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최근 들어 심심찮게 들리는 말입니다. 이 말은 상대방과의 대화 중 그 사람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하기보다는(MBTI ‘F’유형)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MBTI ‘T’유형)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주로 쓰이는데요. 이처럼 성격유형검사인 MBTI가 보편화되면서 어떤 상황에서 보이는 누군가의 말과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을 특정한 타입으로 구분 짓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우리 조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대리는 N이라서 그런지 항상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더라 (미래지향적, 비약적인 사고를 하는 N 유형의 특징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여겨지는 경우)”
“박 과장님은 찐 F야. 업무적인 얘기를 죄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일하는데 감정이 왜 필요해? (사람과 상황, 주관적 가치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F 유형의 특징이 ‘감정만 우선시한다’고 여겨지는 경우)”
성격 유형의 구분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순기능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은 반대의 경우에 해당하겠죠. “누구는 T라서 그런가봐, F들은 꼭 그래”와 같은 말들은 특정 유형을 ‘집단화’ 시키고, 성격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성과 포용성이 결여된 채로, 서로를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구글에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사내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팀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가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팀은 왜 유독 성과가 떨어지는지, 반대로 어떤 팀은 왜 월등한 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의문을 푸는 것이었죠.
연구를 위해 엔지니어, 통계 전문가,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갖춘 전문가 집단이 구성되었고 180개 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4년 동안의 연구 끝에 그들이 밝힌 일 잘하는 팀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조직에서 어떤 의견을 말하더라도 구성원들이 ‘이상한 의견’이라고 무시하거나,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었는데요. 즉,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일수록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중에 최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고, 이는 곧 높은 성과 발휘로 이어졌던 것이죠.
조직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개인들의 고유한 가치와 생각이 존중되는 중에 팀워크가 발휘되며 성과 또한 높일 수 있죠. 그러나, 서로간의 이해와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서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이 곤두서 있고, 오해가 생길까 걱정되어 두세 배의 노력과 시간을 쓰게 됩니다. 결국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며 생산성과 성과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들을 기반으로 MBTI 교육을 진행할 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MBTI는 성격을 16가지로 규정짓고 틀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다름을 이해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며 살아왔기에 같은 유형이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유형이 갖는 공통점’들을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할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대리님은 T라서 팩트 폭력을 하나 봐’가 아닌 ‘김 대리님은 T 성향이 있어서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생각하는 구나’라는 이해가 있는 순간,
‘박 과장은 N 이라서 그런지 가끔 보면 현실적이지 않아~’가 아닌 ‘박 과장은 N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하는구나’라고 상대를 이해하는 순간,
이렇게 다양성과 포용성이 존중되는 순간들 속 자유롭게 의견이 오가며 생각치도 못한 결과들이 도출되고, 우리 조직 또한 구성원들이 함께(SYN) 일하며(ERGY) 무한대의 SYNERGY*를 발휘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SYNERGY(시너지): Syn(함께)와 Ergy(일하다)가 합쳐진 그리스어 어원으로 ‘동반 상승 효과’를 의미
너 T 야? 다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봐야 한다!
‘T’인 팀장으로서 공감이 많이 가는 얘기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만연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