력거리는 어려움에 빠진 조직을 나락으로 몰아세운다.

사실 권력거리가 크던 작던, 사업이 흥할 때에는 위의 상황들이 크게 문제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상사가 부하를 때려도, 조직에 낙하산이 들어와도, 약간(?)의 부정이 발생하더라도 회사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고, 급여도 잘 들어오니까요. 본인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굳이 불평과 불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내 인생과 함께 회사는 잘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직이 어려움에 빠진 순간 권력거리는 조직을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뜨립니다.

많은 경우, 조직이 쇠퇴하는 시기에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직진단, 서베이, 간담회 등의 활동들을 진행하는데요. 권력거리가 큰 조직에서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가깝습니다. 구성원들이 권력거리를 크게 느끼는 상황에서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할 리 없고, 심각한 경우 구성원들은 조직과 본인을 이미 분리하여 생각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①조직이 어려운 것은 나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②상급자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니 알아서 해결해주세요. ③어차피 내 이야기를 들어줄 리 없으니 말할 생각도 없습니다. 와 같은 흐름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런 흐름은, 빨리 수면위로 탈출해야 할 조직의 입장에서 무게추를 매달고 헤엄치는 것과 같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제 첫 회사는 결국 책임자의 횡령/배임과 사업악화 등으로 인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입사하기 전에도 이미 그러한 부정(不正)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었고, 정말 우연히 드러났을 뿐이었습니다. 그동안 구성원들은 그런 부정이 조직을 좀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권력거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조직의 상부까지 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예처럼 보이지만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겁니다.

길고 우울할 수도 있는 내용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다음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리더들이 권력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소개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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