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채용 담당자의 성과는 ‘오픈 된 포지션 티오를 빠르게 많이 채우는 것’ 으로 심플하게 정의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하고 있는 채용 환경에서는 빠르게, 그리고 많이 만으로 채용 담당자의 성과를 말할 수는 없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조직의 채용 현황을 잠시 말해보자면 오픈 포지션수와 채용 티오 모두 최근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최종 입사자 수도 반기 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최종 합격률은 한 자릿수로 낮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채용이 계속 완료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잘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도대체 ‘잘’은 무엇 인지를 고민하게 되었고 채용 담당자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Freepik_Tirachardz
우선 먼저 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뽑는 것으로만 채용 담당자의 성과를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느 정도 자격 요건에 무난하게 부합하는 사람을 합격 시킨다’ 는 접근으로 채용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Right Person’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빠르게 더 많이 채용하는 것이 채용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해당 포지션의 시장 에서의 인재 풀과 자격 요건, 우리 기업의 인지도와 입지, 처우, 조직 내 상황 등에 따라 각각 포지션의 채용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고 많은 변수로 결정되는 난이도를 정량화 하여 ‘개발자 1명 채용은 비 개발 직무 2명 채용과 같다’ 라는 전제를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또 실무팀(Hiring Manager)의 심사가 늦어지거나 내부 상황에 따라 전형 과정이 늦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너무 늦어졌으니까 너무 채용이 안 되고 있으니까’를 기준으로 보고 허들을 조정한다면 Right Person을 채용하고자 시작했던 우리의 채용은 길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긴급한 채용이나 특정 포지션의 채용을 많이 하는 것이 성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IT/게임 업계에서는 프로그래밍 관련 포지션이 주요 포지션으로 자리 잡고 있고 팀의 리소스는 언제나 한정이 되어있으므로 오픈 되어 있는 많은 포지션 중 조금 더 집중해야 할 포지션에 초점을 맞춰야 조금이라도 채용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긴급/특정 포지션의 채용을 완료했다는 그 자체 만으로는 성과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긴급하지만 채용 난이도는 높지 않은 포지션 일수도 있고 운이 좋게 적절한 타이밍에 전형 진행 만으로 적합한 인재를 채용할 수가 있어 개인이 기여한 바를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 프로그래밍이나 긴급 포지션 외의 채용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 채용 담당자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 있어 팀원 간의 불필요한 경쟁심 이나 업무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다이렉트 소싱으로 몇 명을 컨택 했고 합격 시켰는지에 대한 것이 성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원자의 입사 지원으로 서류가 유입되는 In- bound 채용과 비교했을 때 Out-bound 채용은 채용 담당자 스스로 후보자가 포지션의 자격 요건에 맞는지 판단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연락하는 액션이 필요하며 입사 지원 까지 설득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능동성을 조금 더 요구합니다.
물론 Out-bound 채용 특성 상 더 주도적으로 전형 진행이 가능하지만 똑같은 시간에 한 명의 후보자에게 커스터마이징 된 정성스러운 이메일 1개를 쓰는 것과 어느 정도 자격 요건이 맞는 몇 십 명의 후보자에게 이름만 바꾸어 많은 제안을 보내는 것 둘 중 어떤 게 확실히 더 채용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라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한 시간 동안 정성 들여 제안 메시지를 썼지만 도저히 후보자가 이직 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고, 반대로 정성 스런 메시지에 입사 지원을 수락할 수도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징 된 메시지가 아니었지만 마침 우리 조직에 관심이 있어 후보자가 수락을 할 수도 있는 반면 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제안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즉 입사 지원 수락에 있어 ‘몇 명’을 컨택 했느냐와 ‘최종 합격’ 사이에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또 최종 합격에 있어서도 후보자의 상황, 채용의 난이도, 현재 조직의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해당 성과 만으로 채용 담당자의 모든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네 번째로 채용에 있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는 지가 성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채용 전략이 성공적인지 점점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복잡해져 가고 있는 가운데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노력이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외부 채널을 통한 채용 캠페인 진행, 채용 브랜딩의 소구점을 지속적으로 발전 시켜 나가는 것, 사내 인재 추천을 고도화 하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 수동적 후보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온/오프에서 컨택하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등 다양한 액션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도전적인 액션을 실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실행에 대한 결과가 당장에 나오기 어려운 액션들이 있고 또 실행했다는 그 자체 만으로 모든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를 기준으로만 성과를 판단한다면 채용 담당자는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자체에만 초점이 쏠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본 기능인 운영 업무에 대해 소홀해지거나 큰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 채용 프로세스 운영 전체의 디테일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얼마나 적합한 사람을 많이 채용 했는지가 성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채용의 목표는 Right Person을 찾는 일이니까요.
