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1편 <상상한 멋진 일이 현실이 되려면 1: 상상>에서 이어집니다.
문화를 만지는 이들이 모두 공감할 이야기는 이런 것 아닐까? 집요하게 그걸 파고드는 사람과 지지하고 공감할 줄 아는 동료, 그리고 그런 동료의 오히려 한술 더 뜨는 열정으로부터 이상함은 이상향이 되고,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모두에게 멋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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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담당자의 치열한 고민과 경영진의 승인, 그리고 내외부 조력자의 도움으로 ‘평창처럼’ 오피스 올림픽의 모습은 약 두 달여간의 준비 끝에 베일을 벗었다. 하루 이틀에 끝날 이벤트가 아니므로, 그 시간대에 일하는 직원들을 배려하고 안전사고 없이 관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벤트 관리용 모바일 앱을 제작하고, 각 층 공용공간에 종목을 분산했다. 일이 점점 커지더니 비로소 현실이 되는걸 가장 근접 거리에서 목격했다.

행사 개최 20일 전부터 사내 홍보를 시작하며, 매일 다른 형태의 메시지를 내보내기로 했다. ‘실내에서 하는 동계올림픽’의 생소함을 기대감으로 바꾸려 한 시도였다. 더 많은 직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DM형태의 이메일 광고에 직원 참여의 요소로 ‘당신의 ____ 은 ____ 고 있습니까?’ 캠페인을 넣었다. 많은 참여가 있었다. 더불어 TF 팀원이 직접 소개하는 경기 홍보영상도 만들었다. 그냥 동료인 줄만 알았던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진정성 있는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로 거듭났다. 이벤트 홍보 기간 중 이렇게 단계적으로 진행된 홍보로 바이럴은 확산됐고, 참여 희망자도 늘었다.
개막식 당일, 성화 봉송으로 이벤트가 시작됐다. 물론, 불 없는 성화였다. 개회날 사무실을 돌며 폴라로이드로 참여를 약속한 직원들의 사진을 찍고 대회 참가증을 만들어 증정했다. 직원들은 즐거워했고 본 게임에 대해 많은 궁금증과 관심을 보였다. 이 모든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 스토리의 소스를 준비하는 일도 물론 병행했다.

결과
경기날이 되었다. 자율적으로 결성된 팀들은 각자 정한 이름으로 준비된 경기장에서 예약한 시간에 경기에 참여했다. 혼잡은 없었다. 열정적인 응원을 준비한 팀도 있었다. 너무 승부가 과열돼 심판의 제지가 있기도 했지만, 싸움은 없었다. 합산된 경기 결과는 경기 앱을 통해 관리됐다. 메인 경기장 한쪽에 상위 기록을 보유한 팀의 점수와 순위를 공개했다.
사무실 곳곳이 평창(처럼) 동계올림픽 경기장이 되었고, 참여하는 이와 구경하는 이가 어울려 한마음으로 즐겼다. 직급도, 성별도, 무의미한 갈등도 이곳엔 없었다. 직원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평소보다 더 많이 사무실 곳곳에서 들려왔다. 평소 없던 모습인데도 이질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조직의 문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지 방송국이나 엔터테인먼트 조직이 아닌데, 런x맨 이나 무x도전과 같은 인기 TV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오피스 공간으로 옮겨오는 것과 같은 새로운 시도였기에 개최 전 담당자의 고민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느 언론에서는, 경기 기간 중 이 활동을 이색 오피스 문화로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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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조건
이 이벤트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기존에 없던 참신한 기획이었다. 동계 올림픽의 모든 종목 뒤에 ‘(처럼)’을 붙여 장난처럼 꾸몄지만 결코 대충 만들지 않은 게임의 룰은 디테일했고 형태는 쉽고 단순했다. 그리고 이 이벤트에 고위 직급자의 개인적 취향이나 의견은 가미되지 않았다. 그들도 기꺼이, 한 명의 ‘동료’로써 팀을 이뤄 참여했고 타 팀과 공정히 경쟁했다. 또 참여자의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사내 이벤트의 기본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 치밀한 구성 곳곳에 ‘소통’과 ‘교류’라는 문화 활동의 핵심 가치를 잊지 않고 넣었다. 팀 플레이를 통해 평소 잘 모르던 동료들과 교류의 장이 마련됐고, 사무실 곳곳에 위치한 종목별 경기장 덕분에 늘 한 층에만 머물던 직원들도 다른 층에 방문해볼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콘텐츠 소재가 풍부했다.
행사 도중 촬영한 스냅 영상과 사진은 파이널 라운드가 있는 폐막식 전날 취합해, 이 모든 일의 시작과 과정을 기록한 일종의 다큐영상으로 제작해 폐막식에 상영했다. 폐막식에 참여한 직원들이 자신의 모습이 담긴 드라마 같은 영상을 보며 이 모든 일의 의미와 장면을 추억으로 새기길 바랐다.

옷의 마지막 단추를 여미는 것은 끝이 아니라 외출의 시작이다. 그런 마음으로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다. 함께 하는 이들의 공감에 과정이 즐거웠고, 소재가 좋아 담을 이야기가 넘쳤다. 어떤 소재든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일도 사진 보정과 같아, 원본이 좋을수록 수월하고 결과물도 더 매끈하다.
이 이벤트가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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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장난이냐?”
오래전 다른 회사에서, 그간 없던 프레임에 약간의 말장난을 섞어 eDM 홍보물을 기획해 제안하자 매우 보수적인 부장님은 나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상사에게 말대답한다며 질책을 받는 분위기였다. (몇 해 후, 해보려 했던 그런 류의 말장난은 ‘배민다움‘이라는, 한 플랫폼 스타트업이 이끄는 홍보 트렌드가 되었다)
“장난 아닌데요”
‘평창처럼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확신에 찬 어조로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창처럼 동계올림픽은 그런 정도의 진정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내던진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발전하는 과정, 직급과 권위 없이 모두가 참여해 즐기는 결과, 그리고 그로부터 돋보인 그런 진정성 말이다.
문화를 만드는 사람
그렇게 남겨진 기록으로부터 훗날 누군가가, ‘그래, 그때 우리 참 즐거웠지‘라고 회상할 추억과, ‘그 파트너는 지금 잘 지내나 몰라‘라며 떠올릴 옛 동료를 만드는, 그런 일을 하는 것 아닐까.
회사의 문화를 만드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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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 SAP Korea 기업문화 총괄 오용석 파트너
참고
- 회사가 장난아냐 시즌 1 – 평창처럼 동계올림픽
- SAP Korea 오용석 파트너 인터뷰
- SAP Korea 임수진 파트너 연기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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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이 썸네일에 잘 어울리는 얼굴인줄 몰랐네요 ㅋㅋㅋ
딱 들어맞아 놀랐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