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의 역할 : 자극, 연결 그리고 추천

조직에서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네 음절로 간결하게 표현된 ‘인재육성’이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함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재육성을 한다는 것의 기저에는 인재에 대한 철학을 비롯해서 기대하는 인재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인재육성의 기준과 틀, 방법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해당 조직의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육성된 인재가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기여해야 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전략적이고 거시적인 접근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재육성을 한다고 하면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시스템도 뒷받침되어져야 한다. 인재육성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적자원개발(HRD, Human Resources Development)의 영역은 개발대상이 개인인지 조직인지에 따라 그리고 개발기간이 장기적인지 단기적인지에 따라 개인개발, 성과관리, 경력개발, 조직개발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성과관리, 경력개발, 조직개발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HRD에 국한되지 않고 여타의 부문이나 조직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러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은 구성원 개개인의 요구를 넘어 조직의 요구나 정책, 제도 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개발 영역은 상대적으로 타 부문의 영향을 덜 받아왔는데 이는 개인개발이 영역이 HRD가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달하며 평가하는 등과 같은 일련의 활동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양상은 점차 변화되고 있다. 영역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개발 측면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기술이나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방대해져서 HRD에서 하나하나 직접적으로 접근하기도 요원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과거와 달리 지식이나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나 방법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HRD에서 개인의 성장이나 역량개발을 위해 양질의 내용을 수집하고 가공해서 전달하는 식의 접근은 진부하게 여겨지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조직에서 HRD가 직면한 변화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중요하다.

이와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는 인재육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종 컨퍼런스나 세미나, 포럼 등에서는 해마다 인재육성과 관련된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고 있으며 여러 기관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RD의 역할은 조금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혹 달라진 역할이 기존에도 했던 역할이라면 비중을 늘려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 선 HRD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자극(stimulation)을 주는 역할과 연결(link)해주는 역할 그리고 추천(curation)해주는 역할이다.

먼저 자극은 변화의 출발점이다. 자극을 받으면 반응을 하게 되는데 반응의 과정과 결과가 인재육성과 연결된다. 양질의 자극은 그에 부합한 반응과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자극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람에 의한 자극, 경험에 의한 자극 그리고 콘텐츠에 의한 자극이다.

사람에 의한 자극이란 교수자나 전문가에 의한 자극이기도 하다. 교실환경에서 잘 준비된 교수자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거나 생각이 전환되는 경우 등이다. 지금까지의 HRD에서 중점을 두었던 자극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과 변화의 속도가 달라졌다는 점 그리고 계획되거나 의도된 자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런 자극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은 경험에 의한 자극이다. 여기에서 경험은 구성원의 개인적인 경험을 말한다. 각 구성원의 직무상 성공과 실패사례는 물론, 대인관계나 사적인 경험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개인에게 투영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학습조직이나 실천공동체(Communities of Practice) 등과 같은 형태가 일례가 될 수 있다.

콘텐츠에 의한 자극이란 특정한 주제나 이슈 혹은 트랜드 등과 관련된 각종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나 경험에 의한 자극은 상대적으로 제한되고 한정적이지만 콘텐츠에 의한 자극은 개방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들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이와 같은 자극들은 연결되어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 그래야 연쇄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영역이 확장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HRD에서 연결해야 하는 것은 앞서 제시한 사람과 경험 그리고 콘텐츠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을 특정 시간과 장소에 모이게 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HRD에서는 해당 분야별 전문가 집단(expert pool)을 만들고 이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경험이나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HRD의 역할 중 하나는 자극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매개체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이 가능한 배경에는 SNS로 일컬어지는 사회관계망을 비롯해서 디지털화된 콘텐츠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HRD에서 자극과 연결이라는 역할이 선행되면 맞춤형 추천도 가능해진다. HRD에서 추천은 인재육성에 있어 개별화와 최적화를 위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역할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많은 사람과 경험, 콘텐츠들에 노출된 환경 속에서는 글자 그대로 추천여부가 중요하다. 추천의 기준은 콘텐츠의 양이나 질을 넘어 개인과 조직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는 HRD에서 다루어져야 할 영역이다.

추천을 할 수 있으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다양한 경험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아울러 HRD 조직 및 추천자의 신뢰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HRD는 잠시라도 쉴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이미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추천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분야들도 많다. 따라서 HRD는 이와 관련된 학습과 벤치마킹 등을 통해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HRD가 조직과 개인의 지속성장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재육성을 담당한다면 그동안 해왔던 역할에 자극, 연결, 추천이라는 역할을 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HRD의 역할이 목마른 사람을 물가로 인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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