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에서 인성검사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흔히 선발 방침으로 Sceen-out(스크린-아웃) 방식과 Screen-in(스크린-인) 방식이 거론된다. 스크린-아웃의 경우, 사전에 지정한 기준에 미달되는 인원을 제외하는 방식이며(‘필터링’) 스크린-인의 경우, 사전에 지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인원만 선발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인성검사는 어느 방식에 더 적합한가? 대부분 기업체에서는 인성검사를 스크린-아웃 목적으로 활용한다. 인성검사 종합점수, 혹은 인성검사 여러 항목 중 인재상/핵심가치에 가까운 항목에서 기준 점수/등급 미만인 지원자를 일괄적으로 탈락시키고, 나머지 인원을 다음 단계인 면접으로 올리는 방식이다(물론 인성검사를 스크린-인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바로 면접에서다. 흔히 면접관들의 책상에는 서류-인성검사 합격자들의 개별 인성검사 리포트가 올라온다. 면접관들은 자기소개서, 이력서는 물론, 개별 인성검사 리포트 상에 나타나는 강점/약점에 주목하여 더 우수한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필자는 채용인성검사를 연구하고 개발한 경험을 다수 가지고 있다. 취업 장면에서 통상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역량 모델을 기반으로 범용 인성검사를 개발한 적도 있으며, 고객사의 인재상/핵심가치를 분석하여 이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된 인성검사를 개발한 경험도 적지 않다. 인성검사 연구원으로서, 다수 고객사의 인사담당자들과 함께 하며 그들이 채용 장면에서 인성 검사를 활용하는 장면을 지켜봐 왔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인성검사 활용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응대하곤 했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컷트 라인을 어디로 설정하면 될까요?’, ‘몇 점부터 뽑으면 되죠?’, ‘탈락 기준이 어디인가요?’ 였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통상적으로 많은 기업체들이 채택하는 합/불 적정 백분위/표준점수를 안내하곤 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컷트라인 선정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안내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점수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며, 지나치게 높은 점수/등급을 획득한 지원자의 경우 면접 등 다음 채용 단계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왜 점수가 높은 지원자를 예의주시해야 할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 왜곡 응답의 가능성
- 성격-업무능력 간 비선형성
흔히 짐작하는 이유는 1번일 것이다. 채용 목적의 인성검사의 실시는 지원자들의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 욕구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순간 중 하나다. 합격을 위해 지원자들은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고, 약점을 숨긴다. 사전에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체의 인재상을 공부한 후, 실제 자신의 모습과 관계 없이 인재상에 가까운 모습을 ‘연기’하기도 한다(상당수 취업준비생을 위한 인성검사 사설 컨설팅, 대비 업체 등에서 많이 조언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을 고려한다면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인성검사 점수가 지나치게 높은 지원자에 대해 의심을 해야 한다는 것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다. 왜곡 응답이 아닌, 실제로 높은 인성 점수를 받았다고 해도 오히려 조직 적응 및 업무 수행 시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성격과 업무 수행 능력 간의 관계가, 우리가 기대하듯 선형적인 관계가 아닌, 비선형적 관계일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성인, 성격 5요인을 두고 한 번 생각해보자. 성격 5요인은 일명 Big 5라고 불리는 성격 모델로, 성격심리학계에서 가장 신뢰롭다고 평가 받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다. 그리고 성격 5요인 모델 안에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정서안정성), 이렇게 다섯 가지 성격이 포진되어 있다. 개방성은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며, 호기심이 강한 정도를 반영한다. 성실성은 절제하고, 숙고하며, 성취 동기를 갖고 꾸준히 자기 몫에 성의를 다하는 정도를 말한다. 외향성은 낙관적이고, 진취적이며, 사교 장면에 부담이 없으며,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를 말한다. 친화성은 온화하고, 배려심 있으며, 타인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성향을 말하며, 마지막으로 신경성은 안전을 중시하며, 섬세하고, 예민하며, 쉽게 불안/우울에 빠질 수 있는 성향을 말한다.
성격 5요인 각 점수가 낮을 때의 문제점을 생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쉽게 말해 개방성이 낮으면 ‘꽉 막힌 사람’, 성실성이 낮으면 게으르고, 외향성이 낮으면 매사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친화성이 낮으면 어딘지 무뚝뚝하고 거칠며, 정서안정성이 낮으면 정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각 점수가 높을 때의 장점 또한 생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각 점수가 지나치게 높을 때는 어떤 사람일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가? 지나치게 성실한 사람, 과도하게 외향적인 사람은 어떨까? 개방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사람은? 친화성이 너무 높은 사람은?
- 지나친 성실성 = 경직되어 있음, 융통성 부재, 과한 완벽주의, 스트레스 부담 등
- 지나친 외향성 = 가벼워 보임, 현실 자각의 부재, 기회주의, ‘정치질’ 등
- 지나친 개방성 = 안정감이 없음, 현실과 이상의 조화 부재, 신구조화의 어려움 등
- 지나친 친화성 = 소위 ‘호구’ 되기 쉬움, 우유부단, 추진력 저하 등
- 지나친 정서안정성 = 과도한 정서통제의 부담, 방심함, 자만, 여유부림 등
이미 상당수 심리학자들이 실증 연구를 통해 성격과 업무 수행 능력 간의 비선형적인 관계를 지적하고 있다. 즉, 일정 수준까지는 성격 점수가 높아질수록 업무 수행 능력 또한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수준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성격의 영향력이 둔화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다. 국내의 한 연구에서도 이와 관련된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면 되는데, 과업수행 능력과 성실성, 정서적안정성 간 관계를 검토한 것이다. 보다시피 성실성/징서적안정성과 과업수행 능력은 비선형적 관계를 보인다. 일명 역U자형 그래프로서, 일정 시점까지는 성실성/정서적안정성이 과업수행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그 이상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과업수행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다.

마무리하자. 인성검사에서 ‘고고익선’은 정확하지 않은 말일 수 있다. 점수가 높다고 무조건 우수한 지원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커트라인을 설정하기 이전에, 우리 회사에 부합하는 인재의 특성은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커트라인보다는 최적의 경계optimal margin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재직자들의 인성검사 데이터를 분석하여, 성과가 가장 우수한 이들의 인성검사 점수 평균 지점을 조사하고, 해당 지점에서 ‘멀어질수록’ 더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성검사 커트라인을 재설정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