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여파가 복리후생 제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인재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연봉을 인상하고 재택근무와 자율출퇴근제, 무제한 연차휴가 등의 제도를 복지혜택으로 내걸었던 기업들의 상당수가 엔데믹 이후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연봉 삭감은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데, 복지제도는 회사가 말 그대로 복리후생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니까 회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직원 동의없이 폐지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복지제도가 근로조건으로서 폐지 또는 축소할 때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지제도가 근로조건인가?
법원은 “근로조건이라 함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복지제도는 임금, 근로시간과 같은 기본적인 근로조건 이외에 근로자의 편익을 향상시키고 구성원으로서의 만족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기업이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조건이라 할 수 있다.
복지제도 폐지 시 구성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할까?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이라 함은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기존의 복지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기득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변경된 근로조건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절차에 따라 근로자 과반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지사항’, ‘운영 가이드’, ‘근무 매뉴얼’ 등과 같이 비록 명칭은 취업규칙이 아니지만 근로자 전체에게 적용될 근로조건 등을 정한 것이라면 법적 성격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규정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모든 구성원들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수준이라면 즉,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면, 취업규칙에 규정된 것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율출퇴근제도, 재택근무를 해제할 때에도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할까?
선택적근로시간제도를 도입하여 근로자의 출퇴근 여부와 출퇴근시간을 근로자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기로 하였으나 회사 운영 방침의 변경으로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경우 선택적근로시간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그 시행내용을 정할 수 있으므로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변경할 수 있다.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다가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하는 경우 담당업무, 사업장 특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 근로계약서에 근무장소를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근로자의 별도 동의 없이도 사무실에 출근토록 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제한 휴가를 법적 기준으로 부여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법적 기준에 따른 연차휴가일수를 상회하여 무제한 연차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던 것을 법적 기준에 맞추어 사용하게 하거나, 기타 유급휴가 등의 사용일수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경우 취업규칙의 내용으로 정해진 근로자의 확정적 권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므로, 기득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여 구성원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법인카드 사용 제한은?
기존에 출퇴근 여부와 관계없이 법인카드를 사용하여 식비를 결제하게 하던 것에서 출근 시에만 사용하게 하거나 그 사용 한도를 제한하는 경우 법인카드의 사용은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발생하는 경비를 지출하는 것으로서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그 사용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동의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