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변화, 그리고 리더의 업스킬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ity), 복잡함(Complexity), 모호함(Ambiguity)가 높아진 VUCA 시대란 말이 익숙해진 요즘, 리더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리더의 경험에 기반하여 판단하기에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20년 넘는 직장생활과 창업, 그리고 상담 및 조직심리학 공부를 10년이나 하면서 또래 사람들에 비하면 변화를 받아들이고 빠르게 학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상황과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응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때가 있다.
리더는 비즈니스와 디지털 관련한 새로운 지식 학습뿐만 아니라 주변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직원의 업무 수행에 대해 피드백하고 코칭하는 방법까지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특히 기술혁신과 사업환경 변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 계속 진화하는 구성원의 기대 등에 맞춰 조직을 운영하고 구성원들을 이끌어가기 위해 과거의 나를 극복해가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023년 Gartner가 글로벌 CHRO에게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지원하기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할 두 가지 주요 사항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리더와 관리자의 효과성을 1순위로 꼽았다. 최근 HR은 리더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리더의 스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Workday CHRO 오피스 부문의 Davide Somers는 “비즈니스 전략을 실행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커리어 성장 및 인재 개발을 추진할 최적의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스킬 기반 인재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조직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면 직장 내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일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조직 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나는 리더로서 생활한 시간이 훨씬 더 많다. 그런 내가 최근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리더의 업스킬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리더인 자기자신,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일과 세상과의 연결 측면에서 리더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을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리더 자신의 성장을 중심으로 과업을 효과적으로 리딩해나가고, 나아가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킬에 대한 이야기다. 리더의 동기 및 정서 스킬, 행동적 스킬에 대해 하나씩 다루고자 한다.
리더의 중심을 잡아주는 자기 동기 스킬: 자아긍정성
동기(motivation)는 어떤 목표를 지향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원인이나 일을 말한다. 동기는 행동의 형태, 방향, 강도 및 지속기간을 결정한다(Pinder, 1998). 특히 자신이 맡은 일에 쏟는 열정과 에너지의 강도와 일하는 도중에 난관에 부딪혀도 목표에 집중하여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은 개인의 동기에 달려 있다.
리더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성장해가기 위한 많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리더는 리더와 직원 간 팀십(teamship)을 구축하여 팀으로 일하고, 코칭을 통해 직원에게 필요한 성장 기회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리더는 가장 먼저 자기 동기 스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 때문이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부터 변화에 적응해가는 내적 동기가 준비되어야 한다. 외부의 요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 의욕이나 노력은 쉽게 꺾이고 예상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구성원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애쓰기 전에 리더 자신부터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상태로 동기화되고 내면의 중심이 잡히는 것이 먼저이다.
리더로서 다양한 측면에서의 변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나와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진 직원들을 이해하면서 과업이나 목표를 달성해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리더로서 자기 동기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자아존중감에 대한 질문이다. 내 자신이 한계와 부족한 것이 있지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고 좋은 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둘째, 자기효능감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맡은 과제나 일을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있으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셋째, 회복탄력성에 대한 질문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어려움과 시련, 실패로 스트레스를 겪지만, 끈기를 갖고 대처해가면서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다시 제자리로 회복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리더의 자기 동기 스킬에 해당한다. 자아존중감이 잘 형성된 사람은 자신은 물론 타인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자기효능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성과 창출에 노력을 쏟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실패를 경험했을 때 다시 도전하는 열정을 보여준다. 특히,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세 가지 자기 동기 스킬의 공통점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태도이다. 복잡한 환경, 복잡한 조직 상황,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 속에서 리더가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힘든 상황과 스트레스를 겪을지라도 그 경험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구성원 존중과 성장 지원으로 이어지는 리더의 자아긍정성
리더의 자아긍정성은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사람의 생존을 위한 생리적 욕구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기본 심리 욕구인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느껴야 한다(Decy & Ryan). 자율성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강요받지 않으며 개인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가 가치 있는 것에 목표를 설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감정이다. 유능성은 자신이 능력 있는 존재이고 능력을 향상시킬 때 느끼는 것이다. 관계성 욕구는 타인과 안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때 느낄 수 있다. 조직 내 구성원들이 기본 심리욕구를 느끼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즐거움을 갖고 일을 하게 된다. 자아긍정성이 높은 리더는 구성원이 기본 심리 욕구를 충족면서 일에 의미를 갖고 몰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갖고 있는 리더는 직원의 부족한 점이나 한계를 수용하면서 직원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리더는 자신이 취약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혼자 해결하지 못하거나 함께 대처해가야 할 상황에서 쎈척하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준다. 이런 리더의 모습을 통해 직원은 자신의 가치와 유능감을 느끼고 리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게 된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도전적인 과제가 주어젺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쏟지만, 반면에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을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의 부족보다는 외부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리더는 조직의 비상 상황이나 예상치 않은 어려움에 처해 팀 전체가 긴장 상태에 빠졌을 때, 리더가 먼저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리더를 통해 구성원들 또한 불안감이 낮아지면서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계속 풀어가려고 한다. 상황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기보다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기꺼이 도전하려고 한다.
