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플레이스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도 보실 수 있는데요. 이 드라마는 본인은 알지 못하지만 살아생전 모든 행동이 점수로 수치화되고 있었고 사후 이 점수에 따라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로 나뉘어 배치되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악행을 일삼던 주인공은 당연히 배드 플레이스에 가야했으나 오류로 인해 굿 플레이스에 가게 되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시트콤이죠. 종교 유무에 관계없이 현생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요. 직장인이라는 직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평판은 다음 생이 아닌 현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옥스포드대 기업평판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평판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몇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몇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평판은 역량 평판과 인성 평판으로 나누어 접근해야 합니다. 전문적 능력에 대한 평판(역량 평판)과 성격에 대한 평판(인성 평판)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통 성과평가에 있어 전문적 능력은 KPI등의 수치로 나타나기에 정량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인성 평판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이를 가치관 내재화 수준과 연계하여 각 요소에 대한 정성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죠.

 

이 인성평판에 대해서 링크드인의 설립자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전면 평판(foreground reputation)과 후면 평판(background reputation)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전면 평판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의 친구 수나 ‘좋아요’ 숫자로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면 후면 평판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문 등을 지칭합니다. 평판을 좌우하는 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평가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혹시 레퍼런스 체크 콜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여기서 잠깐, 레퍼런스 체크 이메일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만약 특정인(아마도 잠재 지원자)에 대한 평판을 확인하기 위해 그를 아는 제3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조심스럽게 ‘나중에 따로 연락 주세요’라는 답을 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사람은 어떤 의견을 남길 확률이 높을까요?

 

둘째, 평판관리를 위해서는 열린 네트워크와 닫힌 네트워크를 균형있게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닫힌 네트워크는 끈끈한 결속을 바탕으로 합니다. 사내 팀단체방 또는 학연, 지연으로 연결된 친목모임 등은 전통적인 닫힌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네트워크는 상호간의 높은 수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에 정보가 비판적인 필터링 없이 빠르게 전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오가는 모든 대화는 평판을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죠. 특히 닫힌 네트워크 내에서 처음 접하는 링크와의 첫 인터액션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반면 열린 네트워크는 느슨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명확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전달되지만 더 가치있는 정보 또는 기회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죠. 직장내 관계와는 달리 SNS를 통한 약한 연결로 얽힌 네트워크는 오늘날 업무 수행은 물론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익명이 가능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해당 직무에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간의 고민 또는 궁금증을 나누고 의견을 공유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죠. 또한 낮은 확률이지만 열린 네트워크를 통해 우연히 내가 속한 닫힌 네트워크 안으로 나에 대한 평판을 누군가 접하게 된다면 그것은 레퍼런스 체크 이상의 효과를 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입니다. 평판의 본질은 결국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정치판이 늘 시끄러운 이유는 자신에게 또는 자신이 지지하거나 배척하고자 하는 특정한 인물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평판을, 그러니까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각인시키려는 언론들이 애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트럼프가 처음 출마했을때만 해도 그의 당선가능성은 커녕 출마자체를 두고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스토리를 꾸준히 만들어낸 그는 결국 당선되었으며 지금 대통령인 바이든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이유 또한 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네트워크 속에서 자주 회자되는 이름을 떠올려보고 이 이유를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기회가 있을 때마다가 회자되는 직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의미에서든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공통점은 어느 쪽이든 그 평판이 모두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OOO, 그 친구는 이러저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여차저차해서 잘 성공했다더라.’

‘OOO, 그 친구는 말도 안되는 황당한 실수와 무능력으로 인해 큰 프로젝트를 망쳤다더라’

라는 식으로 말이죠.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역량 평판과 인성 평판 중 어떤 평판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입니까?
당신의 네트워크는 열린 네트워크와 닫힌 네트워크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우며 어느 쪽을 더 보완해야할  때입니까?
당신은 오늘, 그리고 이번 주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갈 예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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