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 효과(Silo effect)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건

사일로 효과(Silo effect)란 회사 내부의 부서들이 다른 부서와 높은 칸막이를 형성하고 내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일로 효과는 규모와 상관없이 우리가 속해 있는 어느 조직에게나 적용된다. 회계 부서는 구매팀을, 구매팀은 인사과를, 인사과는 또 다른 부서를 비판하는 식이다. 각 부서는 서로 다른 부서가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비판적인 잣대만을 들이댄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필자는 기자 생활의 대부분을 정부부처 출입을 하며 보냈다. 세종시에서 3년 동알 파견기자로 생활했을 때 느꼈던 것은 부처 이기주의였다.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우선 다른 부처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국토교통부, 농림수산식품부의 공무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기획재정부가 현실을 모르고 무조건 자기 부처의 예산을 깎으려고만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기획재정부 내부의 사일로 효과도 존재한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1차관 라인은 예산을 수립하는 2차관 라인 공무원들이 예산 활용에 조금만 더 해당 분야에 예산과 세제혜택을 뿌리면 경제가 더 부흥할 수 있는데 예산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한다.

사일로 효과는 회사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과 조직을 판단(judge)하고, 비판(criticize)하려고 한다. 그들의 입장과 주어진 현실을 들어보려는 노력을 일체하지 않는다. 남들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지만, 언론에 떠 있는 기사 제목과 내용 몇 줄을 읽은 것만으로 다른 사람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양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할 최대 자본 중 하나인 신뢰(trust)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개인과 개인은, 조직과 조직, 지역과 지역은 분열됐고 점점 파편화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과 남성들 간 사일로 효과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병폐가 마치 상대 성(性)에게 원인이 있는 것처럼 악마화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일로 효과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다. 일단 들어야 한다. 대화의 첫 번째 단계인 ‘듣는 행위’ 조차 원천봉쇄하면서 소통과 타협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에 가깝다. 조직 내부에서 사일로 효과가 극대화되고 언로가 막히다 보니 결국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 앱과 ‘네이트 판’처럼 익명성에 기댄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인 네이버에서 업무 스트레스에서 못이겨 한 직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직 내부에서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탓에 언론이나 청와대 국민청원 등 후폭풍이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는 창구로 이동하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듣는 것이 첫 번째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개인과 조직의 구성원, 더 나아가 최고경영자(CEO)와 기업 오너(Owner)는 결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강점을 세일즈하기 어렵다. 상대방의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일단 파악해야 우리 제품(product)과 서비스(service)를 시장 수요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는 사일로 효과가 조직 내부의 칸막이를 규정하는 단어가 아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단어로 널리 활용됐으면 좋겠다. 칸막이가 없어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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