연습을 통해 높아지는 리더의 자아긍정성
뇌 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 성과 중 하나는 ‘뇌는 훈련하면 변화한다’는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뇌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말한다. 인간의 두뇌가 학습이나 기억에 의해 환경에 적응해가는 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뇌 신경 가소성은 새로운 언어나 운동기능의 습득이 왕성한 유년기 때 가장 최대치를 보이고 성년기나 노년기에 약간 감소하지만,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스스로를 재설계할 수 있는 뇌신경 가소성은 일생 동안 유지한다. 뇌가 싫어하는 것은 자극이 없는 것이다. 신경망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 뭔가를 배우는 과정, 사람과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은 뇌의 신경망에 변화를 만들어낸다.
자아긍정성은 연습을 통해 높아질 수 있다. 마음, 생각, 행동의 습관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먼저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실수나 한계를 경험할 때 자기를 가혹하게 비판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럴 수 있지’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애썼어’ 하는 말을 자신에게 건네면서 격려해준다. 자기효능감은 행동의 습관이다. 자신의 약점보다는 과거에 자신이 잘했던 것 혹은 끝까지 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며,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잡아서 성취하면서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회복탄력성은 행동과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과정에서 높아진다. 먼저, 산책이나 운동 등 몸을 움직여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상태를 풀고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는 규칙적인 습관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난관에 봉착하여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거나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상황이 더 나빠지게 되면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지 못하고 자기비판이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된다. 이럴 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헤아리고 보살피는 행동을 함으로써 현실을 수용하면서 힘들어하는 자신의 감정을 수용해준다. 셋째,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늘 그런 것이 아니라 이번에 생겨난 특수한 상황이며, 자신이 얻게 될 것이 무엇인지 긍정적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생각의 습관을 갖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지만 조금씩 반복해가면 어느새 나의 뇌 신경회로가 바뀌고 마음은 전보다 가볍다.
현재진행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자아긍정성
긴 시간 동안 조직 생활을 해온 내 자신이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바로 내 자신이 한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못하는 것이 있어도 나의 존재 가치가 훼손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잘 안 돼서 불쑥불쑥 나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한계와 취약성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어떤 영역이나 상황에서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 물론 불안할 때가 있다. 해낼 수 없을 거 같아서,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대처하지 못할 거 같아서, 남들이 나보다 더 잘할 거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나 자신을 믿지 못할 때도 있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주변의 일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좌절의 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를 찾게 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눈이 생긴다.
요즘 마음에 꽂힌 말이 있다. 조앤 보리센코의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비밀>을 읽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회복 탄력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려 하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든 채로 문제를 직시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어떤 일을 감수해야 하든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당신은 상황을 사실 그대로 수용하는가,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막연하게 희망적으로 생각하는가?”
최근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나의 회복탄력성 수준에 대해 생각하는 때가 있다. 회복탄력성에서 중요한 것은 단호한 현실 수용, 긍정적인 의미 찾기, 독창적 상황 대처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막연하게 좋아질 거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지금은 어쩔 수 없잖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하는 내 마음을 만나게 된다. 내면의 힘이 약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면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대안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런 마음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자라난다. 나의 자아긍정성의 힘을 끌어낸다. 지금의 상황을 헤쳐 나갈 내면의 동기를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