이 경우 채용팀이 모든 선발 기준을 설계했고 이대로 모든 선발에 대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 진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선발 기준에 맞춰 채용한 인재가 수습 기간에 얼마나 우수한 평가를 받고 수료했는지, 6개월~1년 뒤 조직에서 보이는 성과와 동료들과의 협업은 원활한 지 등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기준들 까지 적용된다면 최우선 목적에 맞는 채용을 했는지를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주 현실적으로 이야기 해보자면 채용팀이 설계한 선발 기준이 100% 적용되고 있는지 모든 면접과 선발 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설령 모니터링이 된다고 하더라도 긴급 직무이며 팀에서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하지만 일부분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채용을 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걸 수는 없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직무 역량, 업무 태도를 기준으로 이루어 지는 수습 평가 이후의 반기 성과, 동료들과의 협업 등은 소속 팀이나 프로젝트의 상황, 리더쉽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채용 완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입사한 이후에도 Right Person을 채용 했는지에 대해 트래킹 하는 기준과 과정들은 꼭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채용 성과를 판단하는 것 역시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이미지 출처 : Freepik_Archistella
결론
당연한 결론이지만 한 가지 요소 만으로는 채용팀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제가 소속된 채용팀은 채용 담당자가 특정 포지션의 In-bound, Out-bound 채용을 모두 담당하고 있으며 채용 관련 제도나 전략을 기획하는 동시에 조직의 HR 이슈 커버, 인사 운영 업무도 일부 담당하고 있어 한 가지 측면으로만 성과를 판단할 수 없는 환경에 있습니다. 오히려 훨씬 더 큰 규모의 채용팀 에서는 앞서 이야기 나누었던 기준 중 하나를 적용하여 성과를 판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리쿠르터, 소서, 코디네이터 등 기능으로 나누어져 있거나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채용 등 전략에 따라 나누어져 있다면 채용 담당자가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에 따라 더 명확하게 성과를 판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결론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한 가지 요소로 성과를 판단할 수 없는 환경의 채용담당자의 성과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먼저 채용 포지션에 있어 더 집중해야 할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팀의 리소스는 언제나 한정적이기에 중요한 곳에 초점을 맞춰야 조금이라도 채용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아래 기준을 바탕으로 채용 담당자가 각 포지션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1. 꼭 필요한 채용이 맞는가? 반드시 채용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가 맞는가?
2. (꼭 필요한 채용이 맞다면) Job Description – 소싱 기준 – 선발 기준은 일치하고 있는가?
3. 시장에 자격 요건에 맞는 인재풀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In bound-유입되는 서류의 양, 전형별 합격률로 모니터링 / Out bound – 입사 지원 제의가 가능한 서류의 양으로 모니터링)
4. 인재풀 양에 따라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전략을 적절하게 병행하여 사용
- 4-1) 인재풀이 충분한 경우 : 채용 포털 단기광고를 활용하거나 공고 게시 채널을 늘리는 등 노출과 서류 유입량 자체를 늘려 합격 확률을 늘림, 다이렉트 소싱도 병행
- 4-2)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 자연 서류 유입을 늘리는 것 보다 포지션은 오픈해 두고 다양한 소싱 채널을 통해 최소 자격 요건이 되는 후보자 서류를 많이 발굴하고 빠르게 컨택함. 이후 제안-선발 과정에서 맞는 인재인 지를 검증해 나감.
5. 리드 타임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고 인재풀이 희소한 포지션이라면 자격 요건의 수정이나 채용 진행 자체에 대한 재 검토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점검함.
6. 추가로 실행이 가능한 액션을 기획함
- 예시1) 사내 인재 추천에 긴급 포지션에 대한 더 많은 정보 전달이나 일시적으로 긴급 포지션에 대한 포상금을 추가로 지원하여 추천 수를 늘리기
- 예시 2) 조직에서 처음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포지션 이지만 긴급한 직무라면 상세한 JD나 컨텐츠 발행을 통해 해당 직무에 대한 자세한 정보 제공하기
- 예시 3) 시장에 풀이 많이 없는데 우리 조직에서 찾는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면 과감하게 인턴쉽, 교육 과정 연계 등을 통한 신입 육성-채용 전략 제안하기
이 과정에서 채용 담당자가 현황 진단 – 전략 수립 – 액션을 하는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인볼브 할 수 있게 하고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방향을 수정하여 다시 액션 하는 과정을 진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전략적으로 꾸준히 여러 액션들을 수행했는지 보아야 하고 결과적으로 그 전략이 유효 했는지 까지 고려하여 채용 담당자의 성과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_Javier Allegue Barros
마치며
채용 담당자로서 성과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 조직의 채용 파트 리더가 되면서 더 깊이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 팀인 동시에 더 성장하고 싶고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나눈 성과에 대한 이야기와 기준들은 조직의 규모와 구성이 변경되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채용 포지션을 빠르게 많이 채우는 것만을 성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생각해 보고 싶었고 결과 값 자체 만을 성과로 보기보다 조금 더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 자체가 성과가 될 수는 없을까 라는 물음에 답을 찾아가고 싶었습니다. 점점 더 복잡도가 높아지고 있는 채용 환경에서 깊이 고민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왜 됐는지 왜 안됐는 지를 모를 수 밖에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도 좋은 인재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많은 채용 담당자 분들을 응원하며 더 많은 성장을 이루시는 2023년 하반